노무현의 죽음, 결백인가 계산인가

'대통령의 소풍'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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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omybomnall)등록 2017.03.20 13:26
더불어 민주당 손혜원의원이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노무현의 죽음을 '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당연히 손의원을 영입한 문재인 대표가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했고 본인도 잘못을 인정하고 문재인 캠프 본부장직을 사퇴했다. 2009년 노무현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 나라 정치에 있어 진정성을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격발하는 혼령으로 떠돌고 있다. 지금까지의 추이로 보아 앞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대선은 노무현의 적자, 노무현의 정신을 잇겠다는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여진다.

사람은 어떤 경우 죽음을 택하는가. 가까운 일본의 경우 무사도인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 자신의 목숨보다 명예나 충성을 소중히 여겨 할복으로 목숨을 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치치하에서 죽음의 수용소로 알려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갖혀 살아야 했던 의사 빅터 프랭클은 그곳의 생활의 경험담을 '죽음의 수용소'라는 명저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그 책에서 사람이 죽는 이유데 해대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을 들었다. 용기와 희망의 상실은 육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욕을 버리게 만든다고 했다. 그 예로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는 일주일 동안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들었다. 그것은 식량난, 열악한 강제수용소의 환경, 전염병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서 크리스마스날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의 희망은 무참히 짓밟혔고 기한없는 수용소에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앞에 그들은 죽음을 택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에 이어 박근혜 역시 탄핵을 받아 청와대 관저 인수문 뜰에 갇혀 인간적인 고뇌에 휩싸였을 때 그들의 기구한 운명이 몹시도 궁금했다. 그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웅크리고 있을까. 그리고 정치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연민도 있었다. 가냘픈 양어깨에 이나라의 운명을 걸머지고 법과 정치의 절묘한 비율을 저울질하는 재판관들은 무슨 애궃은 운명인가.

나는 작가로서 공화국의 불운한 운명앞에 침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인간적인 고뇌와 정치격변기에 올 수 있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통령의 소풍'이라는 소설을 썼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보며 소설을 써서 정치적인 경감심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였다. 물론 이 책에서도 노무현의 죽음을 다루었다. 작중 대통령인 강철중의 입을 통해 나는 노무현의 죽음을 표현했다.

-아이다. 이제 다 소용없다. 포기하자. 죽음으로 결백을 보여주자. 그래, 사라져야 한다.
다시 입술을 깨물며 부정에 부정을 거듭했다.
-아이다. 이렇게 갈 수는 없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중략)

-내 너거들이 원하는기 뭔지 다 안다. 너거들은 내가 살아서 조금이라도 꿈적거리는 것도 보기가 싫은 거 아이가. 그래, 내 인자 너거들 소원을 다 들어줄께. 그라고 내가 장갑차 끌고 다닌 놈들처럼 혼자 잘 살라고 돈이나 처먹은 그런 놈이 아이라는 걸 똑똑히 알게 해 주꾸마!                             

부엉이 바위에서 목숨을 마치기전 노무현이 하는 독백이다. 나는 노무현이 그런 마음으로 죽음을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 앞에서는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설령 그것이 죽음을 요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그의 그런 성격으로 보아 그가 자신의 죽음을 정치역학적인 계산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소풍'에서 대통령 강철중의 입을 통해 나오는 그의 독백처럼 그는 죽음으로써 그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려 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덧붙이는 글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부분이 조금 그렇습니다만은 이렇게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는 애로가 있었음을 너그러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무현의 죽음은 누구나 되앂어 보아야 할 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글이 채택이 되어 십만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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