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대학 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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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현(yh1995)등록 2017.03.20 11:09
적폐청산, 대학 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

박근혜의 장외투쟁 
2005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사학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안을 한나라당(대표 박근혜)의 격렬한 저항 속에서 국회에서 통과시킨다. 당시 통과된 법의 주요한 골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법인이사회 회의록 공개", "법인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였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내용이지만,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장외투쟁'을 지도하며 사학법 개정에 반대했고, 결국 2005년에 통과된 사학법은 2007년 다시 개정된다.
사학법이 문제가 된 이유는 개방형 이사제이다. 개방 이사는 대학평의원회 등을 통해 대학 구성원(교수, 교직원, 학생 등)들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제도이다. 2005년 사학법 개정안에서는 이사의 3분의 1, 감사 2명중 1명을 개방 이사로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학교 법인 임원의 친인척 비율을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강화한 내용이었다. 정리하자면 사학법 개정안은 이사장 일가에 의해 학교가 좌지우지 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었다. 하지만 영남대 이사장 출신이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의 격렬한 반대로 2007년에 사학법은 다시 한 번 개정된다. 개정의 주요한 내용은 대학평의원회의 이사 추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정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비리 재단의 복귀
한나라당이 주도한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를 탄생시켰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에 따르면 "사분위 출범 후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사분위가 손댄 60개 초·중·고교에 모두 구재단 측 인사들이 복귀했다"고 한다.
내가 소속된 경기대학교 역시 사분위 결정을 통해 2012년 6월 구재단 측 인사들이 학교에 복귀하게 된다. 경기대는 2004년 손종국 총장(손희자 현 경기대 이사의 남동생) 이 49억 교비(등록금) 불법 전횡 등으로 구속된 후 정부가 파견한 임시이사체제로 학교가 운영되었다. 하지만 2012년 결정과 2014년 사분위가 구재단 측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면서 다시 한번 학교에 구재단측 인사들이 진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경기대의 현 상황에 박근혜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분위 위원 중 일부는 대통령이 지명하기도 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1일. 길고 긴 시민들의 촛불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노동개악 등 박근혜의 정책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근혜의 대학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혜가 탄핵된 후인 3월 14일,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평가계획;을 발표했다. 대학구조평가의 근거격인 대학구조개혁법은 통과되지 못하였다. 박근혜 탄핵으로 박근혜의 대학정책의 밑그림은 대학구조개혁법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학평가는 진행된다.

2주기 대학구조조정
1주기와 마찬가지로 2주기 역시 말이 좋아 구조개혁평가이지 대학 내 학과/학부간 통폐합을 활성화하라는 대학 구조개악법이다. 구조조정의 주 대상은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는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 것이다. 2주기 대학평가의 평가 지점 등은 조금 더 분석을 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1주기부터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낮은 등급의 대학으로 평가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일반 대학생들은 학교 운영 등 경영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학교 경영진들이 학교 운영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낮은 등급을 받으면 국가장학금 제한, 학자금 대출 제한이라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 총장과 재단 등 경영자들이 책임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법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 재단에게 수익용 재산을 마련하도록 지원해준다고 한다.
1주기 구조조정부터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법을 통해 구조조정, 통폐합으로 인한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재산'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명분은 부실 대학들의 자발적인 퇴출경로 마련 등이다. 만약 박근혜식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가 된다면 대학을 부실하게 운영한 재단은 학생 수를 줄이거나, 학교 문을 닫은 후 학교의 재산을 수익용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박근혜-최순실이 권력을 사유화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듯,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대학 등을 설립자의 후손, 재단 이사장의 개인 재산으로 생각한다.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많은 경우 대학은 설립자들의 돈보다는 국고지원과 등록금으로 운영된다. 대학의 교육용 재산인 학교의 건물, 기자재 등도 위와 같은 비용으로 운영·유지를 해왔다. 하지만 이 법은 경영자가, 소유자가 부실하게 경영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기 보다는 모든 피해를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부실 경영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주려고 한다.
요즘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의 영역, 경제의 영역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적폐청산이 이루어져야한다. 박근혜 이후의 한국사회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사회의 적폐가 박근혜로 상징되듯 대학 역시 비리 재단들의 적폐를 걷어내야 한다.
최근 서울대학교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정에 반대하여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건물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는 일이 있었다. 박근혜가 탄핵되는 날에 있었던 일이다. 박근혜는 사라졌지만 박근혜로 상징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적폐청산을 위해서, 박근혜 이후의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는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이 학교의 주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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