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덜 나쁜 제도, 민주주의

[서평]<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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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록(kim2001kt)등록 2017.03.13 11:02
이 글은 <국가란 무엇인가>(개정신판)(유시민, 돌베개, 2017)를 읽고 저자와 기자가 만났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작성한 서평입니다. - 기자 말

마음 졸이며 광장 TV 앞에 앉았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기다렸다. 탄핵일까? 기각일까? 어디로 가든 당장 우리나라는 시끌벅적할 것이다.

지금부터 2016 헌나 1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해 말씀드리겠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선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가 뽑았다. '난 그 사람 안 뽑았어'라고 하지 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를 통해 뽑힌 대통령을 내가 안 뽑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4년 전, 우리는 탄핵될 대통령을 뽑았다.

2014년, <일요신문>에서 실시한 전직 대통령 비호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48%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은 가장 싫어할 대통령을 압도적 지지율로 뽑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모두 민주주의 안에서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한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또 한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비호감 1위 전직 대통령에 이름을 올렸다. 5년 마다 뽑히는 대통령은 언제나 국민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자주 우리는 후회할 선택을 하는데, 민주주의가 좋긴 한 걸까?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비난할 수는 없어요.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이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권력자로 선출하여 많은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과 강점은 사악하거나 거짓말을 잘하거나 권력을 남용하거나 지극히 무능하거나 또는 그 모든 결점을 지닌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나쁜 짓을 마음껏 저지르지는 못하도록 하는 데 있어요. (116쪽)

옆에서 '탄핵 선고 생중계'를 함께 보던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유시민입니다." 아저씨는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다. <국가란 무엇인가>(개정신판)(유시민, 돌베개, 2017) 였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그가 말했다.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돌배게, 2017 ⓒ 돌배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홉스와 마키아벨리를 추종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다른 권력기관들을 자유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가 장악한다면, 만사를 다 자기 마음대로 하지는 못해요. (117쪽)

그런데 이것을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장점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약점도 수용해야 해요.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국가가 선을 행하는 것도 방해할 수 있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플라톤의 현자가 대통령이 된다할지라도 자신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마음껏 하지는 못해요. (117쪽)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제도다. 최선의 지도자가 권력을 잡아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처럼, 최악의 지도자가 권력을 잡았을 때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돌이키지 못하는 결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도대체 민주주의가 뭐가 좋다는 걸까. 내가 원하는 지도자가 뽑히지도 않고, 당선된 지도자는 금방 국민의 호감을 잃는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577만 3,128표를 얻어 대통령이 됐다. 민주적 절차였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을 압박해 자신의 이권을 위해 돈을 모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불이익을 줬다. 직무상 기밀 문건을 최순실에게 유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끌어내렸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게 증명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네요." 유시민이 말했다.

칼 포퍼가 말하길, 정부는 두 유형이 있어요. 하나는 유혈사태 없이 선거로 교체할 수 있는 정부입니다, 이걸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혁명이 아니고는 절대 축출할 수 없는 정부인데, '독재'라고 합니다. (177쪽)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이나 '다수의 지배'와 같은 모호한 것이 아니에요. 민주주의는 통치자에 대한 공적 통제를 허용하고, 피통치자가 통치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하며, 통치자의 의사에 반하는 개혁을 폭력행사 없이 피통치자들이 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제도적 틀을 의미해요. (177쪽)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화 ⓒ JTBC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을 지키지 않았다. 국민은 거기에 화가 나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 촛불시민을 보고 국회는 탄핵을 소추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사실을 수사했다. 언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쳤다. 끝내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폭력행사 없이, 국민이 대통령을 해고했다.

민주주의,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것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이 안 하는 국민보다 8:2로 더 많다지만, 2에 해당하는 사람도 우리나라 국민이다.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도, 안국동에서 '탄핵 반대'를 외쳤던 사람도 모두 우리나라 국민이다.

탄핵이 결정된 지금, 탄핵을 반대했던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을 때리고, 기자를 철제사다리로 내려쳤다. 경찰버스를 빼앗고 죽창을 던지기도 했다. 분열된 국론, 이것도 민주주의의 모습일까?

국론이 분열된 게 아니에요. 정상적인 상태죠. 100% 의견이 같아야 정상적인 상황이고 일치하지 않아야 비정상적인 상황인 게 아닙니다. 물론 결과를 수용해야죠. 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서 내 마음속으로 받아들일까 말까는 각자의 자유에요. 승복 못 하겠다고 해서 그 의사 표시를 하러 나오는 것도 그 사람 자유에요. 태극기를 흔들든 인정해 줘야 해요. 그러나 폭력을 쓰면 안 돼요. 자기 의견에 동의 안 해준다고 때리지 말고 평화적으로 표현하고 경찰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지켜줘야 해요. 하고 싶은 거 다 해서 이 사회의 제도와 문화 안에서 공존하면 그게 통합되는 거예요. (3월 10일 JTBC 특집토론에서 유시민)

민주주의는 시끄럽다. 너와 내 생각이 다르므로 시끄러운 게 정상이다. 오히려 조용하고 모든 국민이 한 가지 의견을 갖는 게 더 이상할지 모른다. 모든 사람이 각자 목소리를 내며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 민주주의는 그렇다.

지식소매상 유시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진보-보수의 특징, 이념형 보수와 시장형 보수, 그리고 여러 철학자가 국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처음 있는 사태를 겪는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는 국가가 무엇인지, 민주주의는 어떤 제도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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