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권리는 안녕하십니까?

권리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안 들어보실렵니까?

검토 완료

조승재(forzabucheon)등록 2017.03.02 14:55
우리는 모두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투표권이 있기 때문에 내 손으로 내가 원하는 리더를 뽑을 수 있고, 무시받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고, 마음대로 사랑하고 결혼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이것들 뿐일까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들이 수두룩합니다. 대한민국의 최고가치인 헌법에도 쓰여 있고 모두가 당연시 여기는 그것. 그런데 갑자기 이 당연한 권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삶은 어떻게 변할 것 같으십니까?

그런데 그런 삶을 매일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매일 고통 속에서 권리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요?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이 많은 사회.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입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은 권리가 모두에게 보장된 건강한 사회입니까? 생각보다 대한민국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 생각, 혹시 없으신지?

1. 어디서 왔어요? 왜 한국에 왔어요?

안녕하세요, 전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입니다.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쾌적한 삶을 살아가는 게 저의 꿈이죠. 처음에는 그저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게 진짜 쾌적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국에 와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진짜 쾌적한 삶이란, 저의 권리가 완전히 보장된 삶인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고요? 정말 권리가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랍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시위 사람이 사람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삶. 어떤 이들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 머니투데이


일을 하면 그에 합당한 임금을 제때 받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당연함을 누릴 수 없답니다. 임금체불이 도대체 몇 번이나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항상 사장님에게 임금은 언제 주냐고 물어보면 해고해버린다는 말만 돌아온답니다. 일은 하는데 돈은 받을 수 없어요. 이게 합당한 건가요? 이 문제만 있다면 차라리 삶이 편할 거예요. 버스를 탈 때마다, 장을 볼 때마다 항상 사람들이 저에게 묻고는 해요. "어디서 왔어요?", "왜 한국에 왔어요?"가 대표적이랍니다. 그런데 이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전 너무 불쾌해요. 대체 그 사람들이 뭔데 저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거죠? 어떤 도움을 줄 것도 아니면서 그런 질문들을 하는 게 전 너무 속상해요. 어떤 사람들은 절 벌레 보듯이 쳐다보기도 한답니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에요. 저에겐 권리라는 건 없는 건가요?

2.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난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나만의 꿈을 꾸며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난 그런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내 삶의 모든 게 평범하지는 않다. 항상 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게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믿는 사람이 아니면 커밍아웃을 하지도 않고 직장에서 남자 동료들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맘에 드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내 삶은 항상 불편하기만 하다. 왜일까? 항상 사람들이 나에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여자친구 있어요?" 나 "넌 맘에 드는 여자 혹시 없어?"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당연히 이성애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동성애자, 무성애자와 같은 성 소수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정말 나와 같은 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는 무의식적 차별이다. 마음대로 애인을 사귈 수도 없다. 항상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심지어는 동성애가 에이즈를 유발한다느니 같은 근거도 없는 낭설로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짓밟는다.

난 게이지만 정말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멀쩡히 사회에 적응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누구에게 피해 준 적도 없다. 다른 성 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 소수자를 다르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색안경을 끼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도 못 한다. 피해받지 않는 삶을 살 수도 없다.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자 해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색안경에 의해 평범할 수가 없다. 하루가 고통스럽다.

남들과 다를 게 없는 그들 하지만 사람들은 절대 평범하게 바라보려고 하지 않는다. ⓒ 허핑턴포스트


3. 내가 귀족노조라고?  

전 기업과 계약을 맺고 회사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잡니다. 그리고 저는 저와 같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노조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임금을 가지고 약간의 장난질을 하겠다고 난리였네요. 이에 노조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당연히 우리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정당한 임금 지불을 약속받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과 언론의 반응은 좀 이상합니다. 우리 보고 귀족노조라고 하네요!

저와 같은 노동자들은 회사에 노동력을 주는 대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대가에 문제가 있다면 반발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사람들은 욕을 하네요. 저희더러 이익집단이라고 욕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아셔야 하는 게 있답니다. 노조는 원래 이익집단입니다. 조합원인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게 바로 노조랍니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조. 하지만 언론과 권력은 탄압하기만 한다. ⓒ 뉴스민


저희 노조는 노동자의 권리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랍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근무환경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을 해야지 소비자들도 안전하고 질 좋은 소비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조는 항상 소비자의 권리도 생각하며 회사에 건의한답니다. 대표적인 예가 철도노조 동지들이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철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한 투쟁을 벌인 겁니다. 완전한 성공을 거둔 파업은 아니었지만 철도노조 동지들의 투쟁으로 시민들의 권리가 지켜진 거랍니다.

그런데 노조에 대한 탄압은 갈수록 거세지기만 하네요. 언론들은 항상 노조가 귀족노조라고 폄하하는 기사만 쓰고 그걸 본 사람들의 인식을 나빠지기만 합니다. 또한 회사와 정권의 탄압도 심해지기만 하는군요. 노조를 만들고 권리를 위해 싸우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인데, 왜 그걸 가만 두지를 못 하는 걸까요?

4. 저는 집에도 갈 수 없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다리가 불편한 시민입니다. 어렸을 때 사고를 겪어서 다리를 잃고는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랍니다. 다리를 잃었기 때문에 삶이 불편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항상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직장이 없어요. 항상 구직을 시도하지만 가는 곳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고용을 거부해요. 그래서 항상 배고픔 속에서 살아간답니다. 저는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공원에 자주 간답니다. 하지만 공원에서 집까지 돌아가기 위해선 저에겐 엄청난 고난의 장벽들을 지나야 만 한답니다. 어떤 곳은 계단만 있어서 저는 올라갈 수도 없고, 어떤 곳은 경사가 너무 심해서 휠체어를 끌고 이동하기가 매우 힘들답니다.

장애인들이 항상 부딪히는 통곡의 벽 어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계단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


이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는 너무 힘들어요.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바닥이고 장애인을 옭아매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아직도 존재한답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5. 어른들은 항상 말하죠. "학생답게 행동해라"

저는 고등학생이에요. 항상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평범한 학생이죠. 저도 이제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라 그런지 저만의 신념과 가치관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는 걸 눈으로 목격했죠.

정말이지 이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했어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거리로 나가기 시작했어요.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가고는 했답니다. 집회에 나갈 때면 항상 몸은 힘들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 같아서 정말 뿌듯하고 기뻤어요.

그런데 부모님들과 다른 어른들은 절 혼내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학생이 학생답게 공부는 하지 않고 집회나 나간다면서 말이죠. 그럴 때마다 어른들에게 학생다운 게 뭐냐고 물어보면 어른들은 명쾌하게 대답은 해주지 않고 화만 버럭 내셔요. 저는 학생다운 것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학생도 어른처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실천할 권리가 있잖아요? 저는 박사모와 같은 어른들보다는 제가 더 맞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도 저에게는 의견을 내고 표출할 권리가 제한된 것 같아요. 단지 청소년이란 이유로 말이죠. 이건 정말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가 없어요. 제가 어른이 되면 이런 그릇된 인식은 없어져야 할 텐데 말이죠. 청소년이란 이유로 권리를 제한하면 그게 진짜 민주주의는 아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의 이야기 말고도 정말 많은 이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할 수 있습니다.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남의 권리도 소중합니다. 또한 그 다른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같이 분노하고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함께 싸우는 게 공동체 사회의 동료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요?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