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욱 전총장, "이재용 구속은 삼성 혁신, 재벌 개혁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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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성(nirvanaw)등록 2017.02.15 09:40
대통령선거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가 물러나게 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1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 수사에 관한 수많은 평론 중 백미라 할 정도로 뛰어난 해설이었습니다. 후배 검사들에 대한 바람은 큰 공명을 일으킵니다. 널리 공유하고 보존할 만한 명 인터뷰라고 생각되어 최 전총장의 발언을 텍스트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본인이 사용한 어휘를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려 했습니다만 발언 그대로의 녹취는 아님을 밝혀둡니다.)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 : 양적으론 수사 진도 30%, 질적으론 핵심의혹 아직 수사 못해

현재까지 30%도 채 수사하지 못했다. 특검법 상 수사대상 15개 조항 중 5개 항 남짓만 수사한 상태다. 1호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6호 정유라 이대 불법입학, 7호 정유라 승마훈련 지원, 8호 불법적 인사조치 의혹,
14호 김영재 성형외과 의혹 등 5개 조항과 15호 수사 중 인지한 관련사건에 해당하는 블랙리스트 사건만 수사했다. 놀라운 성과를 올렸지만 수사대상 중 10개 항목은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또한 수사대상의 핵심에는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은 재벌과 권력의 불법유착 비리와 그걸 가능하게 했던 공무원들의 비호-방조이다. 그래서 재벌과 권력의 뇌물 공여 및 수수 의혹과 관련한 3~5호, 우병우 등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비호-방조 의혹과 관련한 9~10호, 이렇게 두 덩어리가 수사대상의 핵심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3주 정도 수사가 지연되었고, SK 롯데 CJ 등에 대한 수사는 진척시킬 여유가 없었다. 우병우 등 공무원들 사건은 시작도 안했다.

현재 특검은 20명의 검사가 70일 동안 수사를 하게 되어 있다. 너무 많은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 유능한 검사 40명 정도가 1년은 수사해야 대부분의 실상이 밝혀질 것이다. 2006년 중수부 수사기획관 때 현대차 비자금 사건 때 중수부 검사 20명이 4개월 동안 밤낮없이 수사해 힘들게 정몽구 회장을 구속했다.

■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 : 검찰이 기존 수사를 번복하고 자기 식구를 수사할 수 있을까?

황 총리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아 2월말 종료되면 검찰로 넘어간다. 현재의 검찰은 최순실에 대해 뇌물수수는 손을 못대고 직권남용죄로만 기소했다. 우병우 부분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특검에 이관했다. 국정원 댓글, 국정원 간첩조작, 세월호 등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 안된 사건이 많았다. 특히 이번 최순실 사건과 직결되는 정윤회 사건은 문서유출 사건으로 변질되었고 국정농단 사건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때 원칙적으로 수사 하는 척이라도 했다면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까지 되었을까, 대통령이 이렇게 불행한 탄핵 사태까지 봉착했을까 안타깝다.
당시 지휘라인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총리), 김진태 검찰총장, 김수남 중앙지검장(현 검찰총장)이었고 청와대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들이 찌라시라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그 자리에 갈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이미 표명한 자기 언행에 대ㅐ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언이 있다. 일구이언은 쉽지 않다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검찰은 이미 직권남용죄만 적용했다. 특검에서 넘겨받아 뇌물수수죄로 다시 수사해 기소할 수 있을까? 일구이언의 행위를 하는 건 어렵다고 봐야 한다.

또한 스스로 죄를 부담할 수 없다는 헌법상 원칙이 있다.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원칙이다. 자기자신이나 속한 조직에 대해 스스로 수사해서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비호-방조 의혹을 수사하다보면 지금의 검찰 지휘라인과 관련 검사들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상사 동료 후배를 스스로 수사하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특검제도가 있는 것이다. 이번 특검도 이런 이유 때문에 있는 거다.

■특검 연장 안되면 가이드라인 작동하고 의혹대상자가 지휘하는 과거로 회귀 우려

수사에선 기밀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수사정보가 유출되면 이해관련자들이 증거인멸, 압력 등 여러 가지로 작용할 수 잇다. 특검법은 독립성을 보장해서 대통령 등에 수사에 관해 보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검찰은 비호-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권한대행과 검찰총장에게 수사상황을 보고하게 된다. 검찰 내부에 존재하는 김기춘 우병우 라인을 통해 수사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충분히 있다. 수사대상인 박근혜 최순실도 구체적 수사진행상황을 알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수사를 방해하는 가이드라인이 다시 작동할 수 있고, 수사검사들에게 영향과 압박이 내려가고, 의혹 대상자들이 수사를 지휘하는 웃지 못할 특검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비리-방조 의혹을 받는 공무원들이 수사를 지휘하게 되면 자신들의 의옥은 축소 은폐하고, 권력 유착이 드러나고 있는 삼성 등 재벌들과도 은밀히 협조해서 증거 인멸 등이 벌어질 수 있다.

■이재용 뇌물혐의는 소소한 단순뇌물 사건 관점에서 보면 안돼

법원이 지난 달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던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이해된다. 첫째, 뇌물죄 및 제3자 뇌물공여죄와 관련해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의 증거를 더 보완해라. 둘째, 이재용의 대통령 독대, 미르 등 재단 및 정유라에 대한 지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이니 관련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셋째, 뇌물죄는 공여자와 수수자를 동시에 처리하는데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권력과 재벌이 유착된 대형사건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연구 기획 하에, 합법적인 가면을 쓰고, 공조직 등의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이뤄진다. 사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도 그 과정에 벌어진 개별적 행위들은 전부 합법적-공적인 탈을 쓴다. 그런 식으로 미리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 외형적 명분을 만들어 놓고 시작한다. 일상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단순뇌물사건 관점에서 바라보면 실체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평가나 처벌이 결코 가능하지 앟다. 음주운전 봐줄테니 백만언 줄게 하는 사건과는 완전히 다르다.

핵심은 대가성과 청탁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 전체를 한 덩어리로 바라보는 포괄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래서 도입된 게 포괄적 뇌물죄로, 여러 차례에 걸쳐 대법원에서 확립된 판례다. 우주의 실체를 제대로 보려면 망원경으로 봐야지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실체와는 동떨어진 자잘한 논쟁만 남는 것과 같다.

■ 재벌 제대로 처벌 못하면 국민 폐해 커지고 수단도 악질화

수사 경험으로 보면 재벌사건은 파면 팔수록 관련 증거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장기간 진행되고 연루된 기관도 사람도 많아서 시간이 갈수록 파면 팔수록 많이 나온다. 이번에도 안종범 업무수첩 39권이 새로 나왓고, 금감원 공정위 압수수색에서 많은 물적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고 많은 사람을 추가 조사했을 것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는 관련 소명자료를 충분히 보완해서 소명에 자신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혹시라도 영장이 기각된다면 이재용, 삼성, 국가경제에 썩 좋은 영향이 안될 것 같다.

2003년 서울지검 특수2부장때 에버랜드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다. 그 사건과 이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은 본질적 차이가 있다. 에버랜드 사건은 삼성 계열사 내부와 투자자만 손해본 사건이다. 삼성 그룹 내부 문제이므로 내부 임원들만 가담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2100만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가 손해를 입었고, 뇌물 공여까지 해가며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었다. 피해 범위가 국민 다수로 광범위해졌고, 수법도 대담해졌다. 재벌들을 처벌할 때 제대로 못하면 시간이 갈수록 폐해가 더 커지고 수단도 악질적으로 진화한다, 법보다 앞서간다.

■ 이재용 구속은 삼성에도 좋고 재벌개혁의 출발점

정몽구 최태원 김승연 등 재벌총수 구속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그 때마다 모든 일간지에 기업 광고가 실린다. 재벌총수가 구속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대외신뢰도가 추락하여 회사는 물론 국가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지난 경험을 돌아볼 때 재벌총수가 구속된 이후 현대차 SK 한화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대외신인도가 추락해서 기업과 국가경제가 어려워졌나?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 건도 원칙적으로 수사해 처리하면 여러 좋은 순기능이 있다. 이 사건은 이재용 혼자만 생각해 저지른 게 아니다. 많은 법률가 전문가 임원들이 연구 기획하고 조직적 로비를 벌여 가능했다. 원칙대로 구속되면 다시는 이런 발상과 시도를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 될 거다. 그래도 된다고 조언했던 사람들은 잘려나갈 거다. 경영진 내부에서 총수를 보호하기 ㅟ해서라도 합법적 윤리적 방향으로 나아가야겟다고 하지 않겠나. 글로벌기업 삼성 입장에서 합법-투명-신뢰의 이미지로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면 삼성을 위해서 더 좋다.

삼성이 재벌들을 선도하는 위치여서 다른 재벌들도 삼성 사건 처리를 주시할 것이다. 이재용 구속은 재벌 전체에 큰 시그널을 보내게 된다. 가장 큰 시그널은 아무리 경제권력이 강해도 합법 경영을 하지 않으면 예외없이 총수가 구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용 구속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재벌개혁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 권력의 개와 국민의 검찰, 극명한 차이를 젊은 검사들은 마음에 새기고 잊지 말기를

국민 대다수는 황 권한대행이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공동책임자 중 하나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그가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하는 동안 사건이 벌어졌다. 특검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중단하면 본인의 연루의혹을 해소할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거다. 정말 연루된 거 아니냐는 의혹이 또 제기될 수 있다. 특검을 연장해서라도 본인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게 황 총리에도 좋고 국민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황 총리가 윤석열 검사 좌천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때문이 아니라 자질 때문이라고 발언한 보도를 봤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나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윤검사는 오래 함께 데리고 일했다. 선배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아주 치밀하고 해박한 법률 이론가이다. 그러면서도 법과 원칙에 어긋나면 단호하게 거부한다. 나한테도 많이 거부했다. 검찰같은 상명하복 조직에서 상사 말이 틀리다고 거부하고 대들고 소신 펴는 건 밖에서보는 거보다 더 큰 용기와 희생이 없으면 안된다.윤검사는 자기 헌신적 용기를 갖고 있고, 아주 다이내믹하면서도 예리한 칼잡이이다. 문무를 겸비한 훌륭한 검사다.

검찰은 검사 2천명 등 만명이 넌는 수사인력을 가진 조직이다. 특검의 백 배가 넘는다. 백분의 일 밖에 안되는 특검이 단기간에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낸 것을 보면서 후배검사들은 부끄럽고 참담할 거다. 나도 그렇다. 특검 수사를 보면서 권력의 개가 되어 권력의 임맛에 맛게 수사하는 것과 국민의 검찰로서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는 것의 극명한 차이를, 그리고 검찰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치검사들의 말로를 정의로운 젊은 검사들이 마음에 새기고 잊지 말기를 바란다. 자기 손에 쥐어진 칼로 자신의 팔다리를 베어서라도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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