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박근혜 떠오른 반기문 귀국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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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호(endrmfdl)등록 2017.01.13 09:21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연차 의혹,한일 위안부 합의 환영, 출마조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대권도전의 출사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 오마이TV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귀국메세지를 낭독했다. 귀국 메세지를 보면 마치 이미 반기문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시정연설이나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대한민국을 혼란으로 빠트리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대신에 뜬구름 잡기식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이나 다름이 없었다. 또한 자신의 대권도전을 사실상 드러내놓고 선포하는 출사표의 자리였다. 또한 어눌한 말투에 동어반복이 잦고 뭉뚱그리는 화법은 박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 예의 박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외 상황이 어렵다는 말로 서두를 장식했다. 부의 양극화,이념,세대간의 갈등을 끝내고 국민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면서, 패권과 기득권은 안되고 사회 지도층의 배려와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정석적이고 너무 식상한 해법이다.

반기문의 귀국메세지에 나오는 주요 반복 단어들. 이외에 비슷한 표현이 반복된 문장들도 다수 있다. 남자 박근혜가 떠오르는 동어반복과 어눌한 말투. 현안에 대한 구체적 인식과 대응방안은 없었다.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훈시였다. ⓒ 최주호


반기문은 자신의 경험과 식견으로 젊은이들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반기문은 통일과 세계인류국가를 만들 의지가 있다면서, "제 한몸 불사를 각오가 되어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치지도자가 사회분열을 치유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조건으로 한나라 한민족을 들었다. '좋은 나라 좋은 국민을 위해서 우리같이 노력하자'며 강조까지 한다. 또한 우리국민은 특유의 저력이 있다면서 애국심을 믿는다고 말했다. 자칫 전체주의적 사고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반기문은 "(자신을) 민족 발전을 위해 바치겠다"는 말로 메세지를 갈음했다.

정권교체 아니다. 정치교체다?

반기문은 귀국메세지에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되어야 한다." 힘주어 강조했다. 곱씹어 보면 정말 무서운 말이다. 바로 '정권교체가 아니다'라는 말은 여당을 포함한 범보수 정권을 그대로 이어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은 광장민심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런 반기문에 되묻고 싶다. 광장민심 즉, 연인원 1000만이 훌쩍 넘은 촛불민심이 무엇인지를. 촛불민심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재의 빠른 탄핵결정,정권교체,구시대 적폐 청산 등을 말하고 있다. 정권교체는 아니고 정치교체다? 반기문이 말하는 정치교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그 속내가 궁금하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박근혜들(수구파)의 인식과 매우 닮아 있다. 현재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5일 2차 변론에서 대통령 변호인단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라며 촛불민심을 폄하했다. 반기문의 촛불민심 왜곡하는 모습은 이와 괘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의 귀국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역사학자 전우용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권교체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로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2012.12. 박근혜)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가 필요하다."(2017.1. 반기문) 
5년 전에 유행했던 말을 다시 꺼내는 걸, '시대착오'라고 합니다.

라며 반기문의 이 말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의 말을 다시 꺼낸 것이라면서 '시대착오'라고 규정하였다.

일부인사들이 보여준 편파적 태도?

"지극히 편파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일부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는 유엔과 제 가슴에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겼다.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 또 유엔의 이상까지 짓밟는 이런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반기문은 메세지에서 편파적 이익을 앞세운 일부인사들의 태도가 유엔과 자신에게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겼으며, 자신의 진정성과 유엔의 이상을 짓밟았다고 분개했다. 반기문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3만불을 받았다는 의혹을 들고 나온 이들을 의미하는 것인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의 행태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는 것인지, 새누리당의 분당사태로 보수가 분열된 것에 실망을 했다는 것인지 너무 막연하다. '편파적 이익','진정성'이라는 말에 중점을 둔다면 박연차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자신을 음해하려고 한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박연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하며 부인했다. 박연차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면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면 될 것이다.

반기문 불사르겠다...유신 박정희 따라하나?

지난해 12월 21일 역사학자 전우용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사람들은 대개 남의 몸을 불사른다"고 지적했다. 12일 반기문의 귀국메세지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등장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자신을 불사르겠다고 한 것이다. ⓒ 전우용 트위터


역사학자 전우용은 지난해 12월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1974.5.24.) 유신시대 박정희가 썼던 휘호입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불사르겠다'는 사람들은, 대개 남의 몸을 불 사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반기문이 귀국 메세지에서 이와 거의 같은 표현을 썼다.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되어 있다","국민과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다고 하면 저는 하겠다","민족의 발전을 위해서 바치겠다"라는 말을 한 것이다. 박정희는 유신군사독재를 통해 수많은 죄없는 국민을 억압하고 탄압했고, 끝에 가서는 부마민주항쟁으로 인해 정권이 몰락한다. 김재규는 유신의 심장을 쏘며 잠시나마 서울의 봄을 맞이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대선공약을 따라하고 박정희의 휘호마저 따라하는 반기문. 그의 이런 행태가 그의 말대로 우려스럽기만 하다.

반기문은 수십년 외교공무원을 한 사실상 정치 문외한에 가깝다. 더구나 10년이나 한국을 떠나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메세지와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변명만 늘어놓았다. 현안에 대한 어떤 구체적 인식과 대책은 없었다. 단지 박근혜식 훈시성 멘트만 있었을 뿐이다. 남자 박근혜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반기문은 자신의 귀국에 인천공항공사측에 특별의전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또 반기문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친서민적 행보라며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고, 서울역에서 내려 자동차로 사당동 자택에 도착했다. 이와중에 반기문은 처음에는 서울까지 지하철로 가기로 했다가, 승용차로 바꿨고, 또 고속열차를 타고 간다며 여반장하듯 했으며, 열차탑승 시간도 변경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반기문의 귀국 및 기자회견, 귀가 등의 과정을 보고는 "박근혜 화법+안철수 간보기+황교안 황제의전"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의 반기문. 우려스럽다고만 말했던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그가 실제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지 궁금하다. 부디 귀국메세지와 같이 알맹이는 없는 행보가 아니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뉴스 블로그(http://blog.ohmynews.com/rkeldj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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