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주만의 음율이 가득했던 <피아노 원주율>

-나원주의 단독콘서트 <피아노 원주율>을 보고

검토 완료

김시정(yoyoeli)등록 2017.01.10 14:07
2016년 11월, 5년여 만에 신곡 '거울'로 돌아온 나원주가 2017년 1월, 또 다른 신곡과 함께 단독콘서트 <피아노 원주율>로 인사를 전했다.

나원주. 작곡, 작사, 편곡에서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던 그의 이름과 음악을 알아차리고 내심 반가워하던 이들에게 이번 공연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 같은 선물이었다. 특히 지난 해 11월 5일 5년만에 <나원주, 그리고 첫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그의 소극장 공연이 예매 시작 5분만에 매진되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필자에게는 더욱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1995년 제 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나의 고백'으로 대상을 받으며 대중가요계에 문을 연 나원주는 다음 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인 정지찬과 함께 1997년 그룹 <자화상>을 결성하여 2장의 앨범을 냈다. <자화상>은 음유시인 유재하의 이름을 딴 음악경연대회 출신답게 시 같은 가사와 단어, 단어들을 담백하고도 소복히 담은 음율로 '나의 고백', '어쩌란 말인지', 2014년 가수 백지영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시 재탄생한 '니가 내리는 날'과 같은 히트곡을 남겼지만 1년 남짓한 짧은 활동 기간 후에 막을 내렸다. 이후 2003년, 2005년, 2010년 짧지 않은 간격으로 세 장의 솔로 앨범을 내고 주로 작곡, 작사가로 다른 가수들의 작업에 참여해왔기에 가수 나원주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싱어송라이터에게 느끼는 것이지만 자신이 쓴 가사와 음율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만큼 진솔하게 다가오는 노래는 없을 것이다. 나원주만의 색이 짙은 가사와 음율에는 가늘게 떨리면서도 한 음, 한 음을 부드럽고도 힘있게 감싸안는 그의 음색이 딱 어울린다. 그의 소리는 바알갛고 붉은 빛깔의 강렬함을 지니는 동시에 스산한 바람에 몸을 맡기는 처연함이 물씬한 단풍잎 같다. 사랑하는 과정 중에 겪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는 그의 음악에서는 언젠가 떨어질 운명을 알고도 우직하게 나뭇가지에 매달린 강인함과 그때를 기다리는 쓸쓸한 고요함, 하지만 땅에 내려서는 바람을 타고 까르르르 뒹구는 천진난만함 등의 다양한 표정이 아려있다.

이번 콘서트 <피아노 원주율>에서는 비교적 더 많이 알려진 <자화상>의 노래들보다 자신의 음악색이 더 짙은 솔로 앨범에서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피아노 원주율>이라는 콘서트의 제목에 어울리게 피아노 경음악으로 편곡한 '니가 내리는 날'로 문을 연 그의 공연은 그의 피아노 연주와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하여 11개의 곡을 만끽할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과정이라는 스트링 편곡에 대한 고충을 귀엽게 털어놓으며 스트링 쿼텟과 함께  '시간에 거는 기대', '나처럼..., 나만큼', '비밀 속의 비밀'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또 관객과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는 관객들에게 후렴구를 연습시켜 '내 어린시절'과 '구름 위로'를 함께 부르고, 변함없는 순수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자화상> 시절 노래 '어쩌란 말인지'를 열창했다. 콘서트 전에 미리 지원을 받아 선정된 관객과 준비하여 한곡을 함께 했는데 가수 지망생이라는 여자 관객의 소리와 나원주의 목소리, 피아노 연주, 스트링 쿼텟이 어우러져 더 풍성한 '꽃, 비, 슬픔'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나원주 만의 색이 가득한 발라드, '꿈에', 'Just for you', '오늘처럼 다시 눈이 내리면', '아버지' 등이 하나로 엮어진 그의 피아노 소리와 목소리로 연주되었다.

시크한 유머를 수줍게 뽐내며 프롬터의 도움을 받아 중간중간 다소 부자연스러우면서도 맛깔스러운 멘트를 던지는 모습에서 음악과는 또 다른 나원주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원주'라고 대답하는 팬들이 '그게 누구냐'는 주변의 어색한 반응을 듣게끔 더 열심히 노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럼에도 노래한지 20년이 되는 지금까지 나원주를 잊지 않고 이 자리를 함께 해주어 감사하다고 관객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특별히 이번 9일에 발표된 신곡 '그런 게 아닌데' 싱글앨범과 악보를 발표 이틀 전인 단독콘서트에 온 모든 관객에게 선물하고 선공개하는 그의 노력에서 감사함이 묻어났다.

5년만에 들을 수 있었던 나원주의 목소리와 그의 노래. 육아를 하며 지낸다는 그의 너스레에서 인간 나원주에게 한 뼘 가까워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그의 노래와 목소리로 그를 더 알고 그 안에서 함께 느끼고, 함께 울고, 함께 사랑하고픈 욕심은 비단 필자의 것만은 아니리라. 콘서트를 마치며 약속한 인사말처럼 이제는 더 자주, 그리고 많이 그를 보고, 듣고, 만날 수 있기를. 그의 음악을 느끼고, 살고,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나원주의 단독콘서트 <피아노 원주율>은 지난 7일 늦은 7시, 200석이 조금 넘는 작은 극장 베어홀에서 열렸다.
첨부파일 나원주IMG_900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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