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정유라 보도 논란

기자가 신고를 한 것보단 검거과정 보도가 알권리에 부합한지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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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closer82)등록 2017.01.06 10:44
이 논쟁은 기자 역할에 대한 몰이해를 전제한다. 기자는 본래 '개입자'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사회 현상에서 문제점을 짚어낸다. 단순 사실을 나열하는 게 기사가 아니다. 기사를 쓰는 것부터 사회 개입인 셈이다. 기사가 설정한 의제를 두고 사회적 의미 여부를 분별할 수 있지만 개입 행위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CBS 변상욱 기자가 군 내부고발자를 사옥에 숨겨주었단 식의 적극적 개입, 또는 최순실 게이트에 침묵하는 MBC 취재도 개입이다. 침묵까지도 포함한 기자 활동 모두는 사회에 대한 '개입'이다. 문제는 개입 그 이후에 있다.

개입과 조작은 다르다. 기자가 사안에 개입할 수 있는 건 사안이 사실, 그 사실을 모은 진실을 전할 것을 전제한다.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시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조작해선 안 되는 셈이다. MBC 김세의 기자가 기사에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넣어 비판받았다. 단순히 없는 이야기를 넣어서가 아니라 거짓 인터뷰가 김 기자 시각을 인정하도록 한 게 문제다. 이게 '조작'이다. JTBC 기자는 범죄 피의자를 좇다 경찰에 신고했고 이를 보도했다. 여기에 '조작'은 없다. 오히려 진실을 전달하는 기자 역할에 사회 공익을 증진하는 '용감한 시민' 역할이 추가된 것으로 봐야한다.

JTBC 기자가 사익을 추구했기에 보도윤리를 저버렸단 비판은 틀렸다. 보도가 개입을 전제로 한다해도 사익 추구는 안 된단 논리다. 이런 논란을 막기 위해 공동기자단이 함께 했어야 했단 충고도 나온다. JTBC 기자 보도로 그날 뉴스 시청률이 오른 건 사실이다. JTBC 기자 역시 주가가 올랐을 터다. 그러나 이는 인과를 뒤집은 논리다. 시청률은 좋은 기사에 따라오는 결과물이다. 좋은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이 높아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겉에 드러난 결과를 이유로 의도를 매도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근거 없는 비판이기 때문이다. AP뉴스도 노예 노동 현장을 취재하고 이후 퓰리처상을 받았다. 당국에 관련 사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JTBC 기자를 향한 비판이 옳다면 이들이 퓰리처상을 받기 위해 취재를 했단 주장도 옳은 게 된다.

이 논란은 보도기준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자가 범죄 피의자 신고를 한 행위를 비판받을 이유가 없을지 몰라도 피의자 검거 과정을 보도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시청자 알권리를 기준으로 보도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비선실세가 국가를 움직인 과정을 아는 증인이자 공모자인 정유라 씨를 검거한 일은 보도가치가 있다. 그러나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은 큰 의미가 없다. 검거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는 등 문제제기할 지점이 있다면 몰라도 검거자체에선 특별한 지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사실을 전달하면 될 일을 3분짜리 리포트로 구성한 건 시청자 흥미를 끌어내는 게 목적으로 보인다. 이런 보도를 용납할 경우 시청자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 치중하는 기사가 양산될 수 있다. 이 경우엔 검거 과정 보도보단 경찰서에서 인터뷰한 부분, 정유라 증언을 집중 보도하는 게 옳다.

2010년 시사IN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를 취재과정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PC방에서 만난 그들과 나눈 이야기는 '몰라요. 말하기 싫어요'가 다였다. 보도 가치가 없었던 셈이다. 이를 기사에 넣었다. 기자가 경험한 특별한 사건 또는 독자 흥미를 끌 사안으로 판단했을 터다. 그러나 여기에 독자 알권리보단 가해자가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 즉, 인권침해만 있다. 마찬가지다.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개입은 하되 그 사안을 조작하거나 독자, 시청자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은 자체 검열해야 한다. 이 논쟁으로 우리가 논의해야 할 지점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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