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감옥 쑤미쑤거드(Søbysøgard)에서 교도관 카트리나(Katrina)와 수감자 토미(Tommy)가 열린감옥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열린 감옥은 덴마크가 신뢰사회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안홍기
하지만, 이러한 덴마크 사회의 갈등관계 해결을 위한 사회적 소통체계가 얼마나 발달했는가를 결정적으로 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뭐니 뭐니 해도 열린감옥(Open prison)이었다. 쑤미쑤거드(Søbysøgård) 주립교도소는 코펜하겐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핀(FYN)섬의 오덴세(Odense) 근처에 있다. 쑤미쑤거드 주립교도소는 1933년 미성년자들을 위한 교도소로 이용됐다가, 1973년 이후 교육에 중심을 두고 열려있는 감옥이 됐단다.
먼저, 열린 감옥에는 담장이 없었다. 우리는 분명히 감옥 안 마당에서 투어를 출발하였는데 감옥 시설들을 돌아보는 동안 어느새 대문 밖에 나와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교도소 숙소 옆에는 뜻밖에도 놀이터와 그네가 놓여 있었다. 이유를 물어 보니 그곳에서는 수감자의 가족들과 아이들이 종종 놀다 간다고 한다. 듣고 보니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
숙소를 방문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건 학교 학생 기숙사 수준 그 이상이었다. 침대는 기본이고, 책상, 냉장고, 전기 다리미, 헤어 드라이기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정원이 내다보이는 창문 밖 풍경은 심지어 평화로운 가정 집의 앞마당처럼 보였다. 순간 세상살이 험하고 지친 사람들은 모두 이곳으로 이민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식사도 거실 옆의 공동주방에서 그들 스스로 해 먹는다고 한다. 마침, 부엌을 보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동시에 물었다. "그럼 칼은?" 마냥 신기하게도 여느 다른 주방처럼 칼은 제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놀라운 일은 계속 됐다. 쑤미쑤거드 주립교도소의 여성 교도관 카트리나(Katrina)는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에도 그렇다고 한다. "그 이유는 범죄자를 범죄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이 어떻게 하면 앞으로 잘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열린 감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그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이 자신있게 말했다.
이때, 그녀와 함께 우리에게 감옥생활에 대해 소개해 준 또 한 명의 가이드가 있었다. 그는 바로 수감자 토미(Tommy)였다. 그는 마약 밀거래로 수감되어 12년형 중형을 살고 있는 중이었다. 한 일행이 그에게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철학자처럼 대답했다.
"덴마크는 행복한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가장 최소한의 사람만이 불행하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서로 도와줍니다." 지금은 마을을 오고가는 운전기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모범수로 곧 감형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이미 그는 자유롭게 집에도 가고 마을에 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교육을 받기도 한단다. 나는 "혹시 마을에 나갈 때 교도관도 같이 가는가?"물었다. 대답은 "No~!(아니오)" 였다.
그런데 열린 감옥도 놀라웠지만, 들을수록 감옥 바로 옆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토미(Tommy)는 그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 마을에 갔을 때는 가끔 시선을 느끼기도 했지만, 먼저 나부터 그것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대부분 친밀하게 대해줍니다." 분명 덴마크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은 이런 일들이 가능한가? 우리 마을에 교도소, 그것도 열린감옥이 들어온다고 한다면, 과연 평온할 수 있을까? 나는 토미의 이야기를 통해 역시 그 핵심은 어떻게 하면 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주는 '사회적 소통'의 결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사회적 소통 언어는 바로 '신뢰'였다. 그의 말처럼 물론 처음에는 수감자가 먼저 사회를 신뢰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사회가 최선을 다해 그를 돕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덴마크 사회는 바로 그에게 이러한 약속을 지킴으로써 마침내 그 순환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는 실질적인 소통 시스템이 있었다. 카트리나의 말처럼 수감자들을 죄인 취급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교도관이 총을 소지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먼저 시작해 감옥의 생활 환경을 집처럼 안정적으로 바꾸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며, 심지어 마을로, 집으로 가는 훈련까지, 바로 이 모든 과정과 단계들이 그 시스템 속에 녹아들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것이 지속 가능한 이유는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수감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것 즉,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다같이 경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덴마크 사회는 죄수의 약 50%가 열린 감옥에서 있으며, 이 경우 재범 확률도 일반 감옥보다 낮고, 감시 인력이 적으니 운영비도 훨씬 절감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한 인간에 대한 신뢰로 시작해서, 실패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 주는 사회, 교육의 기회를 주는 사회는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선순환적인 사회적 소통 시스템이 성숙해지면 갈등이 최소화된 효율적인 사회가 되고 나아가 바로 그들처럼 신뢰의 문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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