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 남편들도 모두 반성합시다.

읽으면 부부 문제가 술술 풀리는 책

검토 완료

김용원(omybomnall)등록 2017.01.03 21:54
- 성공적인 부부문제 비법전수

도서출판 스틱에서 성공적인 부부생활을 위한 비법을 38개로 정리한 <남편의 반성문>이 인기다. 최근 가정법원의 판례 수백건을 분석하여 이혼으로 가는 잘못된 행동유형을 38개 카테고리로 묶어 항목별로 문제와 주의할 점을 정리한 것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혼부부, 기혼자, 이혼하고 재혼을 꿈꾸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혼의 유형을 판례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구체적인 결혼 실패와 결혼 성공의 비법을 전한다. 더욱 이 책이 특색이 있는 것은 문제 항목마다 이와 관련된 시인들의 시(詩)와 성서구절, 가족법이론, 판례가 등장하여 재미있고 깊이있게 설명을 더한다.   

- 이혼은 우울한 기억

이혼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 응원했던 지인과 가족들에게 가슴 아프게 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혼에서 버려지는 심정을 다음과 같은 시로써 설명하기도 하는 등 이 책에는 항목별로 적절한 시도 인용을 하는 등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서 따분한 혼인에 관한 이론만 설명하는 책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까지 통학하는/초등학교 삼학년 계집아이가/열차를 놓친 빈 들녘에서/혼자 서럽게 울고 있다/역사도 없는 강매역/이름만 있을 뿐인 빈 들판/하얗게 내린 찬 서리 위로/바람에 나부끼는 억새풀이/눈부시도록 아름답다/모두가 떠난 쓸쓸한 간이역/너와 내가 버려지는 날들이/
어디 오늘 하루만이랴/칼바람 서걱대며 우울한 기억을/사정없이 강매(强賣)하는/십이월의 강매역(江梅驛)

뿐만 아니라 흥미와 깊이를 더하기 위해 판례와 시, 나아가 조선왕조실록의 이혼 기록, 성서 구절, 가족법 이론등이 흥미진지하게 펼쳐진다. 흥미있게 읽다보면 혼인생활의 진면목이 무엇인가에 대해 저절로 깨우치게 된다. 알면 지키고 모르면 망치는 것이 내 가정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새로운 남편, 아내로 탄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 저자가 직접 쓴 '나의 반성문'이 인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심각하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다. 올해로 결혼생활 30년, 당신을 만나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결혼 파트너로서 마땅히 남편인 내가 짊어져야 했던 짐들을 감당하지 못했으니까...하지만 당신은 없는 살림에도 주부로서 역할을 잘 감내해 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남편인 나에게 있었다. 나는 분수를 모른 채 허황한 꿈만을 꾸었다. 법관이 되기를 꿈꾸다가 실패하자 늦은 나이에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려고 몸부림을 쳤고 그것도 여의치 않아 궁지에 몰린 나는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를 꿈꾸며 시간과 물질과 정력을 다 허비했다. 그러면서 끝 모를 방황을 하는 동안 당신과 함께 같은 리듬을 타며 일심동체로서의 부부생활을 유지해 오지도 못한 것 같다.

늘 버는 것 이상으로 지출하여 가정경제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가지 말았으면 좋았을 길들을 기웃거리느라 정작 가정의 장막을 든든하게 세우는 일에는 소홀히 했다. 당연히 우리 살림살이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조그만 비바람이 불어와도 위태롭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집 남편들처럼 겸손하거나 성실하지도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찾아 들어가고 싶을 정도다. 세상 사람들이 돌다리도 두드리며 한 걸음씩 착실히 내딛으며 자신들의 앞가림을 해 나갈 때 나는 겁도 없이 뛰고 달리다가 넘어져 멀리 숨죽여 지켜보던 당신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릴 적 무능한 아버지를 책망하던 내 어머니의 한을 며느리이자 내 아내인 당신에게 물려주게 되어 가슴 아프다. 나는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었음을 스스로 자책한다. 교만해서 다른 사람들 밑에 들어가 꾸준히 실력을 쌓고 힘을 길러 가정을 잘 지켜야 했지만, 꿩의 몸통보다는 닭의 머리라도 되겠다며 허리 굽혀 남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을 경시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대신 일확천금과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인생의 한 방을 노리며 냉혹한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떠도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살아왔다.

더 미안한 일은 신혼시절 큰 딸아이를 낳자마자 입대하는 바람에 군에 간 남편을 기다리며 혼자 그 긴긴 서러운 세월을 감내하게 한 일이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좋은 남편이 되어야 마땅했지만 비겁하게도 나는 그만큼 강한 사람이 못 되었다. 당신은 우리 가정의 위기 때 아내의 역할을 잘 감당해 왔지만, 남편으로서 내가 담당했어야 할 역할은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도무지 그런 나 자신을 스스로 용서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매사가 서툴렀던 내가 가장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을 아내로 맞은 일이었다. 내 아둔함을 생각할 때 당신과 부부의 인연을 맺은 것은 나의 안목과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순전히 하나님의 선물이고 그분의 은혜였다.

우리 살림은 불행히도 늘 마이너스였다. 등골이 휘어지도록 평생 은행을 먹여 살리느라 이제는 내가 죽어야 할 판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울 때마다 당신은 나를 향해 도대체 덧셈과 뺄셈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냐며 자주 질책을 하지만 늘 정신을 차리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결혼할 때 불알 두 쪽 차고 와서 당신을 고생시킨 일과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거기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일그러진 살림살이가 부끄럽다. 돌아보면 지난날은 그나마 거짓되고 허황한 꿈이라도 있어 그 꿈을 좇느라 여기까지 흘러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꿈마저도 다 날아간 지 오래여서 요즘의 걸음걸이가 늘 버겁다.

이제라도 내가 당신을 위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신의 가사 일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된 당신의 부엌일과 빨래와 어질러진 집 안 청소 일이라도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한결같이 돕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 반성은 아직 멀었다. 앞으로 나에게도 당신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그런 날이 있을까? 이제 날은 저물어 건너편에서부터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어서 걱정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내 과오는 너무나 크고 깊어 도무지 밤잠을 이룰 수 없다. 나는 정말 당신 앞에 구제불능의 죄인이다. 그래서 반성하며 사죄해야 마땅하다. 지난 30년 동안 철없는 남편과 동행해 주어서 미안하오. 앞으로 더 잘할 테니 조금 더 지켜봐 줘요. 여보,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의 남편으로부터)

덧붙이는 글 김용원저, 남편의 반성문 도서출판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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