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는 힘은 고발하고 도울 힘이 있다면 약자를 살려라

'힘'에 대한 <두 편의 동화>, 안오일과 임지형의 이야기

검토 완료

신남영(woodway)등록 2016.12.29 15:36
"더 가지기 위해 남을 짓밟는 힘은 진짜 힘이 아닙니다. 진짜 힘은 사람을 살리는 힘이지 죽이는 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오일, <우리들의 오월뉴스>, 뜨인돌어린이, 2016.

우리들의 오월뉴스 책 표지 ⓒ 뜨인돌어린이


"동화를 쓰기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동화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쓰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게 진실을 알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5.18정신(불의에 대한 저항, 나눔, 희생)을 아이들에게 잘 심어 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작가의 이런 소망과 고민이 이뤄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반장 선거를 계기로 동주는 자신을 골탕 먹인 기철이 사과하지 않자 언젠가는 사과를 받아내리라 벼른다. 그런데 둘은 하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 조가 되어 5.18국립묘지를 견학하는 동안 서로 마찰도 빚지만 체험 학습의 결과물을 만들며 점점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아이들은 체험학습을 통해 배운 것과 동주네 가족사를 버무려 뉴스 형식의 UCC를 만들어 선생님의 칭찬도 받고 갈등을 풀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이번에 광주로 체험 학습 다녀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선생님이 바란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보여 줬다. 모두들 고맙다. 그리고 일 등한 7조, 잘했어. 특히 5.18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그때의 뉴스를 다시 진행하는 방식으로 한 거 인상 깊었다."  

5.18을 소재로 한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동화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작가의 말처럼 특히 '광주에 살고 있는 작가로서 의무감 같은 것'이 이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 장점이 되면서도 부담감도 컸을 것이다. '여러 번의 수정과 퇴고'를 거쳤다는 자백이 그걸 뒷받침하고 있지만 그러기에 이 작품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되 요즘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의 핵심을 재구성하고 뉴스 형식의 전달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근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더 의미 깊은 동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 5.18은 아이들에게 '가장 아픈 역사지만 가장 아름다운 역사'로 기억이 될 것이다.

안오일 작가는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푸른문학상·한국안데르센상·눈높이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동화도 같이 쓰고 있다. '건강하고 밝은 이야기, 따뜻하고 힘 있는 이야기를 써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모쪼록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은 책으로 <올챙이 아빠>, <천하무적 왕눈이>, <이대로가 아닌 이대로>, <막난 할미와 로봇 곰 덜덜> 등이 있다.

임지형, <슈퍼 히어로 우리 아빠>, 고래가 숨쉬는도서관, 2016.

<슈퍼히어로 우리 아빠> 책 표지 ⓒ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힘이 있는 사람은 그 힘을 다른 사람을 위해 올바르게 써야 하는 거야.'

산하는 뉴스에서 사람을 구하는 타이거맨 소식을 보게 된다. 타이거맨은 위험한 사고가 생길 때마다 사람을 구해주는 영웅인데 타이거맨의 엉덩이가 아빠의 엉덩이를 닮은 것 같고 등산을 갔다 왔다는 아빠에게서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난다. 결국 산하는 아빠 방에서 타이거맨의 마스크와 망토를 발견하게 되고 아빠가 타이거맨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영웅으로 선망하던 슈퍼 히어로 아빠가 정작 가족에게 중요하거나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산하는 아빠를 미워하게 된다.

" 사실 <슈퍼 히어로 우리 아빠>는 산하를 통해 영웅의 가족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우리를 위해 생명을 걸고 일하는 분들(그 분들이 누가 되었건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일하는 분들)을 결코 잊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분들의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했어요."

작가의 말처럼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당사자보다 더한 고통과 가난 속에서는 살아온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슈퍼 히어로가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있을 때, 우리가 슈퍼 히어로의 가족들을 지켜 주자"고 말한다.

독일은 지금도 구십이 넘은 전범을 찾아 법정에 세우고 형을 집행한다고 한다. 공과를 분명히 밝혀 상과 벌을 확실히 하는 것이 민주국가 법치의 근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반민족적 친일세력을 한 번도 제대로 청산한 적이 없다. 오히려 민족을 위해 순국하거나 옥고를 치른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보상과 예우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든다.

임지형 작가는
매일 자신의 '이야기 방에 찾아들 이야기를 기다리며 아이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이야기, 그 이야기로 아이들 맘속에 깊이 자리하는 이야기꾼'이 되길 소망하는 사람이다.
2008년 <무등일보>로 등단해 2009년엔 목포 문학상을 받았고 2016년엔 교보문고 창작동화 작가 10인에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진짜 거짓말>, <열두 살의 모나리자>, <마루타 소년>, <가족선언문>, <피자선거>, <얼굴 시장>, <고민 들어 주는 큰입이>, <우리 반 욕킬러> 등이 있다.

대담중인 안오일, 임지형 작가 열악한 출판시장에서 작가들의 협력과 연대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 신남영


사람들은 힘이 생기면 그걸 이용해 남을 힘들게 하고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 다반사다. 정권의 공백기에 권력을 탈취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자들은 지금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발뺌을 한다. 그런 불의한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임에도 5.18 당시의 언론은 권력에 굴종하여 진실을 왜곡하여 진상을 가리는 데 앞장 섰다. 진실을 왜곡하는 방송국이  화염에 휩싸였던 것은 그런 현실에 대한 분노의 상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안오일 작가의 <우리들의 오월뉴스>는 아이들의 생생한 뉴스를 통해 언론의 당위적 진실을 역설적으로 꼬집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인류의 위기를 구하는 영웅들이 스크린에도 출몰하는 세상이다. 난세엔 영웅을 바란다고 힘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뭔가 강력한 존재가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환타지는 그런 현실이 가능할 것이라 환상을 심어주지만 부정 부패로 얼룩진 현실의 벽은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어려운 문제를 점점 해결하듯 사회적 토론을 통한 집단지성과 풀뿌리 백성들의 촛불의 행진처럼 진정한 영웅은 깨어있는 민중의 자각과 연대 속에 있을 것이다.

짓밟는 힘이 있다면 누구라도 고발하고 도울 힘이 있다면 함께 돌아보고 약한 자를 살려야 한다. 그것이 불의한 권력과 자본의 힘에 맞서 저마다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진정한 영웅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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