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우리 대통령상

시대적 사명 꾀뚫고 있는 통큰 리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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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ksleeusa)등록 2016.12.23 13:51
나라가 잘되려면 한 사람이 잘해야 한다. 대통령이다. 박/순실 게이트가 보여주었다. 지도자의 인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았다. 지도자가 살아온 배경, 맺고 있는 인간관계, 적대관계, 좋은 자질과 나쁜 성질이 수천만 시민들의 삶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이제 게이트 마무리는 법치국가답게 법적절차에 맡기면 된다. 대선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택이 중요해졌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시대,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구분도 사실상 없어졌다. 새로 등장하는 트럼프정부의 4년, 미국제일주의,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가 지구촌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지도자의 대처능력에 따라 나라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시기다. 사실상 국내정치의 승부는 이 부문에 비하면 아주 작은 문제일 수 있다. 국제관계에 우리의 목숨줄과 밥줄이 모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국제관계는 무엇일까? 나는 세계인들로부터 존경받는 대국(大國)의 길에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강대한 경제력과 무력(武力)을 줄기차게 키워가면서 높은 도덕성을 갖추어가야 한다. 국제사회의 리더십은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헐벗은 나라들에 대한 봉사와 원조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국제화란 것도 결국은 한국인의 도덕의식이 국경을 넘어 세계인에 대한 책임감으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한갓 추상적인 당위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를 국가의 정책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원대한 비전과 영도력에 달려있다.

영도력은 국민이 원치 않은 일이라도 대국적으로 옳은 일이면, 온갖 힘을 다하여 설득, 이를 성사시킬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말한다. 민심은 천심인가? 그것은 민(民)이 동질적인 인간의 무리, 일반의지의 주체로서 항상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성립할 뿐, 오늘날처럼 세계와 연결된 크고 복잡한 사회에서는 가당치 않는 말이다. 국민을 설득하려면 믿음직한 인간적인 무게와 꾸밈이 없는 순수함도 갖고 있어야 한다. 족지다모(足智多謀)로는 안 된다. 또한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어두웠던 과거의 역사가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다. 좌와 우, 흑과 백, 밖에서 보는 한국 사회는 마치 전투장 같다. 이제 포용과 중도의 정치로 사회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꿀 때가 되었다. 과거는 관용하고, 미래를 통합으로 웅비할 후덕한 지도자가 필요한 까닭이다.

대권잠룡들 가운데 이런 비전과 지도자의 조건을 100% 갖춘 사람은 아직 없어 보인다. 국운(國運)이었을까? 우리에게는 시대마다 절박했던 문제를 해결했던 리더들이 있었다. 긍정적 측면만 보자. 자유진영 선택, 빈곤탈출, 산업화, 군의 정치개입 근절, 민주화, 북방외교, 세계화...우리는 이런 일련의 터널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통과, 반세기도 안 되는 단기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군사 중강국을 만들었다. 물론 국민의 엄청난 희생과 노력으로 이룬 것이지만, 대통령들 나름의 시대적 리더십으로 국력을 모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차기 대통령의 선택기준을 여기에 두어야하는 이유다.

시대가 크게 변했다. 세계 200여 나라들 가운데 10대 경제대국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 과거 민주화투쟁 경력만으로 대권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뛰어난 영도력을 발휘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처칠도 영국국민은 평화의 시대가 오자 매정하게 버렸다. 필자가 그려보는 새 대통령의 초상화는 이렇다. 새 시대 최우선 국정과제를 명확히 꾀 뚫어보고 있을 것, 경제/안보/국제관계 만큼은 대통령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할 정도의 경륜, 식견 그리고 큰 비전을 갖고 있을 것, 국내외적으로 난마처럼 얽혀있는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정확히 저울질할 두뇌를 가지고 있을 것,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법치/민주적 사고와 함께, 십상시(十相侍) 같은 간신배들은 멀리하고, 사심(私心) 없는 유능한 참모들을 가까이 두고, 국정의 주요사안들은 격론에 붙여, 그들이 정치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고, 미진한 부분은 끝까지 캐물어서 알아내고, 큰 줄기를 파악한 뒤에는 각료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지는 통 큰 지도자를 기대한다.

이계송 / 재미자유기고가
덧붙이는 글 전남일보에 게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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