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민주주의 '아름다운 강산' 신대철 기타연주로 발현되길...

신대철 화내는 게 당연하다...친박단체 탄핵반대도 모자라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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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호(endrmfdl)등록 2016.12.18 20:13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사모가 집회에서 자신의 아버지 신중현이 만든 '아름다운 강산'을 이용한 것에 대해 크게 분개했다. ⓒ 오마이뉴스 / 신대철 페이스북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88년 당시 필자는 TV에서 국민가수 이선희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담긴 노래를 접하게 된다. 마치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세계인의 가장 큰 잔치인 올림픽을 유치한 우리나라의 저력을 찬양하는 것 같았다. 바로 '아름다운 강산'. 엄청난 성량으로 부르는 후반부 '아.름.다.운.강.산!" 부분은 속이 뻥 뚤리는 것 같은 시원함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 노래는 단순한 곡이 아니었다. 17일 친박단체는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대형 스피커를 통해 이 노래를 틀었다. 이 장면을 TV를 통해 본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크게 분노했다. 신대철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단체가 안국역 앞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너무 기가 찬 광경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했다. '아름다운 강산'은 신대철의 아버지 신중현씨가 작곡한 곡이다. 신대철은 아버지 신중현씨가 이 노래를 작곡한 배경과 노래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했다.

'아름다운 강산'하면 떠오르는 가수 이선희. 88년 당시 이곡을 리메이크했다. 올림픽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긍지를 잘 살린 곡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곡은 유신독재에 항거하는 의미가 내제된 곡이었다. 사진= 지난 2014년 3월 25일, 이선희가 15집 발매기념 쇼케이스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당시 박정희 군사독재유신 정권은 신중현씨에게 '각하의 노래를 만들라.'고 강압했다고 한다. 신중현은 박정희 찬양가를 만들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여당인 공화당에서 전화가 와 똑같은 요구를 하면서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라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 뒤 신중현이 작곡한 메가히트곡인 '미인','거짓말'을 비롯 수십곡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례로 거짓말의 경우 사회에 불신풍조를 조장하고, 정권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금지 당한다.) 금지곡이 된다.

이렇게 박정희 유신정권에 찍힌 신중현이 74년에 작곡한 곡이 '아름다운 강산'이다. "권력자(독재자 박정희)를 위한 찬양곡은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 곡"으로 아들 신대철은 설명한다. 하지만, 이 곡 역시 금지곡이 된다.

신대철은 아름다운 강산의 가사에 교묘한 메세지가 숨어 있다고 했다.  즉, 전반부의 핵심은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 희망을'

후반부 핵심은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날 살고 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꿈을 
만들어 보고파.'

이라는 것이다.

신대철은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격 되었던 시대의 외침으로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 희망을' '~말해야지...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라고 한 것"이라며, "어쩌면 아고라 민주주의의(광장민주주의) 실현을 꿈꾼 것일까."라고 평했다. 광야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육사의 광야다. 철저히 억압받은 일제시대에도 우리민족의 독립된 광야를 꿈꿨던 이육사. 신중현도 박정희 유신정권의 폭압에서도 언젠가는 진짜 민주주의를 찾는 그날의 광야를 희망했던 것이리라. 그는 이러한 이유로 '아름다운 강산'이 유신내내 금지곡이었다고 말했다.

신대철은 "그러므로 박사모,어버이 연합 따위가 불러서는 안된다."고 분개하며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노래는 가사라는 시에 음악을 곁들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는 암축적 의미를 내포하고,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한다. 신중현의 시대의식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 제시의 좋은 뜻을 훼손하고, 해당곡을 금지했던 독재 박정희 정권에 이어, 박근혜를 우러러 받들며 시대와 역행하는 목소리를 내는 친박단체가 불러서는 안되는 곡이라는 것이다. 친박단체가 탄핵반대도 모자라 '아름다운 강산'을 부른 것에 신대철이 화내는 것도 당연하다.

40년 지난 되살아난 유신의 망령...학문과 예술 자유의 억압
9차 촛불집회서, 아고라 민주주의 '아름다운 강산' 신대철 기타연주로 발현되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그동안 청와대 등이 조직적으로 나서며 불법적인 압제를 해온 것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청문회에서 삼권분립의 한축인 사법부마저도 수장인 대법원장이 사찰 받았다는 폭로가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와 함께 나왔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김기춘이 보수단체를 수족처럼 움직이고 고발하게 만들어, 예술계 인사를 탄압했던 정황이 있었고, 실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언론도 재갈을 물리고, 급기야는 문화예술계 인사 9473명의 광범위한 블랙리스크가 있다는 증언과 자료마저 공개된 바 있다. 박정희처럼 박근혜도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철저하게 짓밟으려 했던 것이다.

마치 시대가 유신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 헌법 제22조 1항에는 분명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헌법도 무시하는 헌정파괴 행위를 박근혜 정부가 저질러 온 것이다.

40여년전 시대로 역행하여 자유가 억압되는 상황이 벌어진 현실에서 그 현실을 비판하고,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꿈꿨던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 원작자인 신중현도 아들 신대철 못지 않게 분명 분개했을 것이다.

국회의 탄핵가결을 이루어냈다고 끝날 국민 촛불집회가 아니다. 탄핵이 실제로 헌재가 인용하여 통과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참에 지난 40여년간 기생해온 유신독재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뽑을 때까지 촛불은 더욱 불타올라야 한다. 24일 있을 9차 촛불집회에서 아고라 민주주의를 품은 '아름다운 강산'이 원작자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의 강렬한 기타연주로 발현되기를 소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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