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한 대행, 혹시 '하우스 오브 카드' 너무 봤나?

황교안 대행, 대통령과 같은 행보...대통령 아니야, 경거망동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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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호(endrmfdl)등록 2016.12.17 13:5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황 대행측에서 국회 방문시 대통령 의전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며 빈축을 샀다. ⓒ 남소연


퇴임을 앞두고 있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이 드라마의 마니아다. 바로 미국 백악관과 의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권력 암투를 그린 '하우스 오브 카드(아래 하오카)'다. 하오카의 주인공인 프랜시스 프랭크 언더우드(아래 언더우드, 케빈 스페이시 분)은 하원의원으로 여당 하원 원내대표이다. 그는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정부였던 여기자를 살해하는 등 각종 중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위험한 인물이다.

복잡하게 얽힌 이 드라마의 줄거리를 일일이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대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언더우드는 대통령 개럿 워커의 당선을 돕는 대가로 국무장관을 약속 받지만 워커 대통령은 약속을 어긴다. 언더우드는 이에 이를 갈지만 계속 워커 대통령을 돕는 척 한다.  

그리고 워커 대통령의 절친인 수십조를 가진 발전회사 사업가 레이몬드 터스크가 자신의 국무장관 취임을 막은 것을 알게 된다. 언더우드는 터스크의 중국사업을 돕는 조건으로, 터스크의 도움을 받아 부통령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언더우드와 터스크간에 벌어지는 실세암투. 엎치락 뒤치락 하는 과정에서, 언더우드는 터스크가 중국 불법자금을 끌어 들여 워커 대통령을 도왔음을 알게 된다. 그는 미중 외교회담을 고의로 무산시키고 그 책임이 터스크에 있는 것으로 몰아간다.

중국은 외교회담 결렬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광물자원의 수출을 전면중단하며 미중 무역 전쟁이 일어난다. 워커 대통령은 터스크와 관계를 끊고, 터스크는 이에 대한 반격으로 전기공급을 중단하여 전기료는 수배로 치솟는다. 언더우드는 터스크의 발전회사를 뺏겠다고 협박한다.

터스크는 중국 파트너와 함께 카지노를 통해 불법세탁한 거액의 돈을 상대진영인 공화당에 제공한다. 언더우드는 터스크의 중국 파트너를 배신 시키고, 이어 언론에 터스크가 카지노를 통해 행한 불법 해외 자금 세탁 및 정치자금법 위반의 혐의를 흘린다. 터스크도 언론에 언더우드의 심복 보좌관 더그 스탬퍼가 카지노에서 찍힌 사진을 흘리며 맞대응한다.

법무부는 카지노 CCTV를 확보하고 터스크의 중국파트너와 터스크, 백악관이 모종의 거래관계가 있었는지 특별검사를 선임해 파헤친다. 특별검사는 더그의 상관인 언더우드를 조사한다. 언더우드는 공무출장기록을 특검에 제출하면서 교묘하게 대통령의 출장기록도 끼워 넣는다. 대통령의 출장기록에는, 대통령이 결혼생활 문제에 대해 정신과 상담사를 찾아간 것이 적혀 있었다.

이렇게 되자 미국민들의 여론은 대통령의 정직성과 직무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미국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있는데 바로 정직성 문제다. 정직성이 의심 받는다는 것 자체가 정치생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언더우드는 하원 법사 위원회를 움직여 대통령 탄핵을 준비한다. 궁지에 몰린 워커 대통령은 터스크에게 대통령 사면권을 제안하며 손을 내민다. 여기서, 언더우드는 두가지 계략을 실행하는데 대통령에게는 탄핵을 저지 시키겠다고 속이며, 대통령이 터스크와 손을 끊게 만든다. 터스크에게는 탄핵된 대통령은 사면권이 없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사면해줄 테니 대통령이 공범임을 자백하라고 종용한다. 결국 이에 넘어간 터스크는 의회에서 대통령이 돈세탁과 연루 되었다고 폭로한다. 워커 대통령의 지지도는 8%로 곤두박질치고, 결국 워커 대통령은 사임한다. 지지율 4%임에도 그 자리를 꿋꿋히 지키고 있는 청와대의 박근혜와는 다른, 책임을 지는 행동이다. 대통령이 사임하자 부통령 언더우드가 대통령이 된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 언더우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각종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른다.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다분한 그에게 권력, 대통령만이 유일한 목표고 지켜야 할 것이다. ⓒ 넷플릭스


미국 대통령제와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근본부터 달라

하오카의 상황을 보면, 비선실세인 민간 사업가 터스크가 개입된 것이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이 개입한 것과 비슷하다.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나오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상황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미국 대통령제와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다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시 대통령 후보는 런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와 함께 유세한다. 미국민은 대통령과 함께 부통령을 한꺼번에 패키지로 뽑는 셈이다. 이렇게 부통령 또한 국민의 직·간접적 선택으로 뽑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이상의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의 유고나 하야시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 남은 임기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제도적으로 만든게 미국 대통령제다.

반면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의 유고나 하야시 헌법 71조에 의거,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시킨다. 헌법 71조에서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분명히 권한을 대행한다고 나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닌 것이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지명하여 임명된 것이다. 국민의 선택이라는 정당성 자체가 없다. 그래서 헌법 71조도 '권한대행'이라고 명기한 것이다. 이렇게 미국 대통령제와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근본부터 다른 측면이 있는 것이다.

황교안 권한대행, 혹시 '하오카' 너무 봤나?...행보 보면 완전 대통령
황 권한대행, 박근혜 정권 부역 혐의 하나씩 불거져...경거망동 말아야

황교안 권한대행의 요즘 행보를 보면 마치 '하오카'에서 언더우드 부통령이 대통령에 오른 것 같은 모습이다. 황총리 시절 KTX 오송역 관용차 불법정차 등으로 민폐의전의 대명사인 황 대행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며, 대통령급 의전을 요구한 사실일 밝혀졌다. 또, 황 대행은 16일 마사회장에 농업진흥청장 지낸 이양호를 임명하는 공공기관의 20여곳의 인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더불어 16일 황 대행은 한미연합사를 방문하였다. 이것은 완전히 대통령의 직권행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헌법 71조에는 권한대행이라고 나와 있지 대통령이라고 나와 있지 않다. 잠시 대신해서 역할을 할 뿐이다.

황 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국무총리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박근혜가 탄핵되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에서 황 대행이 행한 부역의 혐의도 또한 불거지고 있다. 우선 황 대행이 법무부장관에 오른지 19일만에 엘시티 투자이민제가 승인된 것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또한 황 대행은 법무부장관으로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당시 수사를 책임졌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감찰을 지시하여 국정원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심마저 샀다.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도 법무부장관이었던 황 대행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과 함께 검찰수사를 진두지휘하여 문건 유출의 본말을 전도시켜, 문건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비서관, 최경락 경위 등을 몰아 부쳤다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한편 한겨레는 16일, 황 대행이 '세월호 수사 틀어 막고 인사 보복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렇게 불거지고 있는 황 대행의 의혹들은 충분히 수사 대상이 되고도 남는 혐의점들이다. 검찰에서는 이러한 황 대행의 혐의에 대해 수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 거짓말 같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루머가 아닌 진실임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검찰출신, 그것도 대통령 권한대행을 검찰이 수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국민을 대신해 국회에서 특검을 임명한 것이다. 아무리 권한대행이라 할지라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죄가 드러난다면 국회에서는 황 대행을 탄핵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정공백 우려를 이야기하는데 지난 4년간 비선실세에 놀아났어도 안 망했다. 국민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 맡은 바 일을 성실히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를 하여야할 그 분들이 정치를 하지 않고 친목 사교회를 했다. 사교회만 했으면 모르겠으나 각종 불법을 저질러 국정을 문란케하고 헌정을 파괴했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그 윗선들이 빠지면, 능력있는 실무 공무원들이 알아서 잘 할 가능성이 더 높다.

황 대행은 행보는 위에서 전술한 대로 대통령의 그것이다. 국회의 출석도 거부한 무소불위의 대통령의 모습이다. 황 대행이 미국 인기드라마 '하오카'를 너무 봤을지 모른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국무위원이다. 국민이 뽑은 것이 아니다. 박근혜가 뽑았다. 그것을 망각하고 대통령 놀이에 빠져 또다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시즌 2를 찍는다면, 바로 국회에서는 탄핵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황 대행을 대신할 국무위원들은 뒤에 아주 넘쳐나니까. 황 대행은 현사태를 더 파국으로 몰아가기 전에 알아서 자중하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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