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문 - 그 철학적 순수성

[조훈 교수의 법 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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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wolken)등록 2016.12.01 10:13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전형이군요

이 부분 들을 때 지금 앳된 시골 소녀가 산에서 내려와 "나 순진한 소녀에요!"라고 외치는 줄 알았습니다. 한번 상상해보시지요: 현대 문물에 익숙하지 않을 소녀가 스스로 나 순진해요!라고 말은 하는 장면에서 가장 어색한 것은 뭘까요? 정말 순진한 소녀라면 순진이란 단어 자체를 아직 잘 모르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나 정확하게 그 단어를 그것도 스스로에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작은 사심도 품은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익 추구나 사심이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단어를 스스로에게 사용하려면 최소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고려하여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담화문은 또 다른 철학적 과제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은 사람은 전두환에게 6억을 받으면 가계부에 알뜰히 매달 지출 항목 적어가면서 나중에 생활비로 다 사용했다고 얘기하던가 아니면 애초에 자기가 받을 돈이 아니라고 거절합니다.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태어나면서 사찰이나 수도원에서 키워져야 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사익과 공익의 구분 기준에 대한 관념이 형성이 안 되었거나 교육에 의해 형성되었음에도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지요.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강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 사람은 무인도나 깊은 산속에 들어가 자연을 벗 삼고 동물들과 대화하면서 살고 있어야 합니다. TV에 나와 궤변을 풀 이유도 없고 극소수를 제외한 전체 국민에게 또 엄청난 스트레스를 퍼붓는 핵폭탄을 날릴 이유도 없는 것이겠지요.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순수하게 자기 방어를 하고 자기 정당화에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뭐 히틀러도 있었고 김일성도 있었고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사회에 패악질을 하면서 자기네 패거리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무리는 항상 있어 왔으니까요. 대한민국의 역사를 봐도 이런 범죄 집단은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생각이나 신념 그리고 철학을 다른 사람들이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그리고 이유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겠다고 작정하고 패악질에 전념하는 무리를 상대적인 다름일 뿐이라고 받아들이자고 할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것이 사람들 사는 원리이니까요. 서양 철학이건 동양 철학이건 철학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들입니다.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그 자체가 철학적 탐구의 출발점이고 목표에 해당하는 것이며 철학적 탐구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개똥철학도 철학이라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고 거짓말을 일삼고 언어유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경제적 수탈을 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이권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운운하는 것은 아무 철학도 아닙니다. 그냥 철학 자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 물론 형법에서는 형법 적용의 대상으로서 가치를 인정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담화문 발표 이후 이어진 여러 당의 의견을 듣다보니 드는 생각은, 새누리 당 내에서 친박, 비박의 구분은 사람들 사이의 친분을 기준으로 한 것도 아니고 일정한 세계관이나 인생관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하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된 것도 아니고 자신들만의 이익 추구 범위에 따른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입니다. 소위 법치주의 국가에서 그리고 헌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의문 제기는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은 물론 TV방송에서도 그 정도 자료를 넘칠 정도로 제공하고 있기에 이런 글도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친박/비박으로 스스로를 구분한 사람들은 그 구분을 인정하려면 친박과 비박의 근본적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겠지요. 즉 스스로를 비박이라고 분류하려면 친박이라는 카테고리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박의 기준을 모르면서 난 비박이야!라고 주장한다는 자체가 가능하겠습니까? 반대로 어느새 친박에 속해 있으면서 난 원래부터 그리고 지금도 비박이야!라고 해봐야 비난만 받겠지요. 그래서 드는 생각은 과연 지금 최순실 사태에 대하여 친박/비박이라는 분들의 입장 표명이 가능할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이렇게 집중됩니다.

소위 친박으로 분류되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언제부터 친박 그룹에 속한 것인지요? 친박 그룹이 추구하는 이해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요? 그리고 친박 그룹은 권력을 위해서 그리고 돈을 위하여 어느 정도까지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지요?"

그리고 소위 비박으로 분류되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친박이라는 그룹의 카테고리를 어떻게 파악하는지요? 여러분이 친박 그룹에 속하려면 어느 부분이 바뀌었어야 하는지요? 여러분은 친박 그룹이 표방하는 이해관계와 어느 부분에서 차이점을 나타내는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정말 친박 그룹과 다른 그룹인가요?" 비박 여러분들이 스스로 친박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행동으로 보이세요.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어서 누구 의견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하지요? 그러면 광화문에 가서 사람들에게 물으세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요. 여러분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친박/비박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아직 아무런 계기가 없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번 주에도 광화문으로 가실 분들, 최순실 일가 및 청와대 근무자들,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하십시다. 청구인 명단만으로 백만 명이 넘어가면 인터넷으로도 추가 청구인 명단을 접수하면 되겠지요. 그리고 비박 그룹에 속한다고 스스로 믿는 분들, 친박 그룹 때문에 자신들의 정치 생명에까지 영향이 가는 너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역시 이 손해배상 청구에 동참하시지요. 그렇게 하여 여러분의 입장을 선명하게 밝히는 계기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사람들이 친박과 비박의 카테고리라는 것을 다르게 받아들일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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