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대로 300만 원으로 한 결혼

이것도 큰 돈이라고요.

검토 완료

최하나(lastchristmas200)등록 2016.11.24 11:41
300만 원을 가지고 결혼준비를 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결혼식의 모양은 그런 모습이었다. 왜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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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300만 원도 큰 돈 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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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반대나 만류는 예상치 못하고 그렇게 내 뜻을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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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無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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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물과 예단 그리고 폐백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서 신랑이 몇 시간에 걸쳐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이불 한 채만 보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결혼식 전에 시댁에서는 현금으로 전부 돌려주셨다.) 어찌되었든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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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는 원래 가지고 있던 커플링을 나누어 꼈다. ⓒ 최하나


36만 4천 원짜리 스드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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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드메도 그랬다. 무조건 최소화하기로 해서 스튜디오 촬영은 휴가 때 삼각대와 셀카봉으로 직접 찍었다. 메이크업도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수준의 샵으로 골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레스를 고르는 문제로 어른들과 꽤 오랜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사실 나는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다. 그 날은 신부님이 가장 예뻐야 한다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겸손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이길 원했다. 내 나름대로는 타협을 한다고 해서 셀프웨딩원피스를 구입을 했는데 그걸 보고 기겁을 하셨다. 결국 이 부분은 온라인 셀프웨딩드레스 샵에서 저렴하게 대여를 하는 조건으로 변경하였다. (물론 이 부분은 어머니가 부담을 하시고 협찬해주셨다.) 그래도 결혼식을 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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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가는 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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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는 없고 사회는 남편의 친한 친구가 봐주기로 했다. 사진은 3년가량 알고 지내온 사진기자분이 도와주기로 했다. 웨딩드레스가 그렇게까지 치렁치렁하지는 않기 때문에 헬퍼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 남은 건 축하무대였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확실한 그림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식 또한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혼식 날, 신부는 직접 축가를 부르고 신랑은 축무를 추었다.

신혼여행은 국내일주로 대신했다. 전주에 뜬 보름달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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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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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많은 예비신부들이 예민해진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감정이 널을 뛰었다. 짜놓은 스케줄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졌고 계약서와 달라지는 내용이 있으면 화부터 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모두에게 결혼은 처음이며 그렇기에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불합리한 일들을 그저 웃으며 넘겼다는 것은 아니다. 집고 넘어갈 건 집고 넘어갔다.) 최악의 상황에 대해 현실적인 대비책을 적어놓고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결혼식은 조금의 실수와 어설픔이 있었지만 만족스럽게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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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를 하면서 나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내게는 300만 원도 제법 큰돈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게 부족하다고 그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특이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남들에게 이해받기 힘든 생각을 하는 유별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결혼의 원래 의미에 집중하려 했던 것일 뿐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 함께 하게 되었는데 무엇을 더 바랄까. 아무튼 결혼식은 끝이 났고 우리는 이제 함께다.
덧붙이는 글 <나는 나대로 산다>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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