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풀리는 대북정책 퍼즐

"최순실 주술에 걸린 정책결정?"

검토 완료

한반도평화포럼(koreapeaceforum)등록 2016.11.01 15:19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오른다. 한 사나이가 피리를 불어 쥐 떼를 없앴지만 주민들이 후사하겠다던 약속을 안지키자 동네 아이들을 피리로 홀려 사라졌다는 이야기. 피리 소리는 주술이었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정부에 등장한 최순실 이야기가 이런 상황을 연상시킨다면 지나친 것일까? 안타깝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 정부 들어 파탄이 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은 흡사 최순실의 주술이 만들어낸 마법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사드 배치 발표 등 의문스런 정책결정 많아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거의 매일 30cm 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받았으며 비선모임을 운영해 개성공단 폐쇄 등의 정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jtbc가 입수해 공개한 최순실이 사용했다는 태블릿pc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이 발표일보다 먼저 입수된 사실이 담겨져 있었다. 선언의 방향성은 차치하고 현 정부 대북정책구상을 집대성했다는 선언이 최씨에 의해 수정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다 보니 현재의 남북관계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 모두 최순실의 조종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 정부의 정책결정 프로세스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성공단의 일방적인 폐쇄조치다. 사실 2월 초까지도 청와대와 정부는 '개성공단은 대북제재수단이 아니다'라는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물론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새로운 상황변수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개성공단 폐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한민국 국방부장관은 2월 7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때 NSC에서 대북제재조치로 개성공단의 폐쇄가 검토됐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엔 폐쇄 문제는 들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는 8∼9일 사이에 결정된 셈이다. NSC에서조차 논의되지 않은 사항이 일사천리로 결정돼 발표됐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외부의 힘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이성한 전 사무총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다.
   국방부가 7월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한 것에도 의심이 간다. 한반도에 배치한다는 사실 자체야 한미간의 논의사안인 만큼 최순실의 영향력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다양한 과정을 생략한 전격적인 발표는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는 남중국해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나오는 7월 12일을 나흘 앞둔 시점을 발표일로 정해 중국을 더욱 자극했다.
   이에 앞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6월 29일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직접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적절한 설명이나 대화 절차도 없이 불과 아흐레 뒤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전통적으로 중국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체면을, 그것도 국가주석의 체면을 정면으로 손상시킨 꼴이 됐다.
   여기에다 국방부는 중요한 배치 지역 발표를 뒤로 미뤄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반대 집회가 벌어지면서 온나라를 혼돈에 빠뜨렸다. 특히 후보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에 대한 설득이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은 전혀 없었고 배치 지역을 번복하는 우스꽝스런 일까지 발생했다.
   이외에도 올해 1월 정부의 확성기를 통한 대북방송 재개 결정, 박근혜 대통령의 느닷없는 6자 회담 무용론과 5자 회담 제기, 국군이 날 경축사를 통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 권유 등 현 정부의 풀리지 않던 대북 및 대외정책 미스테리는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부족했다.
   하지만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고 그의 역할이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서 미스테리의 마지막 매듭이 풀리는 모양새이다.
   심지어 공군의 차기 주력 전투기 선정사업에까지 의혹이 제기된다. 2013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F-X사업의 단독후보는 보잉사의 F-15SE였다. 그런데 2014년 3월 록히드 마틴사의 F-35A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도입 대수도 60대에서 40대로 줄었고,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록히드 마틴의 전횡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정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 구입에 정무적인 판단이 왜 개입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관련 부처 해명에만 급급…"눈 부릅 뜨고 행동하자"

   그런데도 정부는 방어막을 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0월26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중단이 통일부의 일관된 정책방향이었느냐'는 질문에 "개성공단의 전면중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중단결정을 한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0월31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정부 비선 실세가 사드배치 결정에도 개입했을 수 있다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주장에 관한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 배치는 한미 양국 정부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와 국방부의 이같은 설명은 자신들의 무능을 다시 한번 실토한 것에 다름 아니다. 다양한 외교안보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것들을 짚지 못하고 결정함으로써 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다각도의 설득과정을 거치는 등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이뤄졌다면 의혹이 나올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청와대 통일비서관까지 지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해명은 옹색하기만 하다. 마치 그동안 최순실이나 정유라 의혹에 사실무근임을 떠들다가 이제와서 "나는 이제서야 알았다"며 발뺌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과연 국제무대에서 한국정부의 말발이 설 것인가. 누가 과연 박근혜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믿어줄 것인가. 외신들은 최순실 의혹을 전하며 '라스푸틴'(제정러시아의 몰락을 부른 괴승)이라는 표현을 거침 없이 사용하고 있다.
   또 국민들 사이에서는 내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10월 28일 육·해·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전군 주요 지휘관들과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체제 불안 속에 국면전환을 노린 군사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주어를 '남한'으로 바꾸어서 인식하고 있다.
   외교와 협상은 다른 나라라는 상대방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지금이라도 나를 위해 외교안보정책의 결정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이혁희 (한반도평화포럼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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