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이외 다른 정치적 해법은 존재할 수 없다

거국내각구성,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절대왕정의 봉건적 해법이다

검토 완료

김성호(김성호)등록 2016.10.28 16:40
나는 오래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다. 그 규모의 광대함과 웅장함, 그리고 그 장식의 화려함과 사치함에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루이 16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배를 굶는 민중의 데모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미 높은 장벽의 성이 되어 버린 베르사유에 사는 왕비가 대중의 고통을 알 리가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1793년 절대왕정을 상징하는 루이 16세와 왕비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 뒤 프랑스 대통령 궁은 파리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베르사유 궁전에서 시내 중심에 있는 엘리제궁으로 옮겨왔다. 대중에 가까이 다가왔고, 일반에게 공개했다. 나라의 주인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왕이 아니라, 선거에서 누구나 똑 같은 1인1표를 갖는 대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절대왕정이 붕괴되고 민주주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제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게 되었다.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아가게 됐다. 거꾸로 말하면, 시저가 잘못한 것은 시저가 책임지고, 하느님이 잘못 한 것은 하느님이 책임져야 하는 시대다. 내가 잘못한 책임을 남에게 떠넘길 수 없다는 평범하지만 또한 놀라운 발견이었다.

왕권신수설에 바탕을 둔 "짐이 곧 국가"인 절대왕정에서 왕은 법 위에 군림했다. 왕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을 물을 수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절대왕정의 봉건국가에서는 왕이 잘못하면 엉뚱한 신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왕을 처벌할 수도 왕을 교체할 수도 없으니, 그 왕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잘 보필하지 못한 신하의 책임이라는 논리였다. 이게 바로 봉건국가의 국정책임 논리의 핵심이다.

민주주의, 대통령의 잘못은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는 제도다

민주주의는 이런 봉건국가의 '책임전가 논리'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정신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잘못은 온전히 대통령이 지는 것이며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대통령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의 권한이 큰 만큼 더 엄중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는다. 책임정치와 입헌주의는 민주 정치제도의 핵심운영 원리다.

대한민국은 헌법 1조 1,2항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 최근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해법은 해괴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인지, 봉건 왕정국가에 살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괴이한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뿐 아니라, 야당의 행태도 놀라운 정도로 똑 같다.

처음 '최순실 게이트'는 권력을 업은 개인적 이권 챙기기로 알려졌으나, 이제 국정전반을 농락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비화했다. 미르·K재단의 자금 횡령의혹은 이미 뒷전으로 밀릴 정도로, 대통령 연설문 사전보고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개입, 문화부 장·차관 인사전횡, 토지개발 등 국토계획, 대학입시제도 개편까지 전 방위로 최순실이 개입한 사실이 증거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사전유출과 일본 독도문제 입장, 북한군과의 비밀접촉을 다룬 군사기밀 유출, 민족문제인 개성공단 폐쇄까지 최순실이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내정 뿐 아니라 외교안보 등 외치까지 국정전반을 사실상 주물렀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연설문 뿐 아니라,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 물은 적이 있다"고 말한 바로 그 '일부 자료들'이 이런 국가의 기밀들이었다는 사실이 여러 증언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 정도면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은 사실상 최순실에 의해 국정운영이 좌지우지된 '최순실정권'에서 살았던 것이다.   

최순실의 주술에 의한 '무당국가'였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의 연결고리인 최순실 아버지 최태민씨는 정식 목사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씨는 기독교와 불교, 천도교를 통합한 괴상한 '영생교'를 만들어 교주 행세를 했고, 서울 신당동에 신당까지 차려 무당으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사이의 연결고리로 바로 '사이비 종교적 광신'을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은 공적 시스템에 의해 국정이 운영된 정상적 '민주국가'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의 주술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된 '무당국가'였던 셈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최순실의 주술적 예언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될 정도다. 통일부가 청와대에 올린 개성공단 잠정중단안이 갑자기 개성공단 전면폐쇄로 바뀐 과정과, 6자회담재개 원칙이 느닷없이 북한을 빼고 5자회담을 하자는 황당한 주장으로 바뀌었다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과정, 통일대박론에서 북한붕괴론과 탈북권유로 갑자기 대북 기조가 바뀐 과정에 최순실의 개입의혹이 있단다. 최씨는 "2년 안에 북한이 망한다."고 주술적 예언을 해왔다고 한다.

고려 말 공민왕을 종교적 사술로 속여 고려를 망하게 한 요승 신돈과, 제정 러시아말 니콜라이 2세 부부를 역시 주술적 마법으로 휘어잡아 로마노프 왕조를 멸망시킨 라스푸틴 얘기가 터무니없이 들리지 않는 이유다.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종교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산문제로까지 의혹이 번지고 있다. 최태민 일가의 재산이 3천억 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에 의해 제기된 적이 있다. 예전에는 그냥 흘려버렸으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최씨 일가의 재산축적 과정과, 그 재산에 박 대통령의 재산이 들어갔는지 여부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동안 4년 내내 개헌을 반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느닷없이 '최순실 개헌'을 들고 나온 이유도 명확해졌다.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은 '박근혜발 개헌'은 물 건너갔다. 이제 박 대통령의 책임만이 남았다. 박 대통령 스스로 고백을 통해 그 '일부 자료들' 등 국가기밀 유출과, 미르·K재단의 설립이 자신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사실상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논란의 두 재단설립과 관련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선진국 도약의 핵심 두 축으로 설정했고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 두 재단의 설립은 청와대가 먼저 제안하고 대기업이 그 취지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말이 '제안'이고 '소통'이지,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참여 '지시'와 기금 납부 '강요'였다.

결국 이 두 재단의 최초 아이디어는 최순실이 제안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 두 재단을 설립하도록 안종범 청와대 정책수석에게 지시하고, 다시 최순실에게 사실상 두 재단의 위탁관리를 시켰다는 증언과 객관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최순실 소유의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 사업에,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수석,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관여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순실이 두 재단의 설립과 인사, 운영에 실권을 행사한 것은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최순실은 박 대통령을 통해 자신의 국정농단에 방해가 되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1급 3명, 국·과장 등 충직한 공무원들을 내쫓았다. 그리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안종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종 문체부 차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간신들로 채웠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은 충신은 사라지고, 간신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되었다.

'최순실국정농단사건'이 아니라 '박근혜국정농단사건'이다

이제 사건의 본질은 명확해졌다. '최순실국정농단사건'은 이름을 '박근혜국정농단사건'으로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의 자백과 구체적 물증, 증언에 의해 이번 국정농단사건의 주범은 박 대통령이고, 그 공범은 최순실이다. 민간인인 최순실에 대한 법적 책임은 검찰이든 특검이든 법적 절차에 따르면 된다.

그러면 박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만 남는다. 이미 지금까지 밝혀진 구체적 물증과 자백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정치적,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넘긴 자료는 단순한 연설문만이 아니라, 외교안보국방 등 주요 국가기밀이 포함된 것이 밝혀지고 있다. 공무상비밀누설죄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다수의견이다. 미르·K재단에 사실상 정부 주도로 대기업에 800억 원을 강제 납부하도록 강요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는 기본이고, 나아가 제3자 뇌물수수, 강요죄까지 적용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저지른 범법행위가 하야나 탄핵의 사유가 될 정도로 '중대하냐'는 위헌·위법의 '중대성' 여부만 판단하면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범범 행위만으로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넘치고도 남는다. 공무상비밀누설죄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 나아가 직권남용죄를 사소한 혐의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한 개인에 의해 이렇게 철저히 공적 권력이 사유화된 적이 없다. 그것도 현직 대통령과의 공모를 통해서다. 역대 대통령 임기 말 친·인척이나 측근비리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당시는 주변인물들이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것이지, 이번처럼 현직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공적 권력을 거의 통째로 넘긴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국가통치의 근간 자체를 대통령 스스로 무너뜨렸다. 

미국 닉슨 대통령은 1973년 자신의 경쟁 상대였던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사무실에 대한 CIA의 도청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났다.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관행적으로 해온 국영은행의 자금을 빌려다 복지사업에 사용한 것이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탄핵 당했다. 2004년 3월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해 사소한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탄핵안을 국회에서 가결시킨 사례와 비교해봐라.

박 대통령의 범법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닉슨이나 호세프에 비해 그 범죄의 중대성에서 100배 이상은 중한 범죄다. 헌법과 법률의 기본가치를 뿌리 채 흔들었을 뿐 아니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토대를 부정함으로써, 국가의 근간을 흔들었고, 정의를 배신했다.  박 대통령이 탄핵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에서 앞으로 탄핵당할 대통령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야권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의혹만으로도 물러나라고 하는 마당에, 스스로 범죄행위를 인정한 박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주범은 처벌하지 않고, 종범이나 방조범만 처벌하는 것은 법치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

오죽하면, 그동안 보수정권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보수언론들이 앞장서 국정농단을 파헤치겠는가. 자고 일어나면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사건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초중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공화국, 법치, 민주주의, 삼권분립 등과 양립할 수 없는 일들이다. 보수언론들도 이번 사안은 보수, 진보냐의 이념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근본을 세우냐는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국회가 책임을 방기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각총사퇴니, 청와대 비서실 전면 개편이니, 거국내각구성이니 하는 주장은 봉건국가식 해법이다. 대통령의 잘못을 왜 아래의 참모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용인해야 하는가. 혹시 정책상 잘못이라면 이런 참모에 대한 '아래로 책임추궁'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농단사건'은 정책상 잘못이 아니라 엄연한 실정법위반의 문제다.

대통령이 위반한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아래 참모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가. 지금 정치권의 해법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법 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절대왕정 시대에나 가능한 일이다. 닉슨의 워터케이트사건이나 호세프 사건 때 미국이나 브라질 야당이 대통령에 대해 직접 정치적 책임을 추궁했지, 내각총사퇴니 대통령 참모진 개편 같은 봉건국가식 요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대통령의 범죄는 대통령, 참모의 범죄는 참모가 지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치적 판단이니 후폭풍 우려니 하는 정치공학적 접근은 역사의 진보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배신하고, 정의를 모독하는 행태다. 정치권은 스스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특별검사제도 역시 박 대통령의 임기만 채워주고 실효성은 거의 없다. 특검 준비하고 실제 수사에 들어가면 이미 대통령 임기 말이고, 또한 대통령이 수사대상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보면 박 대통령의 임기는 이미 끝난 뒤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박 대통령은 뒷전이고 바로 12월 대선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대선후보들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 최순실은 이미 독일에서 비덱회사 지분을 인수해 3년 이상의 장기체류허가를 받은 뒤 다시 지분을 되팔았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자신 있게 특검을 수용한 이유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박근혜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서는 다른 정치적 해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 박 대통령 스스로 하야하거나, 국회가 당장 탄핵에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출신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이런 정치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국민의 저항권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마 국민들은 박 대통령 뿐 아니라, 민주주의는 팽개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 이해관계에만 골몰하는 야당에도 정치적 책임을 추궁을 할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이미 국민의 저항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의 대통령 하야나 탄핵 주장 뿐 아니라, 어제 27일 박 대통령이 참석한 부산에서의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장의 텅 빈 좌석들이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주로 관변이나 보수단체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이랬다. 이게 민심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은 어떤 정권이냐가, 어떤 정당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기본틀을 세우느냐, 입헌주의를 지켜낼 것인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것이냐의 역사적 상황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직접 쓴 글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