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즐겁게 산다

스스로 계획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인생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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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환(jun587)등록 2016.10.14 14:51
"그래서 앞으로 뭐 할 건데?"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말이지…"

6개월 전 퇴사를 앞둔 나에게 학교 선배가 조언을 해준 말이었다. 밖에는 어두컴컴한 밤에 비가 오고 있었다. 나의 앞날도 이처럼 어둡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기죽지 않았다. 나름 몇 가지 계획을 세웠으니 이거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심보가 컸다.

'마음 닿는 곳으로 여행 가기', '관심 분야 책 마음껏 읽기' 등 비록 상투적이지만 나름 의미 있다고 생각한 일이다.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나는 직장에서 짐을 싼 후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아두었던 모든 마음을 비워두고 싶었다. 대신 그 자리에 나의 새로운 꿈이 채워지길 기대했다.  

4박 5일 제주도 여행길 도중 머릿속에는 '회사도 나왔으니 앞으로 뭐 하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도합 1년 6개월. 만 30세가 될 때까지 나의 직장생활 기간은 매우 짧았다. 언론사, 연구소, 홍보대행사 등에서 일을 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누구는 '재미로 회사 다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내 생각 조금 다르다. 한 번 밖에 살지 않는 인생, 재밌게 사는 게 인생의 목표라면 목표인 것을 어찌할까.  

어떤 이는 '참을 성 없는 인간'으로 손가락질 할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도 '취업 실패자'로 규정하고 있는 나는 그런 비난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가 않다. 그럼에도 누군가 나에게 '지금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망설임 없이 '네'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온전히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앞만 보고 달려 온 30년

월정리 해변에는 '수요자 맞춤형' 카페가 무수히 많다. 월정리 해변에는 '수요자 맞춤형' 카페가 무수히 많다. ⓒ 최종환


지난 30년 동안 나는 여느 친구들처럼 쉼 없이 달려왔다. 10대에는 오로지 학교 공부만 했다. 오락실, PC방 등을 떠돌며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했지만 학교라는 틀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등학교 때는 더욱 그랬다. 야간자율학습시간까지 감안하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온종일 학교에서 공부만 했다. 그렇다고 내가 '공부의 신'이 된 것은 아니었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나도 했고, 선생님이 시킨 일이기 때문에 억지로 한 공부였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했고 20대를 맞았다. 학기 초에는 선배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셨다. 나는 한동안 대학이란 술 먹는 공간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술 없는 대학은 상상도 못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고, 시간이 지나자 시험기간이 도래했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 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취업을 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고등학교 시절 지지리도 못 했던 영어를 다시 손대기 시작했다. 토익점수를 얻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들리지 않는 단어도 따라 읽었고, 받아쓰기를 했다. 이 또한 취업 때문이었다. 당연히 흥미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4학년 마칠 무렵 나는 졸업 학점을 4점대로 끌어올렸다. 이대로 졸업 하면 높은 연봉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을 회사에 취업할 것이라 장담했다. 운 좋게 졸업하기 전 대구의 한 언론사에 인턴기자로 취업하게 됐다. 비록 월급은 적었지만 평소 기자 생활을 하고 싶었다는 꿈을 이루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은 탄탄대로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 꿈은 채 반년도 못돼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입사 5개월 만에 나는 회사에서 짐을 쌌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러다 졸업과 취업, 다시 취업을 반복하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30년을 이렇게 쉼 없이 달려오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게임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고.  

■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살 계획

제주도 인기 관광지인 월정리 해변 제주도 인기 관광지인 월정리 해변 ⓒ 최종환



퇴사 한 지 어느덧 반년이 되어 간다. 혹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단호히 답할 것 같다. '아니오'라고. 이어서 마음껏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말할 것이다. 평소 관심 분야였던 국제정치, 미디어, 철학 등의 서적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사실 이 분야에 대해 나는 눈곱만큼 아는 게 없다.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는 거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남들이 시키는 일, 당위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그런 게임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개인 블로그(www.dream09so.com)를 '리모델링'했다. 서평, 학술연구 분야의 전문블로그로 키울 복안이다. 일주일에 세 네 편의 책과 논문을 읽고 정리한 내용을 포스팅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어떤 인간으로 성장할 지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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