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체제우월성 갖는 남한이 대화의 손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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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환(jun587)등록 2016.10.07 16:28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전 정부 시절에는 어느정도 남북대화가 진행돼 긴장과 화해분위기가 연결고리처럼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결과 불신이 쌓여 어느 한 쪽도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붕괴론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무력시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도 관계 개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출범 초기 정부는 새 대북정책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상했다. 전임 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다는 이 구상은 남북관계는 상호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천 할 수 있는 내용은 합의하고 반드시 이행함으로써 신뢰를 다져나간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정책이 꽃도 피우기 전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이렇다 할 고위급 협상조차 하지 않았으며 매 정부마다 발표된 성명서도 없었다. 한 번 뒤틀린 스텐스가 악순환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2016년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외교안보분야) 모습. (사진=정책브리핑) ⓒ 정책브리핑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한 이유로 안문석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선, 대통령의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가 아닌 경계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야당과의 면담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에게 해줄 것 다해줬다"며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핵실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관은 철저히 상호주의에 기초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들 수 있다. 대북정책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정책의 실현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그런 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적인 예로, 박 대통령의 통일 관련 발언이다. 지난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이른바 '통일 대박론'을 언급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고 야당의 반응도 싸늘했다.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과 방법론이 없었으며 결과만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 우리 정부도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지난 9월 12일 청와대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관련 여·야 3당대표 회담이 열리고 있다.(사진=정책브리핑) ⓒ 정책브리핑


사람들이 대화할 때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있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왜 너는 내 마음을 몰라 주냐'는 것이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꼭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좋지 못하면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북한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핵․미사일만 쏜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류가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10‧4공동선언의 제6항에는 "남과 북은 백두산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2008년 북경 올림픽 경기대회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해 참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의지와 관심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해왔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합의와 협력, 조화가 핵심이라는 점을 볼 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모순점이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안문석 교수는 우리 정부가 먼저 신뢰를 쌓아 가야한다고 당부했다. "북한에 신뢰와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하는 행위, 북한 위협성을 과장하는 행위, 북한의 선조치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행위 등은 중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체제의 우월성을 갖는 남한이 먼저 양보의 손을 내민다면 남북관계가 모처럼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보다 미래를 보고 큰 틀에서 양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결국 나무보다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안문석,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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