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등의 진실

배추값 폭등=면적감소+폭염+가뭄+작황부진+추석수요

검토 완료

김영하(kimyh827)등록 2016.09.26 09:49
배추 값이 폭등하면 폭등의 원인을 사실에 의해 규명하지 못하고 중간 상인을 폭리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기사와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사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봄 고랭지채소를 재배하는 농민들과 산지유통인들은 고랭지무가 위황병(푸자리움윌트)이라는 토양병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들끓은 적이 있다. 당시 농촌에서는 위황병의 심각한 확산으로 무에 한번 위황병이 걸리면 다음해에 심을 수 없을 정도로 전파가 빨라 무의 주산지가 심각하게 변동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그런데 위황병에 대한 문제도 심각했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산지유통인(과거 산지수집상, 수집상)과 농민들이 거래하는 포전매매와 관련된 것이다.

포전매매란 농작물의 파종 직후 또는 파종 후 수확기 전에 작물이 밭에 심겨진 채로 그 밭 전체 농작물을 통째로 거래하는 방법을 말하며, 일명 '밭떼기 계약'이라고도 한다.

농민들은 작물의 수확 시 노동력 부족 등의 이유로 산지유통인이 직접 수확해가는 포전매매를 선호하고 있는데, 대개는 계약서를 잘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농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주로 매매 계약 이후에 그 해 작물 가격이 폭락하거나 태풍 등으로 생산성이 좋지 않게 되거나 가격이 하락될 경우에 수집상이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더 이상 잔금 지급도 안 하고 수확도 하지 않으며 나 몰라라 할 경우 농민으로서는 다른 곳에 팔아버릴 수도 없고 수확만 지연돼 어찌할 방도가 없게 된다. 또 산지유통인이 작물의 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책임을 추궁하거나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 등 폐해가 커서 농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속출하자 지난 2012년에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포전매매에 관한 표준계약서가 도입됐다. 2013년부터는 양배추, 양파, 고랭지채소 등 일부 품목에 한해 표준계약서 작성이 의무화 됐다.

과거 밭떼기거래는 파종초기 재배농민과 산지수집상이 고랭지채소를 계약해 판매하면 김장철이 돼 수확기를 맞으면 차량을 가져온 수집상들이 직접 수확해거거나 농민들이 수확해주고 잔금을 받는 형식의 거래였다. 그러나 이런 거래방식은 표준계약서가 도입된 2013년부터 농지에 모종을 심어 밭에서 배추, 무 등의 작물이 떡잎이 떨어지고 본잎이 발생할 시기에 산지유통인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절반에 가까운 계약금을 받고 수확기 잔금을 받는 거래로 전환됐다. 물론 지금도 일부지만 고랭지채소를 생산까지 해서 출하하는 농민들도 있으나 드물다.

이때부터 고랭지채소를 관리하고 출하해야하는 작업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농민들은 어린 채소의 관리 등의 작업에서 손을 떼고 산지유통인이 모든 작업을 도맡아서 농약살포는 물론 추비의 시용, 자연재해시 도랑작업, 복합비료나 미량요소비료의 엽면시비, 수확과 포장까지 모든 제반 작업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농민들이 토양이 오염된 곳에서 모종을 심어서 산지유통인에게 판매할 경우 위황병 등 각종 토양병에 오염된 농작물을 도매시장으로 운송해 경매 또는 위탁판매로 의뢰하는 시기에 적발돼 산지유통인이 덮어써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간혹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농민과 산지유통인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농민들은 토양병에 걸리든 말든 심어서 산지유통인에게 팔고 책임지지 않을 경우가 발생하는 반면 산지유통인은 포전매매 이후 모든 농작업을 해야 하기에 요즈음에는 산지유통인이 더 농민스러워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철저한 병해 확인과 보상에 대한 내용이 계약서상 담아야 하지만 담겨있더라도 이를 연구기관에 조사를 의뢰해 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언론이나 일반인들은 포전매매에세 받은 값이 소매가격의 10배가 된다는 등 중간과정을 생락한 보도를 하고 있다. 비록 산지유통인이 1000원에 포전매매로 사들였어도 농약대, 비료재는 물론 각종 작업비와 농자재비용, 포장 및 포장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 때문에 과거 농민들이 부담했던 생산비를 산지유통인이 초기비용를 빼고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지난 11일 이후 연합뉴스를 비롯해 여러 언론매체들이 '농민들이 1000원에 판 배추 한포기, 소비자는 1만원에 사먹는다' 기사를 통해 배추 값 폭등 이윤은 중간상인 몫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백현길, 구 산지유통인연합회 이하 연합회)는 다음날인 12일 연합뉴스 기사에는 배추 값이 폭등됐다는 내용 자체만 있을 뿐 정확한 분석 과정은 생략한 채 산지와 비교해서 8~13배나 비싸다고 보도했다며 이번 연합뉴스의 언론보도가 산지에서 묵묵히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 산지유통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연합회는 올해 여름 고랭지 배추가격의 급등 요인은 산지유통인들의 폭리가 아니라 재배면적 감소와 폭염 그리고 가뭄으로 인한 작황부진 및 추석수요가 겹쳐진 그야말로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배추의 생육과정에 대해서도 연합회는 재배농민이 육묘장에서 20~25일간 자란 육묘를 밭에 정식하고 정식이 끝난 후에 산지유통인들이 재배농민으로부터 밭떼기로 계약서를 작성해 거래를 하고 거래가 성사된 후에 농가는 손을 떼고 산지유통인이 약 45~60일간 농약, 비료, 거름을 주고 배추를 직접 키워 수확, 포장, 운송 등을 통해 시장에 출하하는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올해처럼 가뭄이 들면 냇가에서 동력펌프를 이용해 해발 700미터 이상까지 물을 퍼 올리기도 하고 여의치가 않으면 급수차까지도 동원해서 배추에 물을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더구나 농가가 받는 포전매매가는 생산비 이상의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고 있지만 산지유통인은 수확기까지 배추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농가와 계약하고 정식한 후 45~60일 동안 추가 생산비용을 들여 재배하고 수확기에는 선별 포장 작업을 거쳐 전국의 도매시장에 골고루 분산 출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랭지채소의 시장가격을 예측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산물관측센터는 올해 9월 고랭지 배추 포전거래 금액은 3.3㎡(평)당 1만5000~1만8000원에 거래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농경연 관측센터는 또 포전거래 할 당시 배추가 25~30일 가량 성장한 모종 상태에서 포기당 1800원인 셈이어서 여기에 산지유통인이 농약, 비료, 거름, 임차료, 영양제, 급수 등 추가 관리비용에 포기당 900원, 수확․운송 등에 500원, 도매시장 상장수수료 420원 등의 생산비를 추가적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고랭지 배추는 이상기후로 인해 포전거래 당시 예상치보다 생산량이 23~45%까지 줄어들면서 포전거래 당시 배추 가격보다 포기당 1.5배는 더 들어서 포기당 최소 4000원 정도의 원가가 예측된다.

이런 생산비로 계산할 경우 가락동도매시장에서 도매상의 경매가가 6000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것이 소매시장으로 갈 경우 9월 중순의 소매가가 된다는 것이다.

연합회 이광형 사무총장은 "산지유통인을 배추 생산자로 보지 않고 한낱 장사꾼으로 보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배추 생산 원가가 얼마인지 정확한 분석도 없이 폭등 이윤은 모두 누가 챙기더라는 식의 기사는 앞으로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또 "산지유통인들이 정부와 농협도 행하지 못하는 무, 배추의 수급과 조달을 산지유통인들이 대행하고 있다는 순기능을 인지해 정책의 파트너로서 장기적인 수급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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