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 청년'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되어버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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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은(lke0027)등록 2016.08.24 14:25
현재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의 한 달 생활비가 평균 58만원으로, 1인 최저 생계비(68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사회는 이들을 가리켜 '미취업 청년'이라고 호명한다.

'미취업 청년', 어색한 단어다.

과거 청년을 수식하던 '패기, 열정, 도전' 따위의 긍정적이고 희망찬 이미지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실업, 잉여, 도태'가 어울리는 현실이다.

인간이 하나의 상품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최악의 비난은 '넌 쓸모가 없어'일 터다. 청년 버전으로 말하면 취업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이 되고 싶어 갖은 노력을 쏟지만 여전히 팔리지 못한, '미취업 청년'이다. 

청춘시대 윤진명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미취업 청년’의 상징이 된 윤진명(한예리 분)은 면접이라는 최종 선발과정에서 탈락한 뒤 자신을 탓한다. ⓒ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미취업 청년'의 상징이 된 윤진명(한예리 분)은 면접이라는 최종 선발과정에서 탈락한 뒤 자신을 탓한다. "결국 내 탓이야. 부모의 경제력도 아니고, 스펙도 아니고, 빽도 아니고, 내가 조금만 더 잘하면 된다는 얘긴데, 문제는 내가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미취업 청년들의 장래희망이 '취업'이라면 현실은 취업을 준비하는 상태인 '스펙쌓기'여야 한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취업을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는 청년이 47%에 육박한다. 47%의 삶은 "생활비 부족→아르바이트→시간 부족→준비 부족→취업 실패‧부채"의 굴레, 즉 미취업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비난하던 것이 가까운 과거였다면, 이제는 부모의 경제력이 '최고의 스펙'이라며 수저계급론은 바꿔야할 현실이 아닌 고정불변의 진리가 된 것이다.

'헬조선'에 사는 '미취업 청년'의 꿈은 '탈조선'이다. 낮은 자존감과 우울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기본 정서가 되어버렸다. 사회는 끝없이 청년들이 자신을 탓하도록 독려한다.  드라마의 윤진명이 슬펐던 이유는 그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 때문에, 급기야 자신에게 다가온 '관계'조차 거부하기 때문이다. 생존하기 바쁜 그녀에게 관계는 사치일 뿐이기에. 그런데,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에게는 윤진명 같은 구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일류대생의 공통점은 "보고 싶은 친구 안 만나고 공부한 독한 것들(강신주)"이고 추가수당을 받기 위해 야근하느라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는 부모, 공무원 시험 준비로 연애를 비롯한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가는 청춘들…. "고독 중의 고독이 '군중 속의 고독'이고 빈곤 중의 빈곤이 '풍요 속의 빈곤'"(<청춘시대> 대사)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함께 있어도 외롭다. '생존'에 저당 잡힌 삶은 청년 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압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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