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백악관 청원, 정부의 "의도적 만용(?)", 그리고 2017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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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룡(peacetry)등록 2016.08.16 09:25
사드배치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미국 백악관 청원운동의 서명자 수가 (8월14일) 106,451명에 달함으로써 106.451%를 달성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매우 기뻐합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캠페인을 열심히 벌였기 때문에 물론 적지 않은 성취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그게 그렇게 기뻐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비록 우리가 청원서명운동의 과정을 통해서 미국의 사드배치 강행과 관련한 대한민국 국민들, 그리고 해외동포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그로 말미암아 미국이 자국의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다소 순진한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에 불과할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요.) 하지만, 설사 미국 정책에 변화가 없더라도 우리는 그리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드배치를 밀어붙일 것입니다, 그에 동조하는 한국의 국내세력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현재까지 전국적 규모의 정확한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국론은 거의 반반으로 나눠진 것으로 저는 판단합니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시위가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시위가 멈춰질 기색은 전혀 없고 오히려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욱 더 국론분열이 심화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드배치를 기어이 강행,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일견 참으로 만용이고, 어리석은 행태이며, 임기내내 불통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는 대통령의 그 일관성에 혀가 내둘려질 따름입니다. 

사드배치 문제와 같이 민감한 사안이라면, 최소한 70~80%의 찬성을 확보하며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만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확실 하지만) 겨우 반 정도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 논란 많은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정말 억지 만용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러시아와의 관계도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 놓고, 북한에게 매우 비판적이던 중국과 러시아를 도로 친북성향으로 만들어 놓은 이런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이 정부는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의 신기록을 수립하는 정부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사드반대를 강력히 주장하는 국민의 절반을 반미, 친중, 친러, 심지어 종북으로까지 몰아붙이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지나친 친미, 즉 추미(趨美), 종미(從美)정책을 멈추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외교정책이 우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4강 중에서 어느 한 쪽에 너무 쏠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합당치 않은 일이라는 것은 평범한 시민들도 다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일입니다. 우리의 기나긴 역사가 편향된 외교정책의 위험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균형정책이 깨질 때 한반도는 전란에 휩싸여 왔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우리가 국력이 너무 약하였기 때문에 강대국의 다툼에 희생양이 되어왔지만, 이제는 우리의 국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를 자산으로 현명한 외교정책을 펴면서 "균형정책"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더군다나, 통일지향적 정책을 버린 이 정부는 민족사의 정통성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의 정부는 작금의 무리수를 계속 두고 있는 것일지를 고민해보면서, 참으로 제 머리 속이 복잡해집니다. 어쩌면, 우리 한민족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1)민주주의의 강화, (2)통일지향적 정책의 추진'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정책을 강행하는 현정부는 지난 총선에서 확실히 드러난 민심의 이반을 목도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사드배치건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해서 오히려 국론을 "의도적으로 양극화"시킴으로써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고, 이러한 작전으로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사드문제는 대선승리를 위한 치밀한 계획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을 양극화시키고 야당마저도 분열시키는 이슈가 바로 사드배치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로 제1야당 조차도 이러한 정부의 프레임에 걸려들어서 우왕좌왕,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일 이러한 제 가설적 분석이 맞는 것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사드반대를 위한 주장, 캠페인 등도 중요하지만, 뜻 있는 분들께서는 이 프레임 자체를 어떻게 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함께 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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