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의 이십대로 산다는 건

슬라브족 잔혹사

검토 완료

정성필(jluv)등록 2016.06.25 18:55
아 그때 죽었었지

우리는 이미 죽었던 거야

파랗게 질린 아드리아해의 물 속에서

파랗게 퍼덕이던 물고기와 함께

내장까지 드러낸 채 수장되어 있었지

넥타이를 맨 채 미이라가 된 세르비아의 시인은

순교의 역사를 기록하다 전설이 되었고

크로아티아의 잔인한 학살을 기록했던 손은 잘려

사라예보의 고성에 보관 되었지

그날의 폭격으로 고성의 일부는 곱추의 등처럼 굽었지만

세르비아정교회의 진군이 멈추기엔 늦었어

이슬람군의 자존심을 짓밟은 날이었지만

세르비아인의 속담에는

사라예보의 이슬람인은 터키보다 더 악랄했다고

오백년동안의 세르비아 기독교도의 죽음으로 아드리해의 물고기는 배고프다 배고프다

합창을 했다지,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도

모두 가족이었는데

각혈로 죽은 프란치프의 결핵균이

바람을 따라 세르비아에까지 소식이 전해지자

그날밤 사라예보에는 포탄이 떨어졌어

인종청소의 시작이었지만 현대사는 누구 편을 들어야할지 허둥대었어

이십년이 지난 새로운 세대의 어머니는
이슬람인

아버지는 기독교인이어서

새로운 세대는 이슬람도 기독교도 아니었어

보라구 페르디난드 대공이

건너지 못했던 라틴브리지에서 세빌리의 우물물을 마셨더라면

역사는 멈추었을런지도 몰라, 하지만

학살을 멈추지는 못했을 거야

이제 여기서 총을 내려 놓자고

여기 젊은이들의 아버지도 너희

여기 젊은이들의 어머니들 또한 너희의 씨받이였으니

하나의 슬라브였던 것처럼

다시 하나의 슬라브가 되었으니

여기 오슬로보제냐광장에서 체스나 한판 두자고




이 시는 1992년 2월 혹은 4월 1일 – 1995년 12월 14일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전쟁.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만에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의 규모의 학살이 자행된 전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쟁중 보스니아의 대부분의 여성은 세르비아군에 의해 의도적 강간으로 임신하게 되었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남편과 아들과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십년이 지난 그들의 낳은 자녀들이 이십세가 되던 해에 나는 보스니아 세르비아에서 보리스라는 청년을 만났다. 이 시는 그렇게 시작된 시이다.




덧붙이는 글 세계일주 보스니아해르체고비나의 대학살과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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