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호

식민지 군대의 작전명령권 대호 사냥

검토 완료

정성필(jluv)등록 2016.06.09 16:15
영화 대호




"어느 산이든 산군님은 건드리는 게 아녀"




"인자는 산이 알아서 할일이여"




그는 자신이 살기 위해 평생을 죽이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먹기 위해 죽여야 했던 포수,

한 끼 밥을 위해 남의 밥통을 끊어야만 했던 사냥꾼,




그에게는 철학이 있었다.

반면 호랑이의 가죽만을 필요로 했던 남자,

자신의 개인적인 출세를 위해 이 땅 최고의 것을 취하려 했던 남자,

일본군 대장의 명령도 그의 밥통 철학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포수는 일본군 소속이어서, 일본군 명령에는 절대 복종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그게 산군이었든, 대호였든, 무엇이었덯든 간에,

전시작전권이 일본군에 있었으니,

이 땅의 사냥꾼들은 이미 정신마저 내려놓은 채,

명령에만 복종해야 하는, 어쩌면 이 땅의 백성이라도

사냥하라 하면 사냥해야만 하는 식민지 포수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의 남의 밥통을 끊는 일을 통해, 한 가지 터득한 게 있었다. 모든 밥통 위에 최고의 밥통은 사람이 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무식한 것 처럼 보이는 그를 설득했던 두 사람,

모두 논리는 같았다.

어차피 우리가 안죽여도 죽을 놈이라는 것이었다.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며, 합리화했었던 논리였던가?

"우리가 아니어도 어차피 죽을 목숨들, 우리가 거두어주자"는
얼핏 들으면 휴머니즘 가득했던

목소리들이지 않았던가?

어차피 우리가 선동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정신대로, 징용대로 선동할 것이여,
그러니 누가 하든 간에 해야만 했을 것이므로...




친일의 시를 써댔던 어떤 문인이나 누가 했든,

이미 기울은 국운,

내가 한들 어떠하리 라고, 고종 앞에 서류를 내밀고 다그쳤던 이완용이나, 무슨 차이가 있었던가 말이다.




대호는 이러한 상황을 지리산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가죽을 가져가 자신의 성공에 써먹으려했던 일본군 대장과 그 대장 아래서 대호를 잡아 공을 세우려는 조선인 포수들의 스토리에서 꿋꿋하게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고 있었던 그와의 싸움이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그러나 대호는 죽어서도 가죽을 감추었다.




모세가 죽음 후에도 자신의 시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사라진 남한 최후의 대호의 가죽은 모두가 모세를 그리워하며

늘 모세를 꿈꾸었던 출애굽 백성들의 후예 유대인처럼,

대호는 죽어서도 가죽을 이 땅 한반도의 백성들에게 넘겨주었다.




이제 대호의 역사를 아는 자 누구든 그 가죽을 입고,

대호의 표효를 하게 된다면, 그는 대호로 부활을 할 것이다.

죽이려는 막강 군대 일본군일지라도 그들의 최신식 무기들 마저도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대호의 강한 무기,

자식을 지키려는 마음과, 자신의 강철 같은 몸 하나면 충분했던 것처럼

이 땅에 사는 누구든 그의 가죽을 입고 대호처럼 포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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