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각의 거장 정고암 작가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 초대전'

한국의 전각, 최초로 브뤼셀에 한글을 새기다 '상생(相生)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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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orionjong)등록 2016.06.01 13:37

전시 개막에 앞서 진행된 특별 강연회을 통해 한국의 전각을 알리고 있는 정고암(오른쪽)작가. ⓒ 정준영


'주 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은 지난 5월 12일부터 유럽 최초로 정고암의 '새김아트 상생(相生)전'이 유럽의 수도 브뤼셀 한국문화원 전시관에서 유럽 각국으로부터의 예술 애호가들을 맞이한다. 정고암(고암 정병례) 작가는 과거 주로 서예의 낙관을 위해 쓰였던 부차적 의미의 전각을 하나의 독립적 예술로 승화시켜, '새김아트'라는 이름의 독자적 예술분야를 정립하였다. 이번 전시에 정고암 작가의 작품 중 한글을 이용한 작품이 주를 이루며 전통 전각으로부터 전각에서 비롯된 애니메이션까지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새김아트 35여 점이 유럽의 심장 브뤼셀을 두드리고 있다. 그 동안 전각 작품들이 미주, 일본 등에 활발히 소개되었던 것과 반대로 유럽에서는 최초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벨기에 국왕의 초상화는 한국과 벨기에의 진정한 소통의 시작을 알린다.

정고암의 한글전각시리즈 '일러이는 꿈' ⓒ 정준영


5월 12일 있었던 전시 개막 행사에 앞서 작가 정고암이 직접 진행하는 특별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70여명의 예술 애호가들이 함께 자리하여 정고암 작가의 그동안의 발자취와 예술 세계를 경청했으며, 진지하며 동시에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으로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또한 개막식 행사에는 정고암 작가 자신이 직접 조각하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펼쳐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단순한 전각이 '새김아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또 그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실제로 증명해 준 자리로, 벨기에 인들의 많은 호응을 얻어, 새로운 아트인 한국의 전각예술, "새김아트"가 유럽 내에서 충분히 인정받으며 앞으로 더욱 가치를 높이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이번 행사에 벨기에 각지 저명인사들이 다수 참석하였으며, 루벤 대학의 한국학과장 아드리안 까르보네(Adrien Carbonnet)교수는 정고암의 한글작품에 대해, "처음 보인 디자인적 화려함 속에 천지인을 담고 있는 한글이 내재되어 있음이 매우 놀랍다"며 정고암 작가의 작품을 극찬했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브뤼셀 시내의 갤러리스트는 "전통적 이미지와 한글이 가진 아름다움을 잘 조화시켰다"고 말하며 "누구라도 소장하고 싶어할 작품"이라며 감탄했다.

정고암. 양, 새끼 밴 양은 풍요의 기원을 의미한다. ⓒ 정준영


작가 정고암은 자신의 예술을 "유와 무의 공존"이라고 요약한다. '전각'은 빈 공간과 채워진 공간 사이의 예술이다. 탁본에 드러난 이미지는 조각의 파이지 않은 부분(유)과 파인 부분(무)이 만들어낸다. 이 때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이 '유'와 '무' 어느 하나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즉, 유는 무에 의해, 무는 유에 의해 드러나는 상호 보완적인 존재라 설명한다. 더 나아가, 하나의 존재는 다른 존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또한, 정고암 작가는 RTBF 벨기에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불과 몇 주 전, 벨기에는 끔찍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깊은 슬픔을 겪어야만 했던 벨기에 인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게 되길 바랍니다"라며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전했다. 유럽에 팽배한 '불안'과 '불신'은 오늘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벨기에인과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작가 정고암의 마음은 통한 듯하다. 전 유럽연합의회 위원이었으며, 전 벨기에 외무부 장관이었던 카렐 드 규휴트(현 네어권 브뤼셀 국립대 유럽연구소 대표)는 작가 정고암에게 각 작품마다 그 의미를 물으며 깊은 관심을 가졌고, "당신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당신의 의도가 작품에 드러나는 그 표현이 매우 인상 깊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아야할 전시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벨기에 관객들에게 작품설명하는 정고암(왼쪽) 작가. ⓒ 정준영


전시관람하는 관객들 ⓒ 정준영


이번 전시는 주벨기에한국문화원에서 6월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정고암(1948년 생)
현 한국전각예술원장, 한국미술협회자문위원.
1989년부터 2016년까지 35회의 개인전 및 110여회의 단체전 참가.
이스탄불 아트페어 대표작가로 초청(2013-2014), 청와대 신년인사회 무대작품(2015), 개천철, 한글날 경축식 무대, 실외 작품디자인(2014), MBC방송연예대상 예술원작자(2010), 제5회 서울드라마어워즈 예술감독(2010), 2008베이징올림픽 타이틀 애니메이션(MBC)제작 등 다양한 활동.
주요 작품 소장처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안산시 도서관, 부천시청, 구미시청, 힐러리 클린턴, 반기문 UN사무총장, 코피아난 UN사무총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MBC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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