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과 제창 사이

싸울 일이 아니다

검토 완료

이계송(ksleeusa)등록 2016.05.21 14:23
합창과 제창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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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5.18 기념식 노래 "임을 향한 행진곡"을 합창으로 할 것인지 제창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대통령과 야당이 벌인 암투가 재미있다. 합창? 제창? 뭐가 다른가? 무식해서 검색해보았더니, "합창"은 참석자들이 따라서 부르거나 안 불러도 되고, 제창은 다 같이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애국가제창처럼 5.18 기념곡도 제창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쪽의 논리고, 다른 한쪽은 싫어하는 국민들이 있는데 굳이 제창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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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아직도 명분, 예법, 권위, 선명, 서열, 체면...같은 것을 중시한다. 조선왕조의 국가철학 주자학의 뿌리다. "합창과 제창"의 싸움은 조선조 숙종 때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가 별세했을 때 상복을 1년 입을 것인가, 3년 입을 것인가를 두고 남인과 서인이 치열하게 벌인 당쟁과 별 다름이 없다. 웃기지 않나? 합창이면 어떻고, 제창이면 어떤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계속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언젠가는 제창으로 잡아가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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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일이 아닌데도 명분을 내세워 이전투구 하는 조국사회의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제는 제발 좀 버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짓들도 많다. 예를 들어보자. 반공(反共), 자본주의 사회를 택해 살아가면서도 상황에 따라 자본주의를 부정한다. 돈과 부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소위 먹물 선비들의 이중성이 단적인 예다. 완력이 지배했던 세상을 뒤집은 것이 육연발 권총이었다면, 돈은 먹물들이 지배했던 양반세상을 또한번 뒤집고 평등세상을 실현했다. 돈이 힘이고 사랑이고 신분이 된 세상이다. 자기도 갖고 싶어 무진장 애를 쓰면서도 겉으로는 돈과 부자들을 애써 경멸하는 듯한 위선적 태도가 우습다.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나 자본주의 자유경쟁 시장을 주창하면서 사립대학의 기여입학제에 대한 반대논리는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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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상한 것은 이념투사들의 모습이다. 민주투사들이 하나의 예다. 그분들의 희생적 투쟁을 존경한다. 하지만 감옥살이 훈장(?) 하나로 자기들만이 슈퍼 애국자인냥 안하무인 으스대는 몸짓은 볼썽사납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투쟁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경제, 문화&예술, 교육...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희생하고 노력하여 이룬 결과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동안 나 같은 사업가들은 월남-중동-미국을 전전하며 달러벌이를 위해 피터지게 고생했다. 그들 앞에서 우리는 개털이다. 그들은 "우리가 싸울 때 당신은 뭐했냐?"는 거다. 도덕적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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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으로 포장된 선명성은 어떤가? 서구인들은 누구든 명예를 탐하는 것을 두고 시비를 걸지 않는다. 솔직하다. 가면을 쓰지 않는다. 명예는 사회공헌에 대한 자기 업적의 당연한 반대급부다. 명예 경쟁은 민주사회의 흉이 아니라 오히려 덕이다. 명예를 탐한다는 말은 아예 성립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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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가문, 직업, 나이를 물어 자기보다 좀 못하다 싶으면 금방 함부로 대하는 우월감과 서열주의, 먹물들의 권위의식, 약자에 대한 갑질, "양반은 물에 빠져서 죽으면 죽었지 개헤엄은 안친다."는 체면문화와 고비용의 관혼상제, 명문대졸업=양반증(?) 경쟁, 반공을 목청 높여 부르짖거나, '일본놈들' 욕만 해대면 애국자가 되는 나라...대명천지, 버리고 가야할 것들이 아직도 하나 둘이 아니다. 물론 서구인들 못지않게 우리도 아름다운 전통과 풍습, 훌륭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것들과 더불어 민주적 사고, 서구식 합리성과 실용주의가 우리 사회에 좀 더 뿌리내릴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선진, 일류 경제/민주국가임을 자랑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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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에서 특정 이념이나 애국을 국가가 개인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The Star-Spangled Banner (별이 빛나는 깃발/성조기)" 애국가마저도 제창이 아니라 독창이나 합창단의 합창으로 불린다. 기념식에서 따라 불러도 되고 안 불러도 된다. "광주민주항쟁"의 의미는 중요하다. 다만 모든 국민들이 진정으로 이해하고, 기념곡을 애국가처럼 마음속에서 우러나 자발적으로 제창하게 되는 날까지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는 민주시민의 의식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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