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없이 보낸 어버이날 가족모임

부모님 없이 어버이날을 가족들과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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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희(hanyunhi)등록 2016.05.10 11:05
시골에 내려가고 싶은 날이 있었다. 설날, 추석 등의 명절이 그렇고 부모님 생신이 그렇다. 고향에 가면 그리운 고향 산천이 있고 부모가 있고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및 이웃 들이 있어 명절이 그립고 고향이 그립다.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뿌리 짤린 존재로 2년의 세월을 보내는 지금은 어떤가. 그저 부모가 없을 뿐인데 고향이 그리 그립지 않다. 부모만 없을뿐 고향 산천, 이웃들은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가족 모임이 있는 날은 고향에 가고 싶어 안달이다. 

어릴적 새옷입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명절을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데이트 , 명절 같이 그 날을 고대한다. 그 날이 왔다. 아내는 가족 모임에 가도 명절과 같이 음식차릴 일이 없어 좋아하고 딸은 혹시나 친척들로 부터 용돈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모두 늦잠도 안자고 일찍 일어나 분주하다.

스마트폰의 교통실시간을 살펴보니 경부선을 통한 천안논산선은 빨간색은 아니지만 주황색의 교통체증구간이 보인다. 중부선을 통한 호남고속도로 구간은 부여까지 막힘이 없다. 그래 좀 둘러가더라도 중부선을 통한 호남고속도로로 가자 결심한다.

별내 IC를 통해 외곽고속도로에 오르니 하남가까이까지 막힘이 없다.
어. 왠일이지. 여기는 평시에도 막히는 구간인데 안 막히네. 경부로 갈까.

그래 경부로 가.

실시간 상황보니 경부 좀 막히던데. 중부로 가자.

그래 중부로 가.

구리 근처 외곽고속도로  이쯤이 막히는 구간인데 이렇게 안막히는 거 보면 경부도 그리 많이는 안막힐 것 같은데.

중부로 가면 뭐가 문제인데.

경부로 가는 것보다 좀 돌아가야 하지. 부여까지 직선거리는 경부선에서  논산 천안고속도로 가깝지.

아유. 이 왔다리 갔다리씨 . 마음데로 하셔.

알았어. 중부로 갈게 .

경부로 가.

경부로. 그러자 그럼.

추석때 의정부에서 부여간다고 12시간 이나 걸린 사람이 누굴까. 좀 막히면 돌아가고 좀 막히면 돌아가고. 아휴 그 때 생각하면. 막히더라도 내가 불평 안할테니 경부로 가.

경부로 간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듯 도로 주행도 선택의 연속이다. 많고 많은게 시간인데 좀 막히면 어떻고 뻥 뚫려 일찍간다고 문제 될게 뭐있나. 어짜피 여행은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반이고 빨리가면 도착은 빨리 할 수 있으나 5분 빨리가려다 50년 빨리 갈수 있다는 과속방지 표어처럼 위험하고 막히면 천천히 주위 산천과 풍광 그리고 오디오의 음향을 여유롭게 즐기며 차안에서 가족과의 친목 시간이 길어 좋지 않은가.

세상이 공짜는 없고 주는게 있으면 받는게 있다는 인생이 제로섬 게임 임을 깨닫는 다면 판단의 번뇌에 허덕일 필요가 없다. 선택의 우유부단함은 욕심 때문이다. 이러면 이래서 좋고 , 저러면 저래서 좋은 줄 알아야 한다. 

경부선에 들어서니 어김없이 막히는 구간이 생기고 그 덕에 여유를 즐기며 충화 누님의 집에 도착했다.

귀촌한 누님과 매형의 집 귀촌한 누님과 매형의 집과 텃밭이다. ⓒ 한윤희


누님과 매형은 50년 넘게 서울과 의정부에서 생활하다가 자식들 모두 출가 시키고 손자 본 뒤에 충화 복금리로 귀촌하여 3년째 보내고 있다. 큰형님, 김포누님과 김포 매형, 충화 누님과 충화 매형은 벌써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저수지에서 잡은 잉어 3마리가 놀고 이쓴 연못 귀촌한 매형이 물고기 키우려 판 연못 ⓒ 한윤희


오는데 고생 많았지.  차 많이 막히지.

예. 좀 막히네요. 4일연휴라 오늘은 좀 안막힐 줄 알았더니 2틀동안 차가 빠져 나가고도 내려오는 사람이 많이 있나 봅니다.  매형 연못 파놓았다더니 어디 있어요.

저쪽에 있어. 가볼까.

예.

크긴 엄청 큰데 아직 정비가 안되 있네요. 주변을 돌로 쌓아서 안무너지게 해야 하지 않나요.

그렇게 해야 하는데 돌이 엄청 비싸. 운반비도 그렇고. 일단 이렇게 라도 해놓고 돌은 천천히 쌓아야지. 여기에 잉어 13마리 잡아 놓았어.

왜 그리 연못을 파려 하나 했더니 연못으로 수족관 역할을 하게 할려고 그러는 군요. 충화저수지에서 고기 잡아서 여기에 넣고 필요할때 잡아 먹으려고.

연꽃도 심고 물고기도 키우고 겸사겸사해서 만든거지.

멋져요.

닭도 키운다더니 닭은 어디있어요.

저쪽에 세마리 있지. 수탁 한마리에 암탁2마리인데 요즘 그놈들 알 잘 낳데.

와 계란 세개나 낳았네요. 엄청 큰데요.

저 수탁이 작은 암탁하고 놀고 있으면 다른 암탁이 작은 암탁한테 와서 괴롭힌다니까. 

자기 남편 건드린다고 그렇겠지요.

수탁 한마리에 암탁 20마리가 정상이레. 그런데 암탁이 2마리만 있으니 서로 차지할려고 시샘하는거지.

토종닭 어린 손녀가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다며 농장으로 가져와 키운 닭 세마리 ⓒ 한윤희


귀촌한 매형의 농장을 구경하다 보니 안산 누님과 시흥 형님이 도착한다고 연락이 온다. 모임 장소는 청양에 있는  송조 농원이어도  타지에 사는 형제들은 부여에 귀촌하여 사는 누님집에 자동으로 모이는 구나.

어머님이 살아계실적 부여집에 모이듯 고향 부여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짓는 누님과 매형이 있어 부모잃은 상실감이 많이 줄어든다.  누님과 매형이 귀촌하고자 집터를 구할 때,  낚시 좋아하는 매형이 충화 저수지가 있어 선택한 600여평의 터전이다.

20년가까이 폐가로 있던 집에 4천여만원을 들여 리모텔링하고 앞뒤의 밭에 매실, 사과, 복숭아, 호두 등의 과일나무 수십종을 가꾸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한겨울에도 상추를 재배해 먹으며 손녀가 키우던 병아리 세마리를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다며 농장으로 가져와 키우니 3년만에 어엿한 농장주가 되었다.

시골에 오면 심심하고 따분하다며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형과 누님은 할 일 많아서 시간 가는줄을 모른단다. 겨울이면 농한기라 심심하다 하기가 쉬운데 요즘은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심심할 수가 없고 낚시하여 세월을 낚으니 어찌 심심할 틈이 있겠는가.

며칠전 전화 할때는 연못에 잉어 13마리 잡아 놓았으니 어서 오라고 하더니 점심으로 나온 식사는 오리백숙 3마리에 불고기 등이다. 여기에 손수 만들었다는 두릅부침게까지. 매운탕은 다음에 오면 끓여준단다.

이제 신석티 시골집에 들러 보니 충화집 같이 저수지는 안보이지만 사방이 탁트인 개방감과 들판과 주변 야산의 녹음 그리고 20년 이상을 살았다는 기억의 흔적이 평온함과 안락을 선사한다. 이제 그 넓은 들판도 집옆의 논들도 하우스와 버섯재배 그리고 오리를 키운다고 벼논의 흔적을 지운다. 벼농사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이라.

산소에 들러 부여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 내외와 접선하고 성묘한뒤 숙소이며 모임장소인 청양에 있는 송조농원으로 간다. 여기서 인천 형님을 만나니 8형제의 건재함이 확인된다. 그동안 몇번 본 형제도 있고 1년만에 조우하는 형제도 있다. 부모는 떠났어도 아니 눈에 보이지 않을뿐 항상 곁에 있는 것이지만 그 분신은 분신에 분신을 만들며 이렇게 모여 있다.

작년 가족 모임은 큰 형집에서 하더니 올 해 모임은 송조농원에서 한다. 여동생의 모임장소 소식을 듣고 찾아보니 송조농원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팜스테이 농원으로 염소수육, 염소무침, 염소곰탕을 저녁 코스로 먹고 , 식사후는 모닥불 피워놓고 옆의 화로에 가래떡을 구워 먹으며 노래방 시설을 갖추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리고 아침에는 된장국으로 먹고 방목하는 염소와 돼지가 있는 야산의 농장을 구경후에 간식으로 떡을 먹고 점심으로 곰탕떡국을 준단다. 펜션 스타일의 집에서 세끼를 주며 가격은 12명 기준 60만원 이란다. 우리가족의 올해 모임 장소 송조농원이다.

차안에서도 먹고, 누님집에서도 먹고 송조 농원에서도 먹고 배불러 누워있으니 모여있던 형제들중 큰형님 말씀이 들린다.

부모님 산소에 표지석을 만드는 것은 어때. 비석은 하지 말고 .

표지석, 성묘할때 돗자리 안깔고 음식 올려 놓을 수 있는데가 필요하긴 하죠.

표지석은 묘지 주인과 그 자손을 적어 놓는것이 주요 목적이지. 음식도 올려놓고 성묘하기도 하고.

어머님이 생전에 표지석이 있었으면 하고 말씀 하신적이 있어서 그래.

얼마정도 할까요.

돌종류와 글자수에 따라 다르겠지.

적당히 알아봐서 합시다.

어머님이 말씀하셨다니 모두 하고 싶어 한다. 나도 비록 산에 무덤이나 석물을 싫어하지만 어머님의 뜻이니  반대 하지 않는다. 

언젠가 나에게도 어머님이 말씀하신적이 있다. 산소의 오두막에 앉아서 옆에있는 나에게 말한다.  무덤에 누구 묘인지 알 수 있는 표지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마 당신의 가장 큰 자산인 자부심인 8남매가 건재하고 그 자손이 쭉쭉 뻗어감이 자랑스러워 함이라 생각된다.

오후 1시에 충화 누님집에서부터 만나  이 곳 송조농원까지 밤이 늦도록 형제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덧붙이는 글 부모없이 어버이날에 가족모임을 하니 가족의 소중함이 다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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