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는 서울 부산 간 KTX에 존재한다.

코레일톡 앱과 코레일 직원과 코레일 고객센터의 총체적 시스템 오류를 겪으며

검토 완료

허성갑(kabi)등록 2016.04.26 14:36

승강장을 지나는 KTX ⓒ 허성갑


영화 <설국열차>에서꼬리칸 승객이 머리칸 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지난한 투쟁을 거쳤던가. <설국열차>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한다. 바로 우리나라, 서울에서 부산을 오가는 KTX 열차에 실재한다.

지난 주말 아침 김천구미역에서 서울행 KTX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서 기리는 중이었다. 맞은편 부산행 열차가 먼저 플랫폼으로 들어 온다. 승강장 스피커를통해 반복해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부산행 열차는 두 개의 차량이 하나로 연결 돼 있으므로 객차 내에서이동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지정된 열차를 확인한 후 승차하시라'는 내용이다. 멈춰선 열차를 보니 실제로 운전석을 중심으로 두 개의 열차가 앞뒤로 연결 돼 있다. 객실에 잘못 올랐다가는 꼼짝없이 다음 역까지 자기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 도착해서 예정 됐던 공연을 보고 고척돔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한 후 남영역부근에서 자취를 하는 딸아이를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헤어졌다. 구미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남영역에서 서울역까지는 지하철로 불과 한 정거장, 7시에 출발하는 KTX를 예매해 뒀으므로 6시 40분에전철을 탔다. 충분한 시간이다. 서울역까지 가는 길에 스마트승차권을확인하고자 스마트폰을 꺼내 열차예매 앱 '코레일톡'에 접속하려했지만 앱이 작동되지 않는다.

로딩중 화면만 뜬채 접속이 되지않는 코레일톡 앱 ⓒ 허성갑


최근 들어 '코레일톡'이 자주 오류를 일으켜서 접속이 안 됐던 경험이 있었기에 다시 접속을 시도했다.접속 대기 상태의 표시만 계속 돌아갈 뿐 여전히 접속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껐다가다시 켜고 다시 시도 해 봤지만 같은 증상이다. 출발 시간은 기억하고 있지만 객차번호와 좌석번호까지는기억 할 수 없다. 예전에는 스마트티켓을 캡처해서 저장해 두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캡쳐화면으로확인 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얼마 전 업그레이드 된 코레일톡 앱에서는 승차권화면캡처를 막아놨다.

객차번호를 따로 메모해 두지 않았다면, 코레일톡에접속하지 못하면 모바일티켓을 확인 할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다른 인터넷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이 정상적으로작동 되는 걸로 봐서는 코레일톡 앱의 오류이거나 서버의 문제가 분명해 보인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비상목록을 확인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뜬다. '확인'을 누르니 탑승일시와 열차번호, 출발역과 도착역 그리고 출도착 시간이 뜬다. 아마도 앱이 정상적으로작동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비상 조치인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객실번호와 좌석번호는알 수가 없다.

접속이 안되자 알려주는 객실번호와 좌석번호는 제외한 채 기본 정보만 알 수 있는 비상목록 화면 ⓒ 허성갑


전날 아침에 김천구미역에서 보았던 열차가 떠올랐다. 객차 두 개가 연결되어 탑승한 이후에 객실 사이를 오 갈수 없도록 된 열차.만약 내가 타게 되는 열차가 그런 형태라면 난 반드시 객차번호를 확인하고 타야 한다. 마음이조급해졌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매표소로 향했다. 예의 그렇듯매표소 앞에는 길게 줄을 서 있다. 일단 줄의 맨 뒤에 섰지만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탑승시간까지는 10 분이 채 남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난 줄을 무시하고 방금 매표를 마친 매표소 직원에게 찾아갔다.

캡처를 막아 놓은 코레일톡 앱 ⓒ 허성갑


매표소 직원에게 스마트폰의 비상목록을 보여 주며
"탑승 시간까지 5 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스마트티켓을 확인할 수 없으니객차번호와 좌석번호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매표소 직원은 불쾌한 표정으로 "줄을서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난 "시간이 워낙 촉박하니우선 처리를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직원은 "그렇다면 줄을 선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양해를구할만한 여유가 없다 우선 좌석을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직원은 여전히 불쾌한 표정으로 "코레일회원이냐?"고 물었다.
회원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발권한 신용카드를 보여달란다. 요구대로 보여줬더니 직원이 말했다.
"회원이네요"

코레일 회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직원은 내가 회원 여부를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무시하는 언사였다.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내 인내심은 드디어 바닥이 났고 언성이 높아졌다. '회원 여부가 뭐가중요하며, 촉박한 시간에 줄을 서거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요구하며,코레일 측의 어플리케이션 오작동 문제로 인한 문제가 분명한데 내게 불쾌하게 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소란해지자 매표소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대략의 얘기를 듣더니 코레일톡에 접속이 안된 건 내가 와이파이에 접속을 못했기때문이란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인터넷에 접속이 안됐다면내 스마트폰에서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는 어떻게 접속을 했으며 "비상목록"을 어떻게 코레일톡에서 받을 수 있었겠는가. 난 LTE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돼있는 상태였다. 팀장은 문제 파악을못하는 건지 문제의 원인을 자신들이 아닌 내게로 돌리려 하는 태도였다. 난 사과를 요구하고 내 좌석표를확인해 달라고 했다. 더 따지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포기하고 승강장으로 달려갔지만 기차는 이미출발하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다시 매표소로 돌아 갔다.

팀장과 매표소 직원은 이미 기차가 떠난 걸 알고 있는 듯 여전히 둘이서 모니터를바라보며 뭔가를 상의하는 중이었다. 난 열차를 놓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매표소 직원은 10 분 후 열차가 있으니 그걸 타고 가겠느냐고 묻는다. 어이가 없었다. 다음 열차가 30분 후나 1시간 후의 열차도 아니고 바로 10 분후에 열차가 있었다면 좀 전과 같은 촉박한 시간에 당연히 다음 열차를 타도록 안내를 했어야 되지 않는가. 팀장과직원은 여전히 와이파이 문제 등 엉뚱한 얘기를 했고 난 사과를 요구했다. 내 항의가 계속 될 즈음에갑자기 철도경찰 두 명이 나타났다.

내 딸아이 또래의 철도경찰은 위압적인 태도로 승강장이 소란하니 승무원실로 들어가서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다음 열차 승차시간까지 다시 채 5 분도남지 않은 상태에서 어디로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라니. 난 다시 철도경찰에게 항의했다. 철도경찰은 내 얘기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들끼리 "그냥내버려 둬"라며 돌아섰다. 승강장 내의 사람들 시선이집중돼 있었다. 물건 취급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난 다시거칠게 항의했다. 철도경찰은 내 언행을 문제 삼으며 연행 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 "당신이 어쩌고..." 하는 말도 했다. 자식뻘 되는 이에게 대중 앞에서 듣는 얘기는 치욕스러웠다. 그 사이매표소 팀장과 직원은 수수방관했다. 난 다음 열차도 놓치기 싫었기에 모욕감을 감수한 채 승강장으로 달려가간신히 열차에 올랐다. 이 열차 역시 두 개의 기차가 하나로 연결 돼 있는 구조라서 한참을 뛰어서 내객실에 오를 수 있었다.

열차에 탔지만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전화벨이울렸다. 매표소의 팀장이었다. 사과의 전화였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과를 받아들이고 매표소 직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잠시후 직원에게서 형식적인 사과의 전화가 왔다. 불쾌했지만 받아 들였다.대신에 철도경찰의 사과를 요구했다. 직원은 소속이 달라서 전달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요구가 아니라 부탁을 하겠다. 조직은 달라도 같은공간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연락 가능하지 않겠냐고 부탁했다. 직원은 알려 줄수 없고 더 불만이 있으면 고객센터로 전화 접수를 하라며 전화 번호를 불러줬다. 고객센터 전화번호는얼마든지 알 수 있으니 경찰과 통화 할 수 있도록 재차 부탁을 했지만 직원은 여전히 고객센터 전화번호만 알려 줬다.

집으로 돌아오니 밤 9시 반이 됐다. 철도청 고객센터 번호를 찾아 전화했다. 20여 분에 걸쳐 오늘의일을 설명했다. 고객센터 직원은 내 편에서 전적으로 동감을 표했다. 다소화가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건 서울역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며 고객센터에 접수 할 필요도없다고 했다. 서울역에서는 고객센터로 접수하라고 수 차례 권유를 했고,고객센터에서는 서울역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하면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면접수를 해 놓겠다며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면 3~4일 내로 이메일로 답변을 주겠단다. 난 책임있는 사람의 전화 답변을 원하며 내일 중으로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고객센터 직원은 자기들은 코레일 소속이 아닌 외주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통화가 가능한 시간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럼 전화번호를하나 알려 줄 텐데 거기도 접수만 받지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었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왜 매표소 직원이고객센터로 접수를 그토록 권유했는지. 외주업체에 전화를 해 봐야 접수하고 자기들이 정해 놓은 시간에일방적으로 이메일로 답변하면 그만일 테니 코레일 직원 입장에서는 고객센터로 떠 넘겨 놓는 게 가장 편리한 방법인 거다.

잠시 후 밤 10시 20분 쯤 코레일 고객센터의 다른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답변가능한 시간을 알려 주려는 거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 직원은 코레일톡 앱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느냐고자세한 오류의 내용을 물었다. 난 충실히 답변해 주고, 내가듣고 싶었던 답변 시기를 물었다. 그건 본인도 모르겠단다. 결국자신들 입장에서 보고서에 들어갈 내용을 써 넣어야 하는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심야에 전화를 한 거다.

모욕감과 분노와 수치심에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일이 벌어지고 접수를 하고 난 이틀이 지난 지금 기사를 작성 중인 지금 이시각까지 코레일 측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코레일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고객이 불편하도록 다운그레이드 했고, 코레일의 매표소 직원은 불성실하고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으며, 코레일의외주를 맡은 고객센터는 접수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

추측하건대 나와 같은 경험을 한 고객이 다수일 것이다. 그 고객들은 급한 대로 기차표를 받아서 돌아섰거나 차를 놓쳤거나 엉뚱한 열차에 탑승해서 곤욕을 치뤘을지도 모르겠다. 그 중 일부는 스스로 감수하고 잊어 버리거나, 코레일에 항의를 했다가어떤 이메일 답변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이와 같은 코레일의 시스템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고객이겠지만 어쩌면 코레일에소속된 직원들일지도 모르겠다. 코레일에서 제대로 된 앱을 개발하고 고객의 소리를 듣고 개선했다면 나와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테고 직원들이나 외주업체인 고객센터 상담원이 곤욕을 치르는 일도 줄어들 테니까.

내가 기차를 타기 전날인 22일에는여수에서 무궁화호가 탈선해서 9 명의 사상자가 났다. 세월호이후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았고, 어쩌면 사소한 일일 수도 있는 이와 같은 시스템이 결국 큰 사고를 만들지도모른다는 생각에 글을 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