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의 "하얀 드레스"를 듣고 떠오른 컴퓨터 하드 속 나의 가사.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가사, 뭐가 달라도 달랐다.

검토 완료

김민아(gstory)등록 2016.03.14 09:30
방금 전 방송된 KPOP스타를 보았다. 평소 독특한 스타일의 자작곡으로 사랑 받아온 참가자 안예은의 "하얀 드레스"를 듣게 됐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하얀 드레스>
네가 사준 신발 헐값에 팔아버렸어
사이즈도 안 맞았어
네가 사준 향수 홧김에 쏟아버렸어
향은 참 좋았는데
태우고 찢고 별짓을 다 했는데
아직도 치우지 못한 게 있어 딱 하나

하얀 원피스 입지도 않을
하얀 원피스
치맛자락에 달린 못생긴 레이스가
널 닮았어 그래서 ….

한참 노래를 듣다가 보니 예전에 내가 써 놓은 비슷한 설정의 가사가 떠올랐다. 에이, 나도 저런 비슷한 컨셉의 내용을 썼었는데 내 것은 왜 노래가 못됐고, 안예은의 가사는 노래가 되어 저렇게 방송을 타고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프로듀서들의 쏟아지는 칭찬을 받는 거지?대체 뭐가 다른 거야!, 라며 얼른 컴퓨터 속 내가 써 놓은 가사를 펼쳐봤다.

<너의 외투> 

사람들이 날 쳐다봐.
이상하단 듯이 날 쳐다봐.
내 손 끝이 안보이게 더 길게 내려간 소매를 봐

오랫동안 준비해온 떨려오는 이 아침에
정신 없이 걸친 외투. 너의 향기가 밀려온다

**
너인 거니 너인 거니. 내 귀에 입김을 불어서
힘을 줬니. 혼자 서만 싸워야 할 두려운 시간에
함께 해줘 고마워 나의 사랑

너의 선물 너의 사진
모두 다 버리고 지웠지만
마지막이 됐던 그날 입혀준 니 옷은 못 버렸어
…..

이 가사의 내용은 이렇다.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 아침 정신 없이 입고 나간 외투가 헤어진 그 사람이 마지막 날 내게 입혀줬던 그 옷이다. 거기엔 아직 그의 향기가 남아있어서 마치 그가 오늘의 날 응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아 그가 생각난다는 내용이다.
헌데 다시 한 번 읽어 내려가보니 조금 전의 흥분은 어느새 가라앉았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뭔가 비현실적이고 붕 떠있는 감상적인 느낌이 안예은의 직설적이고 현실적이고 발칙한 가사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사가 이런 거구나,싶으면서 못난 내 가사에 마음이 아파졌다.
누구나 한 번쯤 가사에 써 볼만한 얘깃거리를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써 내려가는지에 따라 그 가사의 수준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방식에 진짜 가사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려있는 것 같다. 그 방식이라는 것 하나. 말이 하나지 그 하나의 차이를 만들기 위해 재능에 더해진 부단한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열심히 한다고 했었지만 난 그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었나 보다. 안타깝다. 너무.
이건 단지 작사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 같다. 평범함과 특별함을 가르는 별거 아닌 듯 보이는 하나의 차이. 하지만 이뤄내기 정말 어려운 그 것. 난 작사가로서의 하나의 차이를 만드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또 다시 시작하는 다른 일에서는 꼭 만들어내고 싶다. 어딘가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당신도 그 하나의 차이를 꼭 만들어내기 간절히 바란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