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 이모 이야기

[한국어교실 이야기 44]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 사무총장 필리핀 간호사 배민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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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희(drkoo)등록 2016.02.13 19:49
"민희 이모! 오늘은 뭐 가져왔어요?"
"오늘은 맛있는 빵 가져왔어요".

민희 이모가 있는 곳이면 언제나 먹을 것들이 넘쳐난다. 민희 이모는 환갑의 나이에도 본교에서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필리핀계 미국 학생 배민희 씨이다. 다른 학생보다 좀 많은 나이와 바쁜 일정으로 인한 잦은 결석으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때는 따로 시간을 내서 개인교습을 통해서라도 한국어 학습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배민희 씨가 '민희 이모'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는 나이가 다른 학생들 이모뻘인 점도 있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수업 시간마다 먹거리를 챙겨오는 자상함 때문이다. 작년에 개최한 중창단의 첫 공식 무대였던 '작은 음악회' 리셉션에는 손수 떡볶이를 해 오기도 하는 등 한국 음식도 요리할 줄 아는 멋진 학생이다.

민희 이모로 불리우는 이 학생은 사실은 스탠포드 대학병원의 인정받는 현직 간호사이다. 또한 손자 손녀까지 있는 대가족의 젊은 할머니이기도 하다. 이러한 민희 씨가 한국어로만 노래하는 외국인 중창단 '어드로이트 칼리지 앙상블' 사무총장이 된 데에는 작년에 있었던 부산 초청 공연에 합류가 그 원인이 되었다. 중창단 단원은 아니었지만 본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이었고 단원이었던 성아름 씨와 친했던 터라 중창단 의료진으로 참가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서울에서 만난 민희 씨가 들고 온 여행 가방을 보고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여행 가방 세 개에 배낭까지 혼자 들지도 못 하고 아름 씨가 거들어줘서 겨우 감당할 정도의 짐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온 것이다. 본래 여행 다닐 때에는 간편한 짐을 선호한 필자는 그 짐을 보자 황당하기도 하고 같이 다닐 생각에 조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이 보이는 민희 씨의 행동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러한 짐을 들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었을 때는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했다. 민희 씨가 들고 온 가방에는 우리를 초청해 주신 분들께 드릴 선물들과 한국 방문 후 찾아갈 필리핀 가족들을 위한 선물이 가득 들어 있었고 자신의 옷가지들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중창단의 공연과 관중들의 반응을 보고 감명을 받은 민희 씨가 자진해서 중창단의 사무총장 직을 맡겠다고 했고 앞으로 중창단의 한국 공연 경비 지원을 위한 기금 모금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외국인으로만 구성되었으나 한국어로만 노래하는 세계 유일의 중창단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 민희 이모 덕분에 중창단들은 이제 열심히 공연 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민희 이모는 서울 방문 중에 자신에게 맞는 한복을 맞춰서 구입했는데 다 만들어진 한복을 입어보고 정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며 한복을 만들어주신 할머니에게 감사하다며 함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민희 씨는 올해부터는 중창단 알토로도 참여하며 열심히 중창단의 한국 방문 기금 모금 마련을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금을 모금 중에 있다. 이렇게 아낌없이 나눠줄 줄 아는 민희 이모가 있어서 우리 중창단은 한국 노래를 미국 주류 사회에 알리는 데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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