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5일 오후 1시,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지도입니다. 울릉도 옆에 있어야 할 독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 구글 지도 갈무리
잠시 짬이 나서 밀린 이메일을 정리했다. 무슨 무슨 보험에 가입하라는 광고성 메일이 수북하다. 구글 뉴스검색에 '민주당'이라는 단어를 입력해 놓은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관련된 스크랩기사들도 한보따리다.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호남에 사는데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을 텃밭으로 삼고 있기에 자세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목 정도는 읽고 지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독도와 관련된 기사 한꼭지가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 지난 22일 현재 '동해'가 '일본해'로,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안으로 들어가니 '일본과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굴욕협상'이라며 비판한바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당사 홈페이지 지도에 버젓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지도는 구글이 제작한 것으로 한국판의 경우에는 '동해'와 '독도'를 표기하지만 영어판에서는 '일본해'와 '리앙쿠르 암초'로 나타난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그러면서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구글 지도에 잘못 기재돼 있는 동해와 독도 이름을 되찾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제1야당이 동해 표기에 대해 미연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었다.
"설마 그랬을라고?"하는 생각이 들어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로 들어가 봤다. 설마 그랬을지라도 기사 내에 "더불어민주당은 '몰랐다. 사실이라면 고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3일이나 지났으니 제대로 고쳐져 있을텐데 굳이 들어가서 볼 필요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지도에 '동해'는 '동해'로 표기되어 있네요. ⓒ 구글 지도 갈무리
그런데 헐이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도에 울릉도 옆에 있어야 할 독도가 보이지 않았다. 울릉도나 독도를 실제로 가본일은 없어도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독도는 우리땅'노래를 통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하나가 독도라는 것 쯤은 알고 있는 나인데.
울릉도 옆을 아무리 둘러봐도 독도가 보이지 않는다. '동해'는 '일본해'가 아닌 '동해'라고 표기돼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독도가 보이지 않았다. 하여 다음 지도를 검색해 봤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독도가 가라앉은 것은 아니겠지 하는 우스개 상상을 하면서.
그런데 다음 지도에는 버젓이 '독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경상북도 울릉군 을릉읍 독도리라는 주소와 함께 울릉도에서 1시간 20분 거리라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직접 지도를 제작하지는 않았을테니 홈페이지 지도에서 독도가 사라진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탓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인터넷포털 다음 속의 울릉도와 독도 입니다. 주소와 함께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설명되어 있습니다. ⓒ 구글 지도 갈무리
하지만 우리에게 독도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독도는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섬 중의 하나가 아니다. 먼 옛날부터 호시탐탐 우리나라를 노리고 침략한데다 수많은 역사적 자료가 있음에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을 향해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는 섬이다.
최일선에서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고 있는 섬이다. 당연히 우리땅이라고 온국민(글쎄 이건 잘 모르겠다, 가끔씩 독도문제에 무관심한 것 같은 정치인들을 보면)이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섬이다. 역사적 자료들을 무시하고 끊임없이 자기네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으로부터 지켜내야하는 우리 땅이다. 그런데 잘못 표기된 정도가 아니라 사라지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국민들이 독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텐데, 잘못 표기된 것을 수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잠시 지도를 내리고 고친 후에 올릴 수도 있을텐데, 아니면 올바르게 표기된 다른 지도로 바꿀 수도 있을 텐데. 꼭 지워버려야 했을까?
더불어민주당에게 독도는 어떤 의미일까? 지도에서 독도를 지우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뼈를 깎는 혁신과 늘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높게 받드는 정치"를 약속했다.
국민들은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말하는데, 독도나 동해를 다른 이름으로 표기하면 분노하는데... 독도는 왜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걸까? 왜 독도를 지도에서 지웠냐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걸까? 우리 땅 독도가 정치인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 역사에서, 우리 영토에서 사라질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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