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데이트

100일을 기념한 특별한 하루를 보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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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gstory)등록 2016.01.19 14:00
주말이면 카페와 영화관 그리고 또 카페와 영화관 그러다 가끔 하는 드라이브…. 이런 하루에 지쳐갈 즈음 어느새 찾아오는 100일 기념일. 그럼 우리들은 '이 날은 좀 다르겠지?'라고 부푼 기대를 하게 된다. 아…하지만 알고 있을까? 남자 친구는 100일 동안 그런 판에 박힌 데이트를 계획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걸. 오늘은 한 번 그를 위해 내가 준비하는 데이트를 해보자.
낭만적이고 색다른 미술관 데이트는 어떨까? 만일 주말이라면 대형 전시관은 피해야 한다. 서울 시립 미술관이나 용산 국립 중앙 박물관, 예술의 전당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필자는 지난 달 용산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오르세박물관전을 관람하러 갔다가 웬만한 그림의 아랫부분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크고 작은 사람들의 뒤통수로 가려진 그림만큼이나 답답한 마음이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내 한 쪽 귀를 뺀 나의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떨어져나가 전시관 여기 저기에 쓸려다니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의 소근대는 소리, 발걸음 소리는 마침내 그 한쪽 귀까지 침범하여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즐겁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날 남자친구와 낭만적인 분위기를 기대하며 함께 갔다가는 이리 저리 쓸려 다니다 잡은 두 손 마저 놓아버리고 짜증 가득한 얼굴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대형 전시는 가능하면 평일 날 도슨트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체크한 후 가보도록 하자. 소규모 전시회장은 주로 평창동, 종각과 인사동, 삼청동, 통의동 그리고 청담동에 위치해있다.
'미술관 데이트'라는 제목을 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우선 미술관 관람에 흥미가 있다고 전제하고, 당신의 남자 친구가 흥미가 없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런 경우라면 우선 영상 위주로 된 전시는 피해야 한다. 미술 관람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도 처음엔 영상에 대해서는 많이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월요일에 휴관하고, 오전10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미술관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면 전시가 할인되는 경우(예: 대림 미술관)도 있으며, 네이버 카페(문화 충전)와 신용카드할인도 눈 여겨 보자. 우선 홈페이지를 찾아보며 동선을 그려본다. 평창동이면 평창동 인사동이면 인사동 한 군데를 지정해서, 동선이 너무 커지지 않게 짜는 것이 좋다. 우선 삼청동을 예로 들면, 『갤러리 현대 → 학고재 → 국제갤러리 → 트렁크 갤러리 → 갤러리 조선』 이 정도의 동선도 추천한다. 근처에 밥집과 찻집 정도를 알아가는 센스도 필요하겠다. 통의동의 simon갤러리처럼 미술관 안에 카페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특별히 커피가 맛있달 수는 없지만 그림을 보았던 느낌을 그대로 차 한잔에 담아 마실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여기저기 미술관을 찾아 다니느라 힘을 소진했다면 미술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쉬어가는 여유도 좋지 않을까?
오늘만큼은 하이힐은 벗자.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좀 더 내추럴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오늘만큼은 그 보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 미리 생수 두 통을 사 놓고 기다리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미술관 관람은 걷고 또 걷는 것의 연속이기 때문에 물 걷다 보면 생수 한 통의 간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음료 반입이 안 되는 미술관도 있지만 가방에 넣고 들어가는 건 허락된다.) 좀 더 괜찮은 하루를 원한다면 가려고 계획한 전시들을 미리 공부해 보고 가는 것이다. 작은 미술관들은 도슨트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로 안내 책자를 보는 것이 전부이지만, 작가의 경향이나 이번 전시의 취지 정도 인터넷으로(해당미술관 홈페이지와 기사를 활용)간략하게 알아가서 남자친구에게 귀띔해 보자. 이런 간단한 수고로 그에게 약간의 지성미를 풍기는 배려심 있는 여자가 될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은 히사지하라의 작품으로 발튀스의 그림을 사진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 사진들은 그림을 사진으로 재현한 거래." 너무 아는 척 할 필요도 없고 그에게 이렇게 딱 한마디 건네주는 거다.

미술관을 다니며 여러 작품을 함께 보는 일은 그 사람을 좀 더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 서로의 느낌을 나누면 그의 취향이나 가치관 까지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일 예로 너무 실험적이고 난해한 작품이 있다고 하자. 그것을 대할 때 크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겠고, 모 이런 것도 있을 수 있겠거니 넘어가는 사람, 더 나아가서 staff에게 질문해 어떤 의미일까 파악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겠다. 뒤의 두 가지 경우의 남자라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진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또, 나의 가방을 잘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남자라고 늘 가방을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는 필자는 반대한다. 다만 오래 걸은 뒤, 여자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는 건 좋은 매너다.) 또한, 오늘 내가 짜 놓은 동선 대로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대부분의 미술관에 비치되어 있는 '서울 아트 가이드'를 보며 또 다른 동선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겠다. 나의 동선대로 움직이는 남자는 두 가지. 오늘 나의 계획을 존중해 싶을 수도, 그리고 짜여진 루트가 편한 수동적인 남자일 수도. 또 다른 동선을 제시하는 남자 역시 두 가지, 오늘은 네가 계획을 했지만 꼭 거기에 내가 뭔가 역할을 하고 싶은 자존심 강한 남자일 수도, 그리고 더 좋을 걸 함께 하고 싶은 능동적인 남자일 수도. 그와 함께 여러 미술관을 돌아 다녀보면 여행을 한 것만큼이나 그를 많이 알게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림을 보는 낭만적인 행위를 하다 보면 나른해진 기분에 서로가 알고 싶었던 어린 시절 얘기, 가족 얘기, 어쩌면 내밀한 상처까지도 공유하게 될 지 모른다. 미술은 누구에게나 힐링이 되고 안식처가 되어주는 거라 미술관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지만, 두 손 꼭 잡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편안하게 그림을 바라보는 연인의 모습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건 없었던 것 같다. 질투가 날 만큼 예쁜 그 모습을 내가 한 번 연출해 보자. 특별한 오늘을 위한 우리 둘만의 사진, 그 배경에 멋진 그림 하나를 더하면 훨씬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하지만 한 가지, 대형 기획전시의 경우에는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는 않는다.
글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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