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패딩 쇼핑의 함정, 리오더의 비밀

12월에 못 사서 눈 앞에 아른거리는 패딩, 지금 가격도 내렸는데 살까 말까?-대답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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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gstory)등록 2016.01.19 13:59
1월이면 12월에 둘러보고 구입하지 못한 옷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 시기면 겨울 옷 값이 최대로 떨어지고 소한과 대한이 남아있어 구정을 넘기기까지 대략 절반의 겨울이 남아있어 패딩을 구입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12월처럼 마무리할 일과 모임이 많지 않아 12월 보다 오히려 쇼핑에 좀 더 관심이 가는 시기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한 번 보고 쉽게 구입을 결정하기 힘든 겨울 패딩, 올 해 봐둔 예쁜 겨울 패딩은 이 시기가 지나면 비인기 상품이 아니고서는 온라인으로조차 구매하기 어렵다.
12월에 아이쇼핑으로 설레임만 가졌다면 이제 내 옷장 한 켠에 든든하게 걸어둘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12월,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보고 마음에 담아둔 내 위시리스트의 패딩을 구입해 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12월 말쯤이면 (올해는 세일이 일찍 시작되어 12월 10일 경부터 )각 매장의 마네킹이 입고 있던 주력 상품들, 온라인 판매 순위 10위 안에 있던 제품들은 세일을 시작하면서 일주일 내로 품절된다. 그래서 망설이던 사람들은 제품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월 초가 되면 어딘가에서부터 스멀스멀 그와 같은 품번의 제품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한다. 전국에 하나도 없다는 그 제품이 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불과 열흘이나 보름 전에 온•오프라인에서 보았지만 사라져버린 그 제품은 '리오더'를 통해 다시만들어진다. '리오더'란 말 그대로 다시 주문해서 만든 물건이란 뜻인데 여기에 바로 함정이 숨어있다. '주문해서 다시 만든 물건'이란 말은 맞지만 '똑 같은 사양으로 다시 만든 물건'은 아니다. 디자인과 품질표시의 내용은 원래 물건과 일치한다. 품질표시의 내용대로 오리나 거위털일 경우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나 겉감과 안감의 소재, 그리고 모자의 털의 소재까지 같다. 그럼 뭐 때문에 이렇게 다른 것일까? 그건 질적인 차이라 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겉감의 소재이다. 패딩 겉감에 주로 쓰이는 소재는 폴리에스테르인데 폴리에스테르라고 다 같은 폴리에스테르가 아니다.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발색력과 옷의 무게, 그리고 질감이 결정된다. 리오더의 경우엔 질이 낮은 소재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퍼와 똑딱이 등의 부자재가 다른 경우가 많고 원래 제품에서는 모자의 탈부착이 가능했는데, 리오더의 경우엔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더 황당한 경우는 사이즈까지 달라지기도 한다.
더욱이 2016년에 두드러지는 현상은 충전재의 양이다. 2015년 겨울시즌 초입에 나온 제품에
비해 2016 1월 패딩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충전대의 양이 같은 품 번의 옷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리오더와는 별개의 얘기이지만 패딩의 팔과 앞 면에는 충전재가 충분히 들어있으나 뒷면은 현저히 그 양이 적은 패딩의 경우도 있었다. 매장에서 자신이 입어본 앞 모습을 주로 보고 사가는 쇼핑 형태를 악용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1월이 패딩 쇼핑의 적기인 것 맞지만 1월은 속아 넘어가기에 딱 좋은 때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이리저리 재다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좋은 사람을 놓치고 나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나면 이미 처음 만났던 그 때와 같은 사람이 아니듯(나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져버린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과 같다.) 한 번 놓친 후 반갑게 다시 만난 1월의 패딩은 12월 거울에 비치는 조명 아래서 내게 예쁘게 입혀져 있던 빛나던 그 옷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1월에는 패딩 쇼핑을 과감하게 접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12월 말 경까지 끝끝내 초기 가격을 고집했던 고가에 속하는 상품들이 이 때 세일을 시작한다. 12월 말까지 60~80만원 대를 고수하던 제품들이 40~50% 세일을 시작했다면 이 시기에 얼른 낚아채야 한다. 하지만 12월에 이미 세일을 시작해 인기리에 판매되던 제품들은 네버!!! 아니아니 아니되옵니다.
몇 년 전 1월에 50% 할인 제품을 구매했다 리오더제품을 사게 된 경험이 있다. 직원들에게 처음 나왔던 것과 같은 제품이 아닌 것 같다며 의아해하면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같은 제품이라고 말한다. 올 해에도 12월에 망설이다 사지 못한 제품이 다시 나와 매장에 문의했더니 처음 것과 같은 시기에 들어온 제품이라 하여 얼른 가봤더니 그렇지 않았다. 리오더란 말은 그들만의 금기어인건 아닐까?
리오더는 눈속임이다. 품절된 제품들을 다시 만나게 해 주지만 똑 같은 제품을 제공하진 않는다. 이것은 조금은 무던하고 조금은 기민하지 못한 그리고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용하려는 사악한 의도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겨울 패딩은 한 번 구입하면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착용해야 하고, 또한 가격대도 높기 때문에 청바지나 니트 등 다른 옷들에 비해 잘 골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의 눈과 마음을 흐리는 이런 행동이 더 이상 자행되지 않았으면 한다. 리오더 제품에는 리오더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 리오더에 관한 얘기는 이제 접어두고 구입 시기와 상관 없이 패딩을 잘 고를 수 있는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재는 거위털이 오리털 보다 가벼우며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80%:20%가 가장 이상적이다. 솜털의 비율이 90%가 넘으면 잡아주는 기능을 하는 깃털이 너무 적어서 털들이 충전백 안에서 아래로 몰려있게 될 위험성이 있다. 또 하나, 솜털과 깃털의 비율만으로 보온성을 판단하면 안된다. 80%의 솜털이 들어있다 해도 털의 양 자체가 지나치게 적은 경우 오히려 솜털 함량이 낮은 제품보다 보온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하나 작년부터 유난히 두드러지는 현상은 '충전재2'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리나 거위털 패딩이라하면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 한가지만 궁금해하고 그 옷이 오리나 거위털 이외에 다른 충전재가 들어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한다. '충전재2'는 주로 모자나 팔 부분에 많이 쓰이는데, 심한 경우 몸판 전체에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매장 직원 역시 폴리에스테르 100%로 되어있는 충전재2에 대해서는 특별히 묻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거나 본인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작년부터 시작된 충전재2의 삽입은 올해 조류독감으로 인한 오리털 가격의 상승으로 훨씬 더 많아졌다. 그래서 품질표시를 꼭 보고 구입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충전재가 폴리에스테르라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폴리에스테르이지만 잘 가공되어 이전의 솜잠바처럼 무겁고 보온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얼마전 뉴스에서는 폴리에스테르 충전재 보온성과 가벼운 착용감에 대해 보도했을 만큼 소재의 질이 꼭 오리나 거위털보다 못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재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내가 입을 옷의 소재가 오리털이나 거위털 외에 다른 소재가 들어있는지, 있다면 어느 부위에 들어있는지 알고 구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온라인의 고객후기를 읽어보면 "구입하고 났더니 뒷판은 오리털이 아니라네요, 헐~", "집에 와보니 충전재가 두 가지라는데 어디가 오리털이고 어디서 솜인건지요?"라는 글들이 있었던 만큼 구입 후에 충전재로 인한 불만족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전재가 100% 오리털 혹은 거위털인지를 알려면 품질표시를 보면 되지만 우리의 품질표시는 어느 부분 충전재가 폴리에스테르인지는 애석하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 또한 제도적으로 표기하게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사실 손으로 알아내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ㅎㅎ 패딩을 이리저리 손으로 만져보면, 오리나 거위털은 손으로 비벼보면 힘은 주는 대로 털이 푹푹 꺼지지만 폴리에스테르가 충전된 부분은 잘 꺼지지도 않고 상당히 미끌거린다. 손이 밀리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패딩의 경우 온라인 쇼핑은 비추한다. 매장에서 보고 와서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배송도 해주니 편하지만 패딩은 단연코 기성복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털이 들어있는 양도 다르고 사이즈도 미세하게 조금씩 다르다. 꼭 온라인으로 쇼핑을 해야 한다면 온라인으로 결재를 하고 매장에서 수령하는 것도 알아두면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안타까운 점은 패딩의 디자인이 점점 실용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패딩은 가볍고 따듯한 기능적인 면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뭔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 욕심 때문인지 모자에 달린 털의 크기를 경쟁하듯 키우고 있고,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이 아닌 소재(모직, 면, 레이온, 아크릴)를 이전에 비해 많이 사용해서 무게감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올 해 각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린 제품들을 살펴보면 알 것이다. 단순하면서 가볍고 핏감을 살린 제품들이 잘 팔려나갔다는 것을. 패딩을 사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소재로 어지럽게 디자인된 제품보다 가볍고 고급스러운 소재, 그리고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는 눈에 익은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올리브데 올리브의 op5wh950, 온앤온의 np5wh072, 매긴나인브릿지의 mf4ed193, 베네통의 bapd 54561은 올 해 대표적으로 반응이 좋았던 상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익숙하던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신상품이다 보니 색의 다양화와 조금은 변형된 핏감을 보이긴 했지만 기존의 사람들이 선호하던 모양과 소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 제품들의 겉감의 소재가 100% 폴리에스테르 혹은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의 혼방이며, 핏감 또한 몸에 슬림하게 붙어 군더더기 없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또한 모자가 있어 실용적이면서 모자에 지나치게 라쿤이나 너구리털을 많이 달지 않아 거추장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심미성도 만족시키고 가볍고 따뜻한 실용적인 면이 모두 일치하는 것 보면 앞으로 의류회사들이 만들어야 할 제품들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의류회사들이여, 제발 리오더와 제 2 충전재로 눈속임하지 말고 정말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들을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그래서 옷을 구입해야 하는 시기와 소재의 질을 고민하지 않게, 그래서 조금은 수월하게 쇼핑할 수 있게 도와주기 바란다. 새로운 소재, 새로운 디자인 좋다. 하지만 그에 집중할 시간과 재정의 반 만큼이라도 품질력 향상에 힘쓰기 바란다.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 중 옛날 옷들이 훨씬 질이 좋았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질 좋은 제품으로의 회귀는 영업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니 당장의 눈앞의 이익만을 좇지 않길 바란다.

글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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