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빠져라, 세계화의 물결 속으로

토머스 프리드먼 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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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ssolabim)등록 2015.12.31 16:09
뉴밀레니엄의 도래로 전세계가 떠들썩하던 2000년, 세계화시대를 통찰력 있게 간파한 언론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토머스 프리드먼. 세계화에 대해 다룬 책들 중 가장 훌륭하고 재미있는 답변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호기심과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그간 세상에 만연하던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합리적인 관점으로 평가하는 한편, 풍부한 경험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의 시스템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 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스템을 파헤친다. 고르바초프의 시대에서 옐친의 시대로 넘어가는 상징성을 통해 세계적 통합의 물결이 시작됐다. 이제 힘겨루기가 전부였던 씨름의 시대는 끝났다. 냉전의 종식,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세계는 끝없는 100미터 달리기의 경쟁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누가 더 빨리 정보를 획득하고, 누가 더 통찰력 있게 정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흥망성쇠는 판가름 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각국이 100미터 달리기에 참여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대조를 통해 세계에 존재하는 두 가지 핵심가치를 대변한다. 렉서스가 세계화 시대에 최고로 평가받는 기술력과 현대적 경쟁력을 상징한다면, 올리브나무는 고유의 지역마다 존재하는 오래된 문화와 전통 커뮤니티를 나타낸다. 지금 세계는 끊임없이 충돌하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다. 두 가지 핵심가치의 균형을 가장 잘 잡는 국가가 세계화 시대에서 주도권을 갖게 된다. 그는 전적으로 렉서스의 국가가 되는 것도, 온전히 올리브나무의 국가로 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그것은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기 때문에.

2부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시스템에 접속하는 절차를 설명한다. '글로벌루션'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세계화와 함께 혁신에 성공하는 국가들의 사례를 열거하면서, 오늘날 정보투자가 집단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나라의 제1조건은 투명성이라고 말한다. 1997년 한국의 IMF 사태의 원인과 해법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그의 식견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화를 이해하기 위한 저자의 무궁한 노력이 느껴진다.

3부에서는 세계화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반발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여전히 하나로 귀결된다. 세계화라는 것은 한 개인이 시작한 것도, 한 국가가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찌 됐든 어느 순간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시대적 흐름이며, 이제 누구도 세계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산골로 들어가 속세와 단절하는 것만으로 누군가가 세계화의 흐름을 거부할 수 있을까.

4부에서는 필자의 조국인 미국이 세계화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에게 미국은 세계화 혁명이 시작된 곳, 가장 먼저 세계화를 잘 받아들인 곳, 그리고 합리적으로 승리를 거머쥔 곳으로 상징된다. 혹자는 세계화 체제의 안정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을 돌아보라. 당시 미국의 성취와 발전 속도를 본다면 미국의 역할을 절대 과소평가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묻는다. 자, 그럼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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