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심야방문', 13년 전 노무현 떠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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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모(ingodzone)등록 2015.12.14 15:55

문재인(62)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문재인(62)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올해초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 양원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62·초선) 대표가 같은 당 안철수(55·초선) 의원 자택을 '심야 방문'했다. '탈당' 의사를 내비친 안 의원을 만류하기 위해서였다.

안 의원은 앞서 문 대표에게 "당 개혁을 위해 '혁신전대(전당대회)'를 열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문 대표는 "'혁신전대'는 분열의 길"이라며 이같은 제안을 거부했다.

문 대표는 13일 오전 0시 58분쯤 박광온(57) 비서실장 등을 대동하고 서울 상계동 안 의원 자택을 찾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 대표는 자택 앞에서 약 40분 가량 기다렸다. 하지만 안 대표는 "시간이 늦었으니 오전에 다시 얘기하자"며 짧은 인사만 나눴다. 문 대표는 별 소득없이 발길을 돌렸다. 

안 의원은 결국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문 대표의 이날 방문은 13년 전 대선 당일 노무현 전 대통령(1946~2009) 행보와 비슷한 장면이 많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통합21 정몽준(64) 당시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국민통합21은 정 후보를 중심으로 이 해 11월 창당됐던 보수 계열 정당이다.

하지만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오후 10시 35분, 정 후보 측은 돌연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노 후보가 이날 저녁 서울 중구 명동 합동유세에서 '미국이 북한과 싸우면 우리(대한민국)가 말린다'고 언급한 게 불씨였다.

당시 국민통합21 대변인이었던 김행(56) 전 청와대 대변인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고 양당간 합의된 정책공조 정신에 어긋나는 발언"이라며 "미국은 우리를 도와주는 우방"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과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라며 "(이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급작스런 통보'에 노 후보는 고민에 빠졌다. 철회 발표 한 시간 후인 오후 11시 30분. 노 후보는 정대철(71) 당시 선거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급히 민주당 당사를 빠져나왔다. 이어 종로 평창동으로 향하는 자동차에 올랐다. 평창동은 정 후보 자택이 있는 곳이었다.

당시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 후보가 정 후보 자택에 도착한 시간은 19일 0시 5분. 대선 당일이자, 선거까지 약 6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노 후보와 정 위원장 등은 2분 여간 정 후보 자택 앞에서 기다렸다. 이에 이인원 당시 당무조정실장이 나와 "정 대표가 술을 많이 드시고 주무시고 있다. 결례인지 알지만 지금 만날 수가 없다"며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노 후보와 정 위원장은 이후 40분을 더 기다렸다. 하지만 정 후보 측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노 후보는 결국 이날 새벽 1시 20분 "(정 후보와의) 오해는 풀리고 공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말린다'는 표현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된다는 뜻이었다"는 해명을 이낙연(63) 당시 민주당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그 후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다. 노 후보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80) 당시 후보를 57만 여표 차이로 꺾고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 후보는 1201만 4277표(48.91%)를 받았다. 이 후보는 1144만 3297표(46.59%)를 받았다. 문자 그대로 '박빙'이었다.

문 대표와 노 전 대통령은 서로 '평생의 친구'라 부를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친구끼리는 닮아가는 걸까. 문 대표의 '심야 방문'이 13년 전 노 전 대통령과 묘하게 겹쳐 보이는 이유다. 과연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처럼 위기 극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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