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에게 화염병을 만들게 했나?

평택 용죽지구 토지수용자 강제퇴거 조치 맞서 극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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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일(focuson)등록 2015.10.31 15:46

화염병을 앞에 두고 복잡한 심경으로 앉아있는 철거민 법원의 퇴거조치 단행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 놓은 화염병 옆에 참담한 심경으로 앉아있는 철거민 모습 ⓒ 문영일


평택시 용죽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에서 조합의 보상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던 4가구에 대한 강제 퇴거 조치 중 철거민이 골절상과 화상을 입어 물의를 빚었다.

지난 29일 오전 9시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1부의 퇴거단행 처분 조치에 나선 집달관은 용역반 20여명과 집기류 수거인력을 동원해 퇴거 집행에 나섰다. 철거민들은 퇴거 조치 예정 건물 앞에 타이어와 가스통으로 장애물을 설치하고 몸에 휘발유를 뿌리며 극한 대립을 벌였다.

퇴거 집행 중 대치하고 있는 철거민과 집달관 수원지법 평택지원의 퇴거 단행 처분 조치에 나선 집달관과 대치 중인 철거민들 모습 ⓒ 문영일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동대 병력 100여 명과 소방차, 구급차를 현장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주민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며 퇴거 조치에 불응하자 집달관이 용역반을 동원해 나머지 3곳의 퇴거를 집행하고 대책회의를 준비하였으나 철거민 관계자가 라이터를 키면서 손에 불이 붙은 틈을 타 용역반이 주민들을 제압하고 퇴거 조치를 진행했다.

철거에 나선 용역들과 대치 중 화상을 입은 철거민 용역반과 대치 중 라이터를 켜 몸에 불이 붙은 철거민이 구급대원으로부터 응급조치를 받고 있다. ⓒ 문영일


이 과정에서 철거대책위 관계자가 왼손 화상과 다리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었으며 나머지 2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면서 길고 험한 대치상황이 7시간 만에 끝났다.

주민들은 "20년이 넘게 상업지역 세금을 내며 살아왔는데 일반용지 공시지가로 보상할테니 나가라는 말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냐?"며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 나라에서 악법인 도시개발법에 피눈물을 흘리며 재산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퇴거 집행과정을 지켜본 철거대책위 관계자는 "누가 평범한 주민들이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화염병을 만들게 내몰았는지 묻고 싶다"며 "멀쩡한 재산을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강탈해가며 합법적이라고 말하는 공무원과 경찰의 모습을 보며 '헬조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고 지자체가 시민보다는 대기업과 시행사의 입장에서만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조합과 시행사,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결탁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비위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평택시가 관련 조례가 있음에도 지역 내 갈등을 촉발하는 도시개발 분쟁 조정을 위해 어떠한 역할도 하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19일에 제정된 '평택시 도시개발사업 분쟁조정위원회 조례'는 도시개발사업 중 발생하는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마련한 조례로 조합과 시행사, 조합원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할 경우 위원장인 부시장과 공무원, 교수, 변호사, 감정평가사, 건축사, 3년 이상 환지업무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중재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도시개발사업이 산재한 평택은 '평택시 도시개발사업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평택시민신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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