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베테랑'을 떠올리게 하는 한 권의 책.

[서평] 세상은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말해줄 누군가가 있다면 바로 '아웃사이더'

검토 완료

최하나(lastchristmas200)등록 2015.10.16 17:37
얼마 전 천만관객을 넘겼다는 영화 한 편을 봤다. 부패한 재벌과 정의로운 형사가 벌이는 한 편의 응징.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특히 대사 한 구절이 머릿속에 남아 가시질 않았다.

"덤볐다가 어떻게 되었는 줄 알아? 이혼하고 고시원을 전전해."

잘못 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했던 형사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돈 위에 권력이 우선인 세상에서 정의를 구현한다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사람들은 흔히 교육을 많이 받고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선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 사람을 규정짓는 건 껍데기가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떠올렸던 작품이 하나 있었다.

껍데기로 규정지을 수 없는 사람의 본성.

1967년에 출판된 이후 고전의 반열에 오른 S.E 힌튼의 '아웃사이더'다. 불량하고 가난한 그리저 무리와 불량하지만 부유한 소셜이라는 두 무리가 대립하는 내용인데 구절 하나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셜들은 항상 거리감의 벽을 쌓고는 자신의 본모습을 엿보이지 않게 조심했다. 나는 소셜 사교 클럽의 패싸움을 본 적이 있다. 소셜들은 싸움조차 냉정하고 효율적이고 비인격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싸움을 벌이는 건 같지만 그 다음날에도 선행으로 신문에 실릴 수도 있는 모순적인 소셜이라는 무리는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부모를 사고로 잃고 세 형제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우수한 학업성적과 럭비부 주장이라는 감투를 썼지만 대학에 가지 못 한 큰 형은 투 잡을 하며 쪽잠을 잔다. 둘째 형은 일찌감치 머리가 나쁘다는 핑계로 학교를 그만두고 주유소에서 일을 한다. 그리저의 다른 일원들은 어떤가? 주정뱅이인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술집에서 일을 하며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를 바라봐야하는 소년과 살기 위해 깡패 짓을 할 수 밖에 없는 소년까지. 그들은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질 못 했다.

"반면 소셜들은 시간과 돈이 남아서 재미삼아 우리를 습격하거나, 서로 싸우거나, 흥청망청 맥주를 마시고 강가에서 파티나 연다. (중략) 내겐 그 사실이 너무 불공평해 보였다."

한 색깔로 규정할 수 없는 무리.

정말 신기한 노릇이었다. 사람들이 부르는 불량배 무리 속에도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했다. 덜 선하고 덜 악하고 더 사리분별이 있고 더 끔찍한 이들의 집합체라 마치 그라데이션을 보는 듯 했다. 누구도 또렷하게 한 색깔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었다. 자신의 동료가 다치면 상대를 죽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한 없이 유약하고 다정한 이도 있고 어린 소년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구석이 있는 이도 있다.

"댈리는 뉴욕의 빈민가에서 3년 간 지냈으며 열 살에 체포된 경력이 있었다. 그는 우리 중 누구보다도 거칠었다. (중략) 그리저와 폭력배를 구분 짓는 미묘한 차이를 댈리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자니 케이드는 막내였고 가장 존재감이 약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수없이 걷어차인 작고 까만 강아지를 상상해보라. 그러면 자니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눈빛에는 불안과 의심이 어려 있었고, 소셜들에게 얻어터진 사건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왜 착한 사람들이 먼저 떠나는 걸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악할수록 잘 먹고 잘산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그리저 무리에서 가장 선하다고 할 수 있는 이는 포니보이와 자니케이드다. 그 둘은 경찰에게 쫓겨 교회에 숨어있으면서도 불이 나자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들을 구해낸다. 그 와중에 목재에 깔려 목숨을 잃게 된 자니는 죽어가면서 편지 한 장을 남긴다.

"난 이제 죽는 게 두렵지 않아.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아. 그애들을 구했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중략) 네가 들려준 시에 대해서 쭉 생각했어. 그 시를 쓴 사람은, 네가 아이일 때 너는 풋풋하고 또한 빛나기도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야. 아이일 때는 모든 것이 새벽처럼 신선해. 그러다가 모든 것에 익숙해져버리면, 낮이 오는 거야. 포니 네가 저녁놀에 감동한다는 것, 그게 바로 빛남이야. (중략) 그리고 그리저인 것을 너무 괴로워하지 마. 네겐 여전히 네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갈 시간이 충분히 있어."

얼마 전 한 지인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끝까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세상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삶이 별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우리가 배웠던 것과 현실이 대치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에 선한 사람들은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한다. 선한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을 때 우리는 이길 수 있는 거니까.

덧붙이는 글 S.E. 힌턴 지음 |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02월 10일 출간 |326페이지 | 정가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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