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장수에서 활동천사까지, 24살 청년의 아름다운 도전

[人터뷰①] 아름다운가게 광진자양점 정민수 활동천사

검토 완료

정한별(jhb0923)등록 2015.09.22 09:16

아름다운가게 광진자양점 정민수 활동천사 ⓒ 정한별




"어서오세요, 아름다운가게입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운터에 있던 앳된 얼굴의 청년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여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9월 17일, 정민수(건국대 기계공학부·24) 활동천사를 아름다운가게 광진자양점에서 만났다.

정민수 활동천사가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게 된 건 학교 팀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동생에게서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이다. 전역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봉사활동을 많이 찾아 하던 중 새로운 봉사를 해보고 싶어 신입자원활동가 교육을 받고 지금까지 약 1년 반 정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처음 봉사를 시작한 곳은 강남구청역점이었지만 학교와 집에서 가까운 광진자양점이 오픈하고 난 후 광진자양점으로 옮겨왔다. 정민수 활동천사는 목요일 2시 30분 수업을 가기 전 10시부터 2시까지 봉사를 한다. 이 날은 특별히 매니저님의 배려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활동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이 있다. 현재는 2월 말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삼성전자 나눔 봉사단 3기'로 활동하고 있고, 저번학기까지는 학교 내에서 '십시일밥'봉사를 했다. 여러 사람이 작은 힘을 보탠다는 뜻의 십시일반(十匙一飯)에서 따온 십시일밥은 매주 공강시간 1시간을 투자해 학교 내에서 봉사를 해서 봉사시간 대신 받은 식권을 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에게 기부하는 봉사이다. 맨 처음 한양대학교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건국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7개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많은 활동들을 하려면 아무래도 자기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는데도 꾸준히 봉사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제가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그동안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라는 생각에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 점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하는 활동들을 보면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남들이 TV를 보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에 저는 봉사를 하는 거니까요."

정민수 활동천사가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 정한별


정민수 활동천사는 주변 지인들에게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활동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실제로 강남구청역점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연락하면서 가끔 얼굴도 보며 지낸다고 했다.

"1주일에 4시간이 그렇게 부담되는 시간이 아니에요. 시간 부담도 되지 않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으니 1석2조죠. 그리고 이 봉사가 생각보다 힐링이 되요. 이 시간에 학교에 있다면 과제를 하거나 학점관리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봉사를 하는 동안에는 이런 부담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학교 시간표도 활동천사 활동에 맞춰 짰어요."

활동천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과거 강남구청역점에서 같이 활동했던 활동천사 누나가 들려줬던 에피소드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과연 저게 팔릴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이게 정말 팔릴까' 싶은 물건을 30분 동안 고민하신 끝에 1500원을 지불하시고 사 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라고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작은 것도 함부로 생각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하찮게 보이는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값진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죠."

봉사를 시작하고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고는 활동천사는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이지 보람을 느끼려고 하는 활동이 아니다보니까 보람을 느꼈던 적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며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내가 아는 가까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수 활동천사에게는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이력이 있다. 바로 군고구마 장수이다. 1년 전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친구 2명과 군고구마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까지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썼는데 대학생이나 되어서 내 손으로 돈 한 번 못 벌어봤다는 생각에 어떻게 돈을 벌어볼까 고민하다가 장사를 한 번 해보자라고 해서 젊은 패기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친구들과 군고구마 장사를 하던 시절 ⓒ 정민수


"고구마 기계도 들여오고 직접 장터에 가서 좋은 고구마를 사와서 자취하는 집 앞에서 팔았는데 한 달 동안 600만원을 벌었어요. 그런데 '내가 자신 없는 물건은 팔지 말자'는 장사철학이 있어서 싼 가격에 맛있고 좋은 고구마를 팔려다 보니까 고구마 값으로만 400만원이 들었고 기계 값과 가스 값까지 빼고 나니 150만원밖에 안남더라고요. 3명이서 한 달 동안 노가다만 뛰었어도 400만원은 벌었을 텐데 정말 장사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장사를 접고 남은 돈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갔어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필 많고 많은 품목 중 군고구마였을까?

"그냥 군고구마를 정말 좋아했어요(웃음) 기획단계에서 붕어빵이나 오뎅 장사, 그리고 축제에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것도 생각해봤었어요. 그리고 그때 한국에서 한참 셀카봉이 유행할 때였는데 필리핀에서는 아직 셀카봉이 유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리핀에 가서 셀카봉을 팔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래서 필리핀에 있는 한인 타운에 전화도 해봤죠. 이렇게 이것저것 고민했는데 마땅히 장사할 것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단가가 제일 괜찮은 것이 고구마였어요. 찾아보니까 어떤 사람이 군고구마로 한 달에 순수익 1000만원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군고구마로 일획천금을 노려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결국 시작한지 2달 만에 장사를 접었다.

"저희는 콘셉트를 '군인이 파는 군고구마'로 잡아서 군복을 입고 LED 명찰도 달고 고구마송도 만들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다보니까 인기가 점점 많아져서 고구마는 정말 잘 팔렸어요. 고구마 기계도 처음엔 한 대로 시작해서 나중엔 두 대까지 늘렸어요. 전단지도 붙이고 명함도 만들고 배달까지 하는 노력을 했죠. 그런데 노점상의 한계가 있더라고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장사를 해야 잘 팔리는데 그런 곳은 자릿세를 내야해요. 몰래 불법으로 하다보면 구청에서 단속반이 나와서 기계를 들고 가거든요. 이때 세상물정에 대해 많이 배웠죠."

정민수 활동천사에게는 목표가 있다. 바로 꾸준히 봉사를 해서 3년차 봉사자들을 위한 '되살림교실'을 듣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연차별로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재 그는 1년차 봉사자들을 위한 '돋움교실'은 이수했고 2년차 봉사자들을 위한 '그물코교실'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 교육이 활동천사 활동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자 목표가 되는 것 같다며 3년차를 위한 교육을 듣게 될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광진자양점 전경 ⓒ 정한별


"저에게 아름다운가게란 교실인 것 같아요. 교실은 학생들에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고 어른들에겐 추억의 공간이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저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주고 있는 공간이거든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가게를 찾아주셔서 나눔 활동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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