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리고 변화를 읽으세요"

<농부이야기3>2015년 화순최고 복숭아 인정받은 화림농원 박장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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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mkp0310)등록 2015.08.25 16:50

서울아가씨와 아무 연고도 없는 화순으로 귀농한 박장영씨 ⓒ 박미경


농원 멀리에서부터 달달한 복숭아향이 풍긴다. 가지가 휘어질 듯 주렁주렁 매달린 복숭아가 탐지다. 얼마 전 열린 화순군복숭아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올해의 화순 최고 복숭아로 인정받은 복사꽃이 가득한 숲 '화림농원'이다.

화순읍에서 전남학숙으로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위치한 화림농원에서는 7월부터 8월까지 10여가지 품종의 복숭아가 맛깔스럽게 열린다.

▲"내려와라" 성화에 화순 귀농

화림농원의 주인장 박장영씨의 고향은 광주다. 광주에서 벼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화순 서태리에 땅을 사놓으셨던 것이 인연이 되어 화순사람이 됐다. 박씨는 서울에서 10여년간 봉제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내려오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귀농을 결심, 화순으로 내려왔다. 귀농은 했지만 고향도 아닌 낯선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했다. 단감농사를 시작했지만 가격이 하락세를 치면서 버섯으로 작목을 바꾸기도 했다.

농사를 지을수록 빚은 늘고 생활비는 부족했다. 당시 터를 잡은 서태리에서 도웅리를 중심으로 복숭아 재배 농가가 늘고 있어 복숭아로 작목을 전환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자리가 잡힐 무렵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농원을 팔아야 했다.

2015년 화순군복숭아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화림농원 복숭아. ⓒ 박미경


▲2015년 화순 최고 복숭아 인정

지금의 화림농원에 터를 잡은 지는 9년째다. 서태리 농원을 팔면서 농부로서의 삶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아내가 부모님 곁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땅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서태리 농원을 접은 후 자신의 단감농장을 잠시만 관리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면서 다시 농부의 삶을 살게 됐다. 기왕 농사를 지을 거, 이왕이면 제대로 짓자고 마음먹고 경제성이 높은 복숭아로 작목을 전환했다. 처음 몇 년간은 수확이 없어 힘들었다.

그러나 최고의 품질을 위한 그동안의 노하우가 어디 갈까. 화림농원의 복숭아 맛을 기억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찾아왔고 지난해 화순군 복숭아 품평회에서 장려상을, 올해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화순최고의 복숭아로 인정받았다.

▲충분히 익혀 수확 '당도 최고'

화림농원의 복숭아는 맛과 크기가 여느 집 복숭아와는 확연히 다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충분히 익힌 후 수확하는 때문이다. 일찌감치 블로그와 SNS를 활용한 마케팅과 직거래에 공을 들인 이유기도 하다.

박장영씨는 "공판장에 납품하려면 익기 전에 수확할 수밖에 없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화림농원 복숭아는 70% 이상이 직거래로 판매된다. 딱딱하면 딱딱한대로, 무르면 무른대로 고객들은 농원을 찾아와 입맛따라 복숭아를 선택한다.

지난해까지는 100% 직거래로 판매됐다. 고객들이 농원을 찾아와 두어시간 정도 기다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기다림에 지친 이들은 직접 상자에 복숭아를 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GAP인증받은 건강 먹거리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거름도 최고의 맛을 내는데 한 몫하고 있다. 화림농원은 가지치기나 풀베기를 통해 나온 부산물을 버리지 않고 거름으로 사용한다. 여기에 화림농원만의 비법이 담긴 효소를 넣어 만든 액체비료를 뿌려준다. 화학비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인증도 받았다. GAP인증은 정부가 우수한 농산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안정성을 보증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까다로운 위생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인증받기 어렵다. 단골고객이 늘어날 수밖에.

화순~앵남 간 도로확포장공사 후 도로와 농원 사이에 가드레일이 설치되면서 고객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확철이면 어김없이 농원을 찾아오는 블러그와 카카오 친구들이 있어 힘이 난다. 여름이면 복숭아가, 가을이면 단감이 이들을 화림농원으로 이끈다.

맞선을 본지 2달도 채 안돼 백년가약을 맺은 박장영씨 부부. 화순군농업인대학 선후배 사이다. ⓒ 박미경


▲미안하고 고마운 동반자 '아내'

지금이 있기까지는 아내 정희숙씨의 힘이 컸다. 아내와는 맞선자리에서 만난 지 2달도 채 안돼 결혼했다.

선을 보고 한달만에 전화해 명동성당 인근 찻집에서 두번째 만남을 약속한 날, 아내는 2시간여가 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더이상의 기다림을 포기하고 성당으로 미사를 드리러 갔다.

미사를 드리고 한시간여 후, 뭔가에 이끌리듯 다시 간 찻집에서 아내를 만났고, 아내는 지금까지도 박장영씨가 그당시 찻집에서 3시간여 동안 자기를 기다렸다고 알고 있단다. 이후 두어번의 만남이 있은 후 양가 부모님의 독촉으로 혼인신고부터 하고 결혼했다.

박장영씨에게 아내는 아직도 초보농사꾼이다. 아직도 서툴고 부족함이 많단다. 농사일이 힘에 겨워 힘들어하는 모습도 안스럽다. 힘들어하면서도 화순군에서 운영하는 농업인대학을 비롯해 각종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를 돕기 위해 애쓰는 아내는 미안하고 고마운 인생의 동반자다.

▲욕심을 버리고 변화를 읽어라

박장영씨는 "자연은 받은 만큼 보답하고, 정성을 들인 만큼 결실을 얻는다"며 "농사를 통해 원하는 소득을 얻으려면 욕심을 버리고 남들보다 몇배 부지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기호를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으면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을 원하면 과감히 기존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농사는 일한만큼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며,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도시민이 부럽지 않다"면서 "화순 최고의 복숭아하면 '화림농원'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탐스런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한여름의 화림농원. 화림농원은 여름에는 복숭아, 가을에는 단감으로 소비자들과 만난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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