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머티리얼즈 '먹튀' 논란, 주민과 갈등

매각 결정 후 또 다시 공장 증설 추진, "몸값 부풀리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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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탁(kim0tak)등록 2015.07.17 20:35
경북 영주시에 소재한 OCI머티리얼즈(주)(대표이사 임민규)가 소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OCI머티리얼즈(주)는 반도체, LCD 제조장비 등의 세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 최대 생산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해 11월 공장 증설계획과 함께 경상북도 및 영주시와 투자금액 800억 원, 신규고용 120명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반년이 지난 올해 5월말 이 회사 최대주주(지분 49.1%)인 OCI(대표이사 이우현)가 매각을 결정하며 1차 논란이 일었다.

지난 해 11월, OCI머티리얼즈(주)(대표이사 임민규, 가운데)가 경상북도 및 영주시와 공장 증설계획과 함께 800억 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6개월 여만에 최대주주인 OCI 본사가 매각을 결정하고 곧바로 재차 공장 증설을 추진하자 매각을 위한 몸값 부풀리기 논란이 일고 있다. ⓒ 영주시청


여기에 더해 매각 결정 후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인 6월 20일경 또 다시 제5공장 3차 증설을 발표하면서 "매각을 위한 몸값 부풀리기"란 의혹마저 일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13년 발생한 폭발사고로 주민과 사이에 맺은 이행 협약까지 성실히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장 인근 필두마을 주민들은 "OCI머티리얼즈의 공장 추가 증설을 반대한다"며 '3차 증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15일자로 영주시청에 민원을 제기한 한편, 영주시의회도 방문해 시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주민 방문에 앞서 영주시의회도 현재 진행중인 제198회 제1차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주민들은 시민단체 등과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해 위험성을 적극 알리고 공장 추가 증설 백지화에 나서겠다고 밝혀 앞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매각 발표 뒤 공장 추가 증설 추진은 "몸값 부풀리기"

7월 15일에 열린 영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청 투자유치실 소속 공무원들이 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 김영탁


영주시의회 의원들 대부분이 이 같은 상황을 인지 우려를 나타내는 가운데 15일에 열린 행정복지위원회의 투자유치실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현익 의원이 질타와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먼저 "NF3 연간 1천 톤 증산으로 12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긴다고 했는데 사실 관계는 확인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회사 측이 내놓은 기대효과"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영주시에서 유치실적으로 공표한 내용인데 제대로 검증조차 안했느냐"고 질타하면서 "첨단 자동화생산 공장이 1천 톤 증산으로 어떻게 120명이나 일자리가 생기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유치실 행정사무감사 중 김현익 시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시민안전을 위한 대책이 미흡한 투자양해각서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 김영탁


김 의원은 특히 "OCI머티리얼즈가 생산하고 있는 가스와 유해물질은 누출사고가 발생하면 영주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데 회사측이 제시한 자료만 믿고 투자유치 홍보만 해서 되겠느냐"며 "매각이 결정된 상태에서 공장 증설을 또 추진하는 것은 몸값 부풀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질타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15일 현대증권은 추천 종목으로 OCI머티리얼즈(주)를 지목했다. 그 이유로 2016년까지 NF3 수급 전망이 생산 및 공급업체에 유리하고, 매각 후 인수주체에 따라 OCI와 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제193회 영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도 5분 발언을 통해 "OCI머티리얼즈 투자양해각서에 시민 안전 문구는 없고, 영주시의 투자유치 보조금 지급과 행정적 지원만 언급돼 있다"며 문제 제기와 함께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한 바 있다.

▲ 필두마을 주민들 "사고 위험 상존, 영주시 전체 안전 문제"

OCI머티리얼즈 공장 인근 가흥2동 필두마을 주민들이 공장 증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의회를 찾았다. 이날 반대위 강성철 공동대표 등은 생산 가스 등의 위험성과 공장 증설의 부당성을 시의원들에게 설명하고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 김영탁


15일자 행정사무감사가 마무리 될 무렵 OCI머티리얼즈 공장 인근 필두마을(가흥2동 6통) 주민들이 영주시의회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강성철(위 사진 위쪽 두 번째 흰 옷)공장 증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 공동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은 시의원들에게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동참을 위한 서명을 받았다.

반대위 강성철 공동대표는 "영주시가 OCI머티리얼즈의 공장 증설을 투자유치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120명의 고용과 세수증대란 확인되지 않은 효과를 내세운 회사측의 꾐에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또 "OCI머티리얼즈의 지난 2013년 폭발사고나 구미 불산 누출사고, 지난 달 22일에 일어난 같은 OCI그룹의 군산공장 실란(SiH4)가스 누출사고만 봐도 이 공장이 얼마나 위험한 시설인지 알 수 있다"며 "영주의 경우 공장이 도심 인근에 위치해 사고가 발생하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농업기반 도시인 영주시의 농산물을 누가 사 먹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각을 발표하고도 재차 증설을 추진하는데 대해서 "팔려고 내 놓은 기업이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팔 때 더 비싸게 받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 번 황병직 도의원이 임민규 대표에게 직접 물었더니 대놓고 그 점을 인정하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16일 경상북도의회 황병직 도의원(영주 제1선거구)에게 그 같은 질의응답이 있었는지 물었다.

황병직 의원은 "주민들과 함께 임 대표를 만났을 당시 공장 증설을 이렇듯 주민들이 반대하고 매각하는 것도 기정사실인 만큼 지금 증설을 추진하지 말라"고 했다며 "증설은 새로 인수하는 회사와 영주시가 협의해 안전시설과 대책을 철저히 한 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한 "공장 증설이 매각 대금을 올리는데 영향을 미치느냐"고 묻자 임민규 대표가 "영향을 미치는 게 맞다"고 인정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영주시의회 "기업 이익, 유치실적보다 시민 안전이 우선"

공장 증설 반대위 강성철 공동대표가 시의원들에게 공장 증설의 부당성과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를 마치고 소관위 사무실에 모인 이재욱, 이영호 의원 등이 주민들이 만든 반대결의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 김영탁


이날 행정사무감사를 마친 영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했다.

심재연 위원장은 "오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질타와 대책수립을 촉구했다"며 "지금까지 영주시는 위험을 감수하고 공장을 유치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기업 이익만 추구하고 떠나려는 행태는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욱, 신수인 의원 등은 "OCI머티리얼즈가 마을과의 협약사항을 성실히 이행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성철 공동대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이행하지 않았다"며 "방음벽 설치도 설계 전 협의한다고 했지만 실체조차 확인시켜 주지 않았고, 방독면 지급도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언론에는 지급한 것으로 말했다"고 했다.

이날 심재연 위원장을 비롯한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익, 이중호, 황윤점, 이재욱, 이영호, 신수인 의원은 "필두마을만의 문제가 아닌 영주시민의 안전 문제"라는데 뜻을 모우고 반대 서명 후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공장 증설 반대 범시민대책위 구성 추진

필두마을 주민들은 공장 증설 백지화를 위해 시민단체 등도 함께 나서줄 것을 촉구하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키로 했다.

주민들은 우선 영주시민연대(위원장 윤태현)에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대책위를 구성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시민연대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협조방안을 논의하는 등 조만간 백지화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자택에서 만난 윤태현 위원장은 "시민연대가 지금도 시 발전을 저해할 중앙선철도 고가화 반대운동과 내성천 생태복원에 역량을 쏟고 있어 OCI머티리얼즈 문제는 직접 나서지 못했다"며 "이번에 필두마을 주민들이 협조를 요청한 만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반대위 주민들은 15일 오후 2시경 영주시청 종합민원실을 찾아 'OCI머티리얼즈(주) 3차 공장 증설에 대한 반대 결의문'과 주민서명 등을 묶어 민원을 제기했다. 또 다음날인 16일에는 '삼판서고택'에서 열린 '영주시장과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장욱현 시장에게 공장 증설 반대의견을 전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강성철 대표가 "그동안 만남을 계속 시도했지만 시장님을 직접 만날 수 없어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며 접견을 요청하자 장 시장이 "조속한 시일에 만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게재 후 본 기자가 영주지사장으로 있는 엔케이엔뉴스에도 게재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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