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있는 제3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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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overbay)등록 2015.06.18 15:55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동으로 인해 뜻밖의 유탄을 맞은 곳으로 '국민모임' 진영을 꼽는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구분짓기하며 나름 여론을 조성하고 있었는데, 새누리당이 이번 파동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국민모임 지지자들이 다시 한 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 쪽으로 표를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국민모임 후보로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은 낙선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만일 단지 새누리당을 약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신생 세력인 국민모임보단 기성세력인 새정치 쪽으로 힘을 몰아주는 게 효율적일 순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제3세력이나 소수정당에게 너무도 척박한 한국 정치권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아무리 제3세력을 지지하는 표를 준다고 해도 결국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동은 새누리당‧새정치 이외 여러 정치세력들의 무기력함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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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상당 부분 거대 양당의 부정부패 행위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집권 여당 주류가 얼마나 부정부패에 찌들었는지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드러냈다. 그렇다고 꼭 정치혐오를 조장한 게 새누리당뿐만은 아니다. 새정치 역시 이전에 옷 로비 사건, DJ 아들의 병역비리 등으로 국민들에게 정치권의 더러움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2012년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치권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잘 파고든 현상이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 구태정치 타파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가해지는 공격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거대 양당 틈에서 제3세력이 피어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안철수는 문재인과 단일화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제 발로 새정치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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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며 새누리당과 새정치를 싸잡아 욕한다. 그러나 결국 선거에선 두 정당에 압도적으로 많은 표가 몰린다. 거대 양당 이외엔 존재감 있는 정당이 별로 없고, 양당 이외의 정당을 지지한다고 해도 내 표가 사표가 될 것이라는 심리 때문에 표를 주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3세력은 거대 양당이 아무리 못해도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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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거대 양당이 독점하는 구조에서,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내세워 보다 많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제3세력의 존재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3세력들은 자신들의 존재감부터 키워야 한다. 제3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진보 정당들의 경우 구 통합진보당으로 인해 형성된 '종북' 이미지가 여전히 박혀 있다. 이들과 명확하게 구분 짓고, 스스로가 주장하는 서민‧노동자 중심 정책, '을' 위주의 정책을 더욱 선명히 해야 한다. 마침 최근 땅콩 회항, 블랙기업 논란 등을 통해 '갑의 횡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기 색깔을 확실히 하고 실효적 정책을 내세울 좋은 기회다. 새정치가 아직까진 성장과 노동‧복지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제3세력들이 보다 확실한 야당‧진보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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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개편을 통해, 선거 제도가 제3세력들에게 유리하게 바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비례대표 확대, 소선거구제 폐지 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서서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동이라는 좋은 기회조차 살리지 못하는 지금 현실이 분명히 가혹함은 틀림없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스스로가 정말 '구태'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면, 또 다른 신드롬이 일어나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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