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정한 교육의 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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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웅(tndnd0808)등록 2015.05.18 10:30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나는 모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처음 접했다. 어린 나이에 당연히 전략은 몰랐고 인공지능과 대결하면서 나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주는 치트키를 사용했다. 그 때 외웠던 그 치트키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에스 에이치 오 더블유……엠 오 엔 이 와이." 기계처럼 따라 말하며 독수리 타법으로 치트키를 입력하곤 했다. 지금에서야 그게 'Show me the money'라는 것을 알지만 그 때는 몰랐다. 학교에서 알파벳을 처음 배웠을 시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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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띠동갑 사촌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책의 표지를 보더니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그 표지가 영어라는 것과 사촌동생의 나이가 7살이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는 그것보다 더 놀라운 광경도 목격했다. 해외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공항의 인터넷 사용시설에서 한 부자(父子)가 모니터 화면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나이가 5세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아들과 그의 아버지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가면서 모니터 속의 영어로 된 홈페이지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충격적인 것은 아이의 한국어 발음은 서툴고 영어 발음은 능숙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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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교육평가원에서 전국 초등학교 100곳의 3학년 학부모 1685명과 4학년 학부모 1666명을 대상으로 영어 선행학습 실태조사를 한 결과, '3학년 이전에 영어 선행학습을 시킨 적이 있다'라는 응답이 3학년 학부모는 80%, 4학년 학부모는 무려 92%를 차지했다. 3학년생이 처음 영어 선행학습을 받은 시기는 1학년이 26%, 2학년이 24%, 만 5세가 26%, 만 3세 이하도 10%나 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어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은 학교 교과나 입시 준비의 문제를 넘어 자녀의 장래에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선행학습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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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그리고 교육당국 또한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기본적으로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이 남에게 뒤처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원에서 선행학습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비가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은 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을 원하게 되고 학교에서 '방과 후 선행학습 프로그램'을 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에서의 선행교육과 그것이 시험에 반영된다는 것은 대입논술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교육정상화법'이 시행되어 대입논술이 개선되고 학교 수업과 평가에서 교육과정을 준수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원을 찾게 되어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인 사교육이 더 많아졌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지만 오히려 사교육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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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 되면 '과연 선행학습이 정말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교육은 중요하다. 좋은 교육은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고 사회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가 '좋은 교육'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도록 '명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영어 등을 선행학습해서 그것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겨우 우리나라 말을 읽고 쓰고 될 수 있게 된 아이들에게 장래를 위해서 영어 등을 선행학습 시킨다는 것은 단순한 부모의 만족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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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업무를 담당하는 '블루 컬러'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창의성을 이용한 '골드 컬러'의 시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은 창의력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할 때인 어린 시절에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서 영단어나 수학 공식 따위를 외우게 한다. 정말로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다면 그래선 안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직접 변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아이들은 어리다. 어리기 때문에 스스로 변하기 어렵다. 어른들이, 부모들이 변해서 아이들을 책상에 앉은 공부벌레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창조적 인재로 길러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과 이 나라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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