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용 쌀 수입은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

-쌀 수출국이 아닌 우리국민인 농민이 먼저다-

검토 완료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nongyeon)등록 2015.05.14 14:29
농사일이 가장 바쁜 농번기이다. 농민들은 한해 농사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일에 집중하고 있다. 모두가 농촌 일손돕기에 나서고 있는 시기에 농민들에게 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정부가 밥쌀용 수입쌀을 들여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쌀값이 너무 떨어져 신곡을 추가 격리하겠다고 발표한지 채 며칠이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류였던 쌀 전면개방과 함께 WTO(세계무역기구)에 의해 한국이 이행했던 몇 가지 의무조항이 사라지게 되었다. 먼저 국가별로 정해져 있던 물량(국별쿼터)이 사라져 어느 나라 쌀이든 최저가 경쟁입찰을 통해 들여올 수 있다. 두 번째로 용도제한이 없어져 가공용이든, 사료용이든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해 수입할 수가 있다. 당연히 국내 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용도로 들여오면 된다. 세 번째로 식량부족국가나 네팔처럼 재해로 인해 긴급식량원조가 필요한 나라에 쌀을 원조하는 해외원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인 40만8,700톤을 사야 하긴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 무슨 용도로 사서 어떻게 쓰는지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마음대로이다.

쌀 관세화 결정 이후 관세율 등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는 이해당사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현재 WTO에 제출한 쌀 관세율 513%에 대해 미국, 중국, 베트남, 호주, 태국 5개국이 이의제기를 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협상이 몇 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이 협상이 끝날 때까지 513%의 관세율과 용도 등에 대한 규정이 삭제된 대로 이행하면 된다. 이것은 WTO일반원칙에 따르는 것으로 세계가 우리에게 준 정당한 권리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왜 정부는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는 것인가? 최근 10년 사이 수확기 쌀값의 하락폭이 가장 큰 것이 2014년, 정부가 쌀 전면개방을 발표한 작년이다. 쌀값의 하락세는 지난해 수확기 이후 멈출 줄을 모르고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밥쌀용 쌀 수입은 정부가 쌀 시장 안정을 위해 신곡 7만 7천톤을 추가격리시키는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우리나라에 필요하지도 않은 밥쌀용 수입쌀을 들여오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밥쌀용 수입쌀은 정미형태로 소포장되어 들어와 바로 시장에 유통된다. 저가수입미인 밥쌀용은 국내쌀로 둔갑되어 국민들을 속여왔다. 국내쌀과 수입쌀의 시세차익으로 유통업자의 배는 채워졌지만 농민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쌀 시장안정은 우리농민들이 땀 흘려 생산한 우리쌀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수입쌀이 아닌 우리 쌀 소비촉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더욱 더 고민하는 것이 맞다.

농번기에 논과 밭에 있어야 할 농민들이 밥쌀용 쌀 수입을 막기 위해 아스팔트 위에 섰다. 정부는 쌀 관세화 개방에 대해 추가적으로 쌀이 수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런 정부가 앞장서서 국내 쌀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밥쌀용 쌀 수입에 나서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농심을 또 다시 무너뜨리고 쌀수출국대변자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정부는 밥쌀용 쌀 수입공고를 취소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서 근무하는 이수미 상임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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