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으로 가고 있어요" 자살 학생 살린 시민의 기지

세종여고, 고3 학생 살린 홍진만씨에게 감사장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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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라(soraj5)등록 2015.05.12 18:02
한 시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고3 여학생을 살렸다.

세종여고, 고 3학생 살린 홍진만씨에게 감사장 전달 작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세종여고의 학생을 살린 홍진만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 오소라


작년 4월 말, 새벽 1시경 홍진만씨는 귀가하던 중 조치원여고 사거리 부근에서 눈에 띄는 여학생을 발견했다. 학생은 많은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학생을 스쳐 지나갔던 홍씨는 순간 이상한 낌새가 들어 돌아서서 여학생을 붙잡았다.

여학생에게 "어디 가느냐" 라고 묻자 "무작정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고 답한 여학생의 말에 홍씨는 근처 아파트 옥상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학생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미 자신의 기숙사에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나왔다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달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극단적인 선택은 말릴 수 있었고, 배가 고프다는 여학생을 위해 먹을거리를 사주고 학교 앞까지 배웅해 주었다. 홍씨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여학생의 향후 조치를 위해 지역의 여성단체와 학교측에 연락을 취해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여학생은 부모님의 보살핌 하에 학교생활을 무사히 끝마쳤다.

1년이 지난 후에야 감사장이 전달된 것은 홍씨와 학교측 모두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건이 알려지게 될 경우 상처받을 학생을 고려해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현재 여학생은 졸업 후 대학생활에 잘 적응 중이다.

해병대 예비역 대위 출신의 홍씨는 평소 청소년 인성지도와 환경분야에 관심이 많아 세종시의 환경단체 '푸른 벗'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홍씨는 "사건 후 청소년의 인성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청소년들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고 싶다"며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감사장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세종여고(구 조치원여고)측에서도 "당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늦어지게 되어 죄송하고, 우리 학생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어 고맙다"며 "앞으로도 좋은 봉사단체로 일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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