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없는 창조경제

검토 완료

황예진(lavenderblush11)등록 2015.05.11 09:42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데스 컴스 투 펨벌리(Death Comes to Pemberley)』, 『오만과 편견과 좀비』,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Love in Autin)>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는 점이다. 제인오스틴이 200년 전에 썼던 『오만과 편견』은 지금도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를 'OMSU(One Source Multi Use)'라고 한다.

하나의 콘텐츠가 변용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OSMU'는 문화산업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에 따라 문화콘텐츠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창조경제가 기존의 경제정책들과 다른 측면 또한 문화콘텐츠의 부가가치에 주목했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창조혁신센터를 통해 창조경제의 구체적 방향이 설정되고 있는 지금,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창조경제에는 콘텐츠의 핵심인 텍스트에 대한 고려가 없다. 콘텐츠가 뛰어난 형식을 갖추고 있어도 텍스트가 빈약하다면 이에 대한 관심은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 따라서 문화콘텐츠가 뛰어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려면 먼저 뛰어난 텍스트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창조해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텍스트의 창출 기반이 되는 인문학이나 예술 관련 분야는 현재 위기를 겪고 있으며, 관련 학과들은 경쟁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통폐합되는 추세이다. 기반을 충분히 닦을 수 없는 환경에서 훌륭한 텍스트가 나오기는 어렵다.

정책 면에서 문화콘텐츠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 점 또한 문제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관련 기업이나 기관과 함께 발전시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업화의 결과물로 제시되는 것은 창업이다. 과학기술과 ICT 분야에서는 창업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으나, 인문학과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문화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정책이 따로 고안되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정부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규제를 통해 문화콘텐츠 사업을 저해하고 있다. 게임 산업 관련 규제로 인해 가장 유력한 문화콘텐츠였던 게임 관련 분야는 위기를 맞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부 드라마, 웹툰 등을 규제하려 하면서 관련 분야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창작의 자유가 보장될 때 참신한 시도가 생겨나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때 뛰어난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문화콘텐츠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오만과 편견』이 오늘날까지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뛰어난 텍스트와 영국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진흥정책, 텍스트의 다양한 변용이 용인되는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해 '3년의 혁신, 30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으려면 문화콘텐츠의 핵심인 텍스트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콘텐츠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규제의 완화를 통한 관련 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문화콘텐츠 없는 창조경제는 창의성 없는 혁신일 수밖에 없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