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인의 차이

근육장애인 협회 회의에 참석하고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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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cleankbt)등록 2015.04.12 16:16
어제는 광주 근육장애인협회 월례회 및 후원회 임원 위촉식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시를 쓰고 있는 후배의 초청으로 택시를 타고 어렵사리 찾아간 그곳은 시내에서는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분들하며 분주하게 그들을 돌보며 음식준비며 회의준비를 하는 분들의 모습에서 난 그동안 너무 편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분저분 만나면서 인사를 나누다가 유독 눈길이 가는 한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부회장을 맡고 있지만 근육이 점차 굳어져 가면서 하루 종일 누워서만 생활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눈이 정말 맑고 생각이 곧은 젊은 청년인데 다섯 살 어린 나이에 희귀병에 걸려서 누워서만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분이 광주근육장애인협회를 만들어 스스로 환우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뭔가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이 친구한테는 대화의 상대가 많이 필요 하구나 느꼈답니다. 점심을 가볍게 하고 이윽고 회의가 시작되자 이 친구가 회의를 누워서 진행하는 거였습니다. 많은 회원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회순에 따라 회의를 마치고 저에게도 인사말을 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저는 차마 무슨 말로 인사를 해야 그분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까 고민하던 중 결국 육신적으로 불편하지만 정신이 맑은 사람과 육신이 조금 불편하지만 정신이 황폐화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인권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인권 즉 기본권을 지키는 것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개념만 알았지 근육장애인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면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했더니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광주에는 등록된 근육장애인이 약 80여명이 된다고 하는데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사회가 이들을 좀 더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많은 장애인들이 우리 주변에 있지만 자신들을 차갑게 바라보는 눈들이 여전히 많다고 느낀 나머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나오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부회장 친구와 헤어지려고 하자 그 친구가 저녁 때 어느 사찰에서 모임이 있는데 그곳에 꼭 오라는 겁니다. 약속을 하였지만 솔직히 다른 일도 있고 해서 고민을 하던 차에 그 맑은 영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약속 장소에 갔습니다. 간단한 음식을 나누면서 그 친구는 자꾸 저하고 얘기를 하고 싶어 해서 가까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분들의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사회에 알리고 누구라도 이 분들과 같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밤이 되어 선방에 들어가 차를 한 잔 하면서도 이 친구와 헤어진다는 것이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지만 24시간 이 친구를 돌보아 주는 자원봉사를 하는 후배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후배의 아름다운 마음이 더욱 나를 감동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이날따라 이 친구의 집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하니까 기꺼이 선방 한 곳을 내주시는 스님의 마음 또한 아름다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냥 하루가 저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답니다. 우리사회가 정신적으로 황폐해 가고 있는 이 때 자원봉사를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리고 육신적으로 불편하지만 맑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몸이 불편한 이분들께 기적 같은 회생의 기회가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와 다음 아고라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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