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이동면LNG복합화력발전소 유치, 지역민들 왜 막아섰나?

주민 몰래 추진하는 이유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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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kimyh827)등록 2015.03.21 09:49
용인팔경 중 2경으로 알려진 어비낙조.

지난 21일 저녁 어비낙조로 유명한 용인시 이동면 송전저수지 인근의 마을을 찾았다. 날씨가 풀리긴 했으나 아직 봄기운을 오래 머금지 않아 들과 산에는 푸른 빛은 돌지 않은 상태지만 그래도 황혼의 어비낙조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송전리, 시미리, 어비리 등 이 주변 마을에는 붉은 저녁빛의 물결에 "이동면 LNG복합화력발전소 유치 결사반대"라는 구호가 붙은 현수막도 함께 펄럭이고 있었다.
도로변 길가에는 50개가 족히 넘는 현수막은 색깔까지 울긋불긋하여 낭만적인 낙조의 정서와는 다른 전투적인 정서로 바뀌었다.

시미리 주민에게 무엇 때문에 이렇게 현수막이 걸렸는지 물었다. 주민 A씨는 "깨끗하고 호젓한 동네에 주민들은 아무도 모르고, 일부 이장들만 사바사바해서 오염이 심각하다는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유치한다고들 하잖아요"라고 흥분하며 "시상(세상)에 비밀리에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게 어딨어요?"라고 말했다.

님비사업을 이 지역에 유치하려고 기업이 손을 댄 것이다. 그 업체는 다름 아닌 (주)트루벤인베스트먼트다.
(주)트루벤인베스트먼트는 충북 음성에 이어 용인시 남사면에서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유치하려고 활동을 벌이다가 지역민의 반발로 중단하고 이동면 송전저수지 인근에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고 활동을 벌인 것이다.

주민 A씨는 "다른 지역에서 두 번이나 지역민의 반발로 발전소의 추진이 중단됐으면 내용을 바꾸거나 개선해서 추진할 일이지 똑같은 사업을 이리로 와서 추진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더구나 (주)트루벤인베스트먼트는 발전소 회사도 아니고 투자회사에 불과한데 이런 업체의 발전소 추진을 찬성할 사람은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대위 공동위원장 B씨는 "LNG복합화력발전소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뭐겠냐"며 "평택 오성의 발전소 사례를 보면 엄청난 수증기에 스모그로 지역에 피해가 많고 친환경지역인 이동면에서는 농업에 피해만이 아니라 생활환경에도 피해가 커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B씨는 또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전문인도 아닌 농촌지역에선 현혹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전리의 아파트에 산다는 주민 C씨는 "전기와 열활용을 동시에 하는 열병합발전소와 큰 규모의 전기를 만드는 복합화력발전소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주)트루벤인베스트먼트는 주민들의 현장견학을 열병합발전소를 구경시키면서 사기를 치고 있다"며 "이곳에 들어설 복합화력발전소는 원자로 1기가 들어오는 규모의 발전소여서 평택 오성의 경우를 보면 오염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C씨는 또 "LNG는 천연액화가스인데 환경부하가 없는 석탄액화가스(IGCC)인것 처럼 홍보하여 주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복합화력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는 평택 오성사람들에게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지 물어보라"고 질타했다.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주)트루벤인베스트먼트는 지역 주민에게는 비밀로 한 상태에서 2013년 10월 30일 송전저수지 인근 이장만으로 구성된 이동면LNG발전소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트루벤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1월 3일 용인시와 MOU를 체결하여 사업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당해 4월부터는 추진위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추진위에는 매달 1,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다가 주민들에게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주민들은 2014년 10월 2일 용인LNG복합화력발전소 건립반대추진위원회(이하 반대위)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후 반대위는 우선 마을과 도로에 반대 현수막을 부착하는 한편 이동면 일대와 용인시청 등지에서 구랍 24일, 31일, 올해 1월 14일, 2월 4일, 2월 15일 등에 5회에 거쳐 LNG복합화력발전소 건립 반대집회를 갖고 전단지를 배부하면서 반대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반대위는 위원회 정식명칭을 '용인LNG복합화력발전소 유치반대위원회'로 바꾸는 한편 송전성당에서 환경전문가를 초청해 LNG복합화력발전소에 대한 교육을 받아 이론적인 무장을 하는 것과 아울러 집회에서 지역정치인들을 초청, 반대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용인시장,국회의원, 지방의원, 산업통상부 등에 발전소 반대를 표명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이에 대한 답신을 요구하는 동시에 미동면장과의 면담, 담당국장과의 간담회, 시장과 시의장에게 민원을 접수라고 지난 11일에는 6차집회까지 가졌다.

최근에는 정부종합청사 산업통상자원부의 담당부서를 방문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상황을 묻고 용인시 이동면에는 LNG복합화력발전소의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관련 업무와 관련 상호 교감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반대위 공동위원장 D씨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함은 물론 온폐수를 배출해 송전천의 오염이 우려되며, 덕성산업단지의 기업유치에도 지장을 끼칠 발전소 유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만 아니라 건립규모로 보아 송전철탑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 시설이기에 철탑이 들어서면 암유발 등 생활환경을 극도로 악화하기 때문에 절대 유치를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주)트루벤인베스트먼트의 포기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하소연을 털어놓는 사이 송전저수지에 걸렸던 낙조의 아름다운 빛은 산너머로 지고 붉은 여운만 하늘을 아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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