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 간 살인사건 피해자들, 사회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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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경(yourud)등록 2015.03.14 15:53
요즘 세상엔 햄릿이 많다. 숙부에게 죽임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고뇌하다 종국엔 반 미쳐버렸던 햄릿처럼, 요즘은 '미치지 않고는 살기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 아닌 게 아니라, '햄릿'에서 햄릿의 숙부 클로어디스 왕이 자신의 야욕을 위해 형인 햄릿왕을 죽였듯, 현대 사회에서도 이기적인 이유로 혈육을 살해하는 사건이 신문 사회면을 도배한다. 처음엔 언론에서도 '말도 안 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며 대서특필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웬만한 형제, 가족 간 살인 사건은 대단한 특종 거리도 안 되는 사안인듯하다. 그만큼 혈육 간 살해사건은 지난 몇 년 동안 너무나 많이 증가해왔다.
가장 최근엔 경기도 화성에서 재산 상속 문제로 자신의 형에게 불만을 품은 75세 할아버지가 화를 참지 못하고 86세의 형과 84세 형수를 엽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있었다. 집 2층에서 뛰어내려 화를 면한 며느리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는 경찰마저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또 경기도 포천에선 40대 여성이 보험금 10억 원을 노리고 전 남편과 현 남편 등에게 농약을 탄 음료를 먹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친딸에게는 찌개에 제초제를 넣어 먹였다고 한다. 돈 때문에 배 아파 낳은 자식까지 살해하려 드는 끔찍한 비극이 일상다반사처럼 일어나는 세상이다. 과연 무엇이 그들의 손에 흉기를 쥐게 했고, 혈육까지 살해하게 만든 걸까 생각해보니 대부분은 '돈'이었다. 요즘에야 물질이라지만, 햄릿 시대처럼 신분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때라면 클로어디스 왕처럼 신분상승을 위해서 가족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집필한 1600년대에서 415년이라는 시간만 흘렀을 뿐, 목적을 위해 천륜도 버리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그러나 '죽고 죽이는' 비극은 꼬리를 물고 내려오는 법. 햄릿의 숙부왕이 자신의 형을 죽인 후 신하 폴로니어스, 그의 딸 오필리어, 왕비 거트루드가 차례로 죽고, 햄릿 또한 숙부를 죽이고 죽었듯, 클로어디스 왕의 패륜을 시작으로 다른 가족들이 피해입고 고통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햄릿도, 혈육 살해 사건의 피해자들도, 결국엔 결과지상주의의 폐단을 온몸으로 맞아버린 피해자들이다. 남들이야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하며 일순간 분노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되지만, 남겨진 가해자의 가족인 동시에 피해자의 가족이 되는 이들은 햄릿처럼 '반 미친' 상태가 돼버릴 것이다. 햄릿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미친 척을 했다고는 하나 극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미친 듯 보이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햄릿 왕자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필리어도 미쳐버렸으니까. 내 가족이 살인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엔 결과가 사고를 지배하는 사상이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가는 듯하다.
왜 자꾸 물질과 결과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세상이 돼 갈까. 돈을 거머쥘 수만 있으면 내 주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인 혈육조차 죽일 수 있는 세상,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과정도 중요하지 않은 세상. 세상이 미쳤다! 아니, 사람이 세상을 미치게 만든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세상이 올 것 같아 두렵다. 정말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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