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영화의 흥행요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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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환(nadongg)등록 2015.03.11 18:54
지난해를 걸쳐 지금까지도 가장 화두되고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영화 <국제시장>은 2014년 12월 17일에 개봉해 관객수 1300만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 2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국제시장>은 개봉한지 3개월이 지난 지금(2015년 3월 11일) 흥행의 여파인지(?) 이 시점에도 전국 영화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많은 수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작가 바버라 오코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국제시장>과는 매우 상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제시장>에 비해 2주가량 더 늦게 개봉한 이 영화는 오히려 현재 <국제시장>보다 찾아보기가 더 힘들 정도다. 지금 현재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전국에 단지 7곳에 불과하다.(2015년 3월 11일 기준)
물론 수요(영화를 보려는 관객)에 따른 공급(영화관의 스크린 점유율)은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국제시장>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동일선상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맞추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같은 달에 개봉한 두 영화는 개봉 후 상영관 수에서 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국제시장>은 개봉되자마자 931개의 상영관을 통해 상영되었지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개봉한지 2주 만에 10개관으로 축소되었다. 과연 두 영화는 어떤 차이로 지금 이런 상황을 갖게 된 것일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영화 자체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출연 배우와 감독, 스토리, 구성 등의 문제 말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볼품없는 상업영화를 본 관객들이 상영관 확대 요청을 하고, 연예인들은 자발적으로 극장을 대관해 상영회를 열며, 다음 아고라에서는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서명 운동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 한해 흥행한 영화 1위부터 10위까지를 한 번 살펴보자.
01위 : 명량 : 관객수 - 1761만명 :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02위 : 겨울왕국 : 관객수 - 1029만명 : 배급사 월트 디즈니
03위 : 인터스텔라 : 관객수 - 1010만명 :배급사 파라마운트 픽쳐스 워너 브라더스
04위 :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 관객수 - 866만명 : 배급사 롯데 엔터네인먼트
05위 : 수상한그녀 - Miss Granny : 관객수 - 865만명: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06위 : 변호인 : 관객수 - 568만명 : 배급사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
07위 :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 관객수 - 529만 :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08위 : 군도 : 민란의 시대 : 관객수 - 477만명 : 배급사 쇼박스
09위 : 엣지 오브 투모로우: 관객수 - 469만명 : 배급사 워너브라더스
10위 : 엑스맨 : 데이지 오브 퓨처 패스트 : 관객수 - 431만명 : 배급사 20세기 폭스
아주 우연의 일치였던 것일까?
작년 흥행된 영화(외화영화 제외)들은 모두 메이저 배급사 즉 대기업들의 자본으로 이뤄진 배급사들의 영화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에서 영화의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엇인건가.
지난 1월, <국제시장>이 천만관객을 돌파하지만 당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대표는 흥행부진의 책임을 껴안고 자진사퇴까지 하게 된다.
배급사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영화 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 법으로 동일 계열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서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십시오."라며 '박근혜 대통령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호소를 보이기까지 했다.
리틀빅픽쳐스는 2013년 설립된 배급사로 대기업 중심으로 커져가는 영화계의 불합리적인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자 명필름, 삼거리픽쳐스, 영화사청어람, 주피터필름, 외유내강 등 여러 중소 영화 제작사들이 공동 투자해 만든 회사다. 이 배급사는 <소녀괴담>을 비롯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할인마트의 비정규직 현실을 다룬 <카트>등을 배급 해 오고 있었다.
중소배급사들은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 다양성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배급해 오고 있지만, 오히려 다양성 영화의 애매모호한 기준에 거대 자본 멀티플렉스의 독과점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배급사들의 수직계열화라는 구조 덕분에 멀티플렉스와 배급사는 갈수록 배불러지고 있다.
문화산업까지 손을 뻗치며 자신들의 배불리기에만 급급한 대기업들의 독과점은 결국 다양성 없는 다양성 영화로 우리들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들은 유명배우도 유명감독도 높은 예산도 원하지 않는다. 단지 공정한 배급을 통해 전국 영화관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나 뵙고 싶다는 것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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